미국·싱가포르 등 해외 사업 다각화
인도 현지 선박 건조 가능성 제기
"다각적 검토하지만 리서치 과정의 일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제품에 고관세와 수출 제재 강화 예고로 중국에서 제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을 이을 '세계의 공장'으로는 인도·베트남·멕시코 등 국가가 거론된다. 이중 인도는 세계 1위 인구 대국이라는 탄탄한 내수 시장과, 높은 경제 성장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인도 역시 자국우선 기조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제조업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인도 수출과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의 발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화그룹의 조선업 계열사 한화오션이 미국에 이어 인도와도 협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인도 현지 조선소 방문에 이어 조선업 담당 부처와도 접촉했고, 인도 정부 또한 파트너십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며 협력이 유력해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조선업 협력 요청을 위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한 바 있다. 방문단은 이들 업체에 인도 조선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범 3년차를 맞은 한화오션도 수익 다각화가 절실한 만큼 서로 간 이익이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 항만부 "한화오션과 선박 건조 협력 논의"
21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항만해운수로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SNS 'X' 계정을 통해 한화오션 대표단과의 면담 사실을 전했다.
항만부는 "슈리 라마찬드란 장관이 인도와 한국 간의 잠재적인 조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화오션 대표단을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인도 조선소와 한화오션 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도 모색했다"고 밝혔다.
라마찬드란 차관은 작년 11∼12월 방한 당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찾은 바 있다. 한화오션 대표단도 이달 13일 인도 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에 위치한 힌두스탄조선소(HSL)를 방문했다.
HSL은 X에서 한화오션의 조선소 방문을 언급하며 "이번 방문은 선박 건조를 위한 협력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첨단 설계, 기술 협력, 공동 건조 등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 계획도 전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2047년까지 전 세계 5위권 조선업 국가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로 현지에 조선 건조·유지보수 클러스터 건립 계획을 밝혔지만, 인도 현지 조선소는 28곳에 불과해 건조능력 향상이 필수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 업체에 손을 내민 이유다.
'입장 無' 한화오션, 미국·싱가포르 등 사업 다각화
한화오션 측은 아직까지는 협력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회사 차원에서 투자나 협력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아서다.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현지 조선소 설립·인수, 기술 이전 등을 추진할 수 있지만, 기술 이전의 경우 해외 수출에 지장이 없을 수준까지만 진행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오션은 경쟁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비해 해외 투자에 적극일 수 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2년을 맞아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수익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해 수익 창출과 외형적 성장을 이룰 복안이다.
실제로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 지분 전량을 1억 달러(약 145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당시 미국 자회사가 보통주 2650주(3633억원)를 발행해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고, 이를 기반으로 북미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부유식 해상 설비 시장 진출을 위해 작년 11월까지 싱가포르 '다이나맥' 업체 지분 95%(8207억원) 이상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싱가포르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해 왔다. 해양 설비 기술력 강화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전략적 사업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리스크' 겪은 조선3사, 인도 투자 변수는
국내-해외 조선 업체 간 협력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17년 러시아 극동조선본부 산하 '즈베즈다 조선'과 각각 49%, 51% 지분으로 선박 엔지니어링 합작회사 '즈베즈다-현대 LLC'를 세웠다. 삼성중공업도 즈베즈다와 LNG 프로젝트 및 쇄빙선 건조 파트너십을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금융·수출 제재로 사업이 괴멸될 위기에 놓였다. 리스크에 러시아 해운사 소브콤플로트로부터 5억5000만달러(당시 약 6000억원)에 수주한 LNG선 3척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즈베즈다-현대의 매출은 2억8100만원에 불과하고, 영업손실은 1억5000만원, 당기순손실은 9억에 달한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6월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3분기 보고서에서 "선주사로부터 LNG 운반선 10척 및 북해용 셔틀탱커 7척에 대해 일방적인 계약취소와 함께 선수금 및 이자 지급 요청이 있었으며 인식하고 있는 자산, 부채는 각각 8050억원, 895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침공을 벌인 러시아와 인도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인도 역시 견원지간에 가까운 중국과의 관계 리스크, 제조업 성장 침체, 기술 이전 리스크 등이 상존해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회 안전망 미흡과 소수민족 인권 탄압, 빈부격차와 교육 실패 등 내홍도 겪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국경분쟁이 화해 무드에 접어들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친기업' 기조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직접 경영정상화와 해외시장 확장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성장할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출범 이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 끊임 없이 검토하고 있다"며 "글로벌 조선시장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도 방문은 이러한 리서치 과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 정의선 직접 챙기는 인도 시장, 현대차 한계도 뚜렷 [메이크 인 인디아]
- [2025 산업 전망] 한화·현대·KAI…휴전 협상 속 K-방산 성과낼까
- [2025 산업 전망] 삼성·SK·현대차·LG, '기술' 강조하고 M&A 열어둬
- [신년사] 한화 "누리호 4차 발사, 말이 아닌 성과로 증명할 때"
- [트럼프 시대] "미국에 팔려면 미국서 만들어라"…韓 조선업 '희생양' 우려
- 김동관號 한화, 조선·방산 경쟁력 위해 M&A 박차 [재계 레이더]
- '김동관 건곤일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결의한 이유 [톺아보기]
- 김승연·김동관, 현금 부족에도 한화에어로 유증 강행 이유는 [톺아보기]
- 한화 경영승계 일단락? 김승연 지분 3남에게 증여 [재계 레이더]
- 한화 김동관 등 3형제 '유증 축소' 결단..."소액주주 이득" [톺아보기]
- 김동관 "한화오션, 한미 조선·방산 협력사로 입지 강화" [재계 동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