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이행 전 지급 선수금, 작년 말 대비 40% 증가
KF-21 내년 하반기 양산목표…조기 납품 가능성도
차입구조 개선 도움…엔진 국산화는 15년 이상 소요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KF-21의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최초양산 1호기의 최종 조립에 착수했다. 지난해 방위사업청과 양산계약을 맺은 지 약 1년 만이다.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서 유동선수금(선지급금)이 크게 증가하며 계약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향후 엔진 등 국산화 가능성과 차입구조 개선 과제도 떠안고 있다.
KF-21 조립 착수…선수금 증가해 계약이행 임박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 20일 한국형 전투기의 핵심인 KF-21 최초양산 1호기의 최종 조립 단계 착수행사를 개최했다. 회사는 지난해 방사청과 KF-21 총 20대와 후속군수지원(기술교범, 교육 등)을 포함한 1.96조원 규모의 양산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회사는 이후 전방동체 및 주익, 중앙동체와 미익 등을 개별 생산하여 동체별 결합을 완료했다. 최종 조립 단계 착수로 양산기의 지상 및 비행시험 단계로 진입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후문이다. KF-21는 공군에서 장기운영되는 F-4와 F-5를 대체할 첨단 전투기로, 자주국방 염원을 실현할 핵심 방위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공시에 따르면 KAI의 올 1분기 유동선수금은 2.1조원으로 지난해 말(1.5조원) 대비 40% 증가했다. 유동선수금은 회사가 1년 이내 공급하기로 한 물품이나 서비스의 대가로 먼저 받은 금액이다. 방사청이 내년 양산분에 대해 금액을 미리 지불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KAI는 내년 하반기 양산 1호기를 납품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전 생산분 일부를 그 이전에 공급하거나 분할 이행을 통해 비유동(장기)이 아닌 유동선수금으로 반영했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말부터 폴란드에 FA-50 경공격기 개량형 36대도 수출할 예정인 만큼, 선수금으로 인식될 수 있다.
선수금은 계약부채로 재무제표 상에선 부채로 잡히지만, 수주가 확정된 만큼 추후 매출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KAI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7004억원) 손실 전환한 가운데, 지난해 -7281억원으로 확대돼 현금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선수금을 통한 현금 유입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될 수 있는 대목이다.
차입구조 개선 잰걸음…국산화 장시간 소요
차입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 당초 KAI의 순차입금 비율은 2023년 -2.13%로 현금성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았으나, 지난해 11.14%로 차입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1분기 8.90%로 다소 줄긴 했으나, 방산 외 위성 및 MRO 등 사업 영역에서 투자 및 연구개발 집행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부채 비율도 지난해 말 340%에서 올 1분기 364%로 증가했지만, 선수금 등이 계약부채로 반영되는 만큼 재무 여건 악화로 선뜻 해석하기는 어렵다. 앞서 회사는 단기차입 부담 경감을 위해 올해 초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국산화를 위한 과제도 남아 있다. KF-21의 부품 국산화율 목표는 양산 1호기 기준 65%로 알려졌다. 엔진에 제너럴일렉트릭의 F414를 탑재하는 등 외산에 상당 부분 의존하면서다. 방사청은 3.35조원을 투입해 1만 6000lbf급 첨단 항공엔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개발은 2030년대 후반까지 예정돼 있고 시험 비행도 2039년 쯤 예상되는 만큼, 당장 양산 과정에선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KAI 관계자는 "추후에 국산엔진을 고려하겠지만 현재는 면허생산 수준이고, 최소 10년 넘게 개발기간이 잡혀 있고 시험 비행도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국산화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KAI의 올해 자산총액은 8.1조원으로 전년(7.2조원) 대비 약 11% 증가했으나, 크래프톤·글로벌세아 등 기업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 순위는 한 단계(61위>62위) 하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