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인상 압박
군비 경쟁 심화… 국내 방산업체 수혜 기대
자주포·전차·잠수함·미사일·전투기·헬기 등 주력

2025 을사년을 맞이하는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제성장률 1%대의 저성장 국면 예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예고로 수출 기업엔 비상등이 켜졌다.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에너지·운임비 상승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500대 기업이 올해 투자를 작년보다 축소할 것이란 응답은 확대할 것이란 응답의 2배를 넘어서며 연구개발(R&D)·벤처 투자 또한 크게 위축될 여지가 커졌다. 이같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기업들의 출구 전략은 어떤 것인지, 올해 주목해야 할 산업은 어떤 것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1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일 북미와 유럽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존 2%에서 5%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2%도 채우지 못한 회원국이 9개국이나 있지만, 방위분담금 인상을 위한 초석을 닦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방산 기업의 올해 수출 성과가 초유의 관심사다. 고환율로 수출 이익이 증가한 데다 계약 대상국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시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 등 전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지만, 업계선 군비 경쟁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는 GDP의 3% 가까이를 국방비로 지불하며 군비 증강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도 늘어나는 가운데, 기회를 잡기 위한 국내 방산 업체의 수출 전략을 살펴본다.   


한화 방산 3사, 노르웨이·사우디·인도 등 수출 다각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7월 루마니아와 K9 자주포 54문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 내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이 방산 3사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K-9 자주곡사포를 생산하던 한화디펜스와 (주)한화의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된 한화방산을 인수하며 방산·항공 사업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도맡고 있다. 자회사 한화시스템은 방산 부문과 ICT 부문으로 나눠 위성통신·우주탐사 등 미래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계열사 한화오션은 상선을 넘어 잠수함, 함정 정비(MRO) 등 방산 분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해 무기 수출에 힘을 싣고 있다. 레오나르도는 회전익·고정익 항공기와 항공기용 레이더·항전 장비 등 항공기 플랫폼 솔루션을 개발하는 이탈리아 방산 업체다. NATO에서도 일한 만큼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인사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연장 로켓 '천무 K-239'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폴란드를 이을 주요 수출 대상국은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가 꼽힌다. 노르웨이에는 지난달 K9 자주포 4문과 K10 장갑차 8대를 출하했고, 다연장 로켓 '천무 K-239'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에는 중거리 유도무기 '천궁'과 '천무'를 공급했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직접 사업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도 최근 K9 자주포 100문을 추가 공급했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출범한 한화오션은 상선 뿐만 아니라 특수선을 통한 방산 사업으로 수익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폴란드 해군에서 잠수함 3척을 새로 도입하는 '오르카 프로젝트'의 우선협상 업체 선정을 노리고 있고, 60조원 규모의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캐나다에도 업체들과 수주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업에 대한 협력 의사도 밝힌 만큼 미 해군 MRO도 수주세를 이어갈 수 있다.


범 현대그룹, 전차·엔진·구축함 등 주력으로 수출 확대


K2 흑표전차. (사진=현대로템)

범 현대그룹도 한화와 방산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룹 내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의 방산 계열사 현대로템,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중공업이 해당한다. 현대로템은 디펜스솔루션에서 전차, 장갑차, 무인차량 등 방산 사업을 영위한다. HD현대인프라코어도 전차용 방산엔진을 생산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잠수함, MRO 등 영역에서 경쟁 중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2년 폴란드에 K2전차 980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으며 방산매출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다. 당시 30% 전후였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50%까지 끌어올렸다. 방사청에 따르면 820대 규모를 추가 공급하는 2차 계약도 작년 타결이 예상됐으나, 폴란드 현지생산 방안 등 계약조건이 1차 보다 많은 점 등을 고려하여 양측이 계속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페루와도 K2 전차와 계열전차, 차륜형장갑차 등 지상무기에 대한 총괄협약을 체결하며, 올해 물량과 사업 규모를 결정해 실행계약을 체결할 복안이다.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 HD현대인프라코어에도 호재가 된다. 회사는 ​폴란드 수출용 K2 전차에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만큼, 2차 계약이 확정될 경우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세종대왕급 구축함(KDX-III, 이지스 구축함).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분야는 한화오션과 사업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열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사업비만 7조8000억원대에 달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놓고 서로를 명예훼손 고소까지 하며 흙탕물 싸움으로 불거졌다. 지난해 11월 양사 모두 고소를 취하했고, 방사청은 올해 초 사업추진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MRO 수주전에서도 양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KAI "KF-21·미르온 헬기 수출 등 핵심사업 성공 수행"


한국형전투기 KF-21.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올해 신년사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과 헬기 '미르온' 양산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수출을 달성한 국산 회전익 항공기 '수리온'도 공급 대상국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초음속 고등 훈련기 'FA-50'도 미주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KAI는 지난해 6월 방위산업청과 약 2조원 규모의 KF-21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통해 KF-21 총 20대 공급과 군수를 지원한다. 폴란드도 KF-21 개발 참여에 관심을 보였고, KAI 측에서도 "수출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국방차관이 작년 방한해 KF-21 생산시설을 돌아보고,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을 논의한 만큼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미르온’미르온’
미르온(LAH-1).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미르온' 양산 1호기가 지난달 육군에 첫 인도된 가운데, 수출 논의도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달 이라크에 1358억 규모로 수리온을 첫 수출한 만큼 이를 발판삼아 수출에 힘을 싣을 방침이다. 다만 미르온은 탑승인원이 적고, 미사일이 탑재된 경공격헬기인 만큼 국제관계를 고려해 수출에 제한이 걸릴 수 있다.

KAI 관계자는 "미르온의 성공적인 납품과 운용지원을 기반으로 항공기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며 "해외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은 수리온과 더불어 K-방산 수출 열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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