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카이퍼·원웹 등 우주인터넷 구축에 적극적
韓, 민간 서비스 구축 전무… 군사 목적 군집위성 그쳐
우주항공 전문가 "품질 확보와 수요 창출 지원 필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 [출처=스페이스X]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 [출처=스페이스X]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이후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개막한 가운데, 스페이스X·원웹·아마존 등이 글로벌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추진하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국내에선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 기업이 초소형 군집위성 등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고 있으나, 군사 목적의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분야에 그치고 있다.

7일 우주항공 업계에 따르면 재사용 발사체, 통신위성 기술 보편화로 우주산업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민간에서도 저궤도 위성통신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사막이나 오지 등 음영지역에서 사용이 용이하고, 전쟁·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도 기지국 파괴 위험이 없어 미래 통신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지역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통신 수단을 제공하면서 저궤도 위성통신의 위력을 전 세계에 시연했다. 스타링크는 2027년까지 큐브샛이라 불리는 초소형 위성 1만2000개 이상을 발사해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1100~1300km 궤도에 광대역 통신위성 4000개 이상을 발사하고, 그보다 낮300km 궤도에 7518개의 위성을 발사해 지구 전역을 아우르는 통신망을 구축한다. 저궤도 위성은 적도 상공 기준 고도 300km~1000km 범위에서 지구를 돌기 때문에 정지궤도 위성(적도 상공 35786 km)보다 지구와 거리가 가깝고 지연 속도가 짧다는 장점이 있다. 스페이스X는 자사 개발 재사용 발사체 '팰컨 9(Falcon 9)'를 통해 발사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숙명의 라이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저궤도 위성통신 기반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카이퍼 프로젝트(Kuiper project)'를 추진 중이다. 작년 10월 시험 위성 2기를 발사해 지상과 교신에 성공했으며 올해부터 위성망 구축을 시작해 2029년까지 위성을 저궤도에 배치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20년 카이퍼 프로젝트에서 발사할 총 3236개의 위성 배치를 승인했고, 2026년 7월까지 최소 절반을 운용해야 한다.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Kuiper project). [출처=아마존]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Kuiper project). [출처=아마존]

빅테크 기업만 뛰어든 건 아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영국 기업 '원웹'은 1200km 궤도에 작년 5월까지 634기의 위성 발사를 완료해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인터넷 공급 사업을 개시했다. 캐나다・유럽을 시작으로 인도에서도 위성 광대역 서비스 승인을 받았고, 이르면 올해 말에 국내에도 상륙 예정이다. 앞서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1월 원웹과 '저궤도 위성통신 유통·공급 계약'을 체결해 국내 출시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화시스템은 우주 인터넷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상용 저궤도위성 기반 통신체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 사업자 등록을 완료했고,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원웹 유통·공급 계약서를 제출해 국경간 공급 협정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캐나다의 텔레셋도 내년 위성 198기로 형성된 라이트스피드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중국은 정부 주도로 저궤도 위성 '궈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반면 국내 기관이나 기업에서 독자적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구축에 나선 사례는 뚜렷하지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계열사 쎄트렉아이가 올해 4월 여러 대의 작은 위성 군집 형성을 위한 '초소형군집위성(NEONSAT) 1호' 사업에 참여하긴 했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의 공동 사업인 데다 한반도 및 주변 해역 감시를 위한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계약이다. 스타링크나 카이퍼 프로젝트와 같은 민간 개발, 민간 수익 창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저궤도 위성통신이 우리나라에 보급되기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위성통신은 위성 하나가 커버해야 하는 지역이 넓어서 서울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선 질이 떨어진다. 또 현재 수준에선 하드웨어 주소를 이동할 수 없어 사용자는 하드웨어를 등록한 집이나 직장 같은 한정된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핸드폰처럼 움직이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올해 7월 이동식 로밍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북미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며, 첫 달 사용료가 장비값과 인터넷 사용료를 포함해 599달러(약 80만원)로 부담이 크다. 월 사용로도 50GB 한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싼 요금제 100달러(약 13만4000원)로 통신사 대비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초소형 SAR 위성 '두리샛' [출처=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초소형 SAR 위성 '두리샛' [출처=한화시스템]

수요 창출을 위해 정부가 B2B(기업 간 거래) 시장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도심항공교통(UAM)・드론・자율주행차 등 저궤도 위성통신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수요를 창출하고, 국내 우주기업들이 B2B에 나설 수 있도록 판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성통신용에 탑재되는 반도체, 안테나 등 부품 시장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조용완 한화시스템 수석은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및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누리호 3차 발사 및 550km까지 위성 궤도 안착에 성공으로 저궤도 위성 산업 진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면서도 "앞으로 많은 발사를 통해 우주 개발 이력을 쌓아 자체적으로 상업용 저궤도 위성 발사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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