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시험발사 3번 실패로 과거 파산 위기
재사용 발사체 성공 기업 스페이스X 유일
KAI도 2023년부터 관련 기술 연구 진행
작년 실무단 회의 개최…향후 인력 채용할 듯

2009년 진행된 '팰컨1' 5차 발사 장면. (사진=SpaceX)
2009년 진행된 '팰컨1' 5차 발사 장면. (사진=SpaceX)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2008년 9월 28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로 민간 액체 추진 로켓 '팰컨 1'을 우주로 쏘아보냈다. 4번째 발사에서 간신히 성공했는데, 이전 3회의 시험발사는 모두 실패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창업 당시 3번까지만 로켓 발사예산을 계획했던 터라 파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발사 성공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자금을 지원받게 되며 기사회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왕' 논란에 휩싸인 현재 시점에서 머스크가 파산 위기에 처했었다는 사실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현재는 재사용 발사체를 통해 발사 비용을 줄이며 민간 로켓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 통해 우주선 발사비용 10분의 1로"


스페이스X가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쏘아올린 재사용 발사체 'SLC-4E' (사진=SpaceX)
스페이스X가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쏘아올린 재사용 발사체 'SLC-4E' (사진=SpaceX)

머스크는 로켓 발사 성공 이후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전념했다. 스페이스X 설립 당시 목표가 우주선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NASA가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키며 민간 로켓 업체에 위탁해 국제 우주 정거장의 화물을 운반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에 자금 지원이 결정되며 화물 운반계약을 체결한 뒤, 2010년 팰컨 1을 9개 묶은 '팰컨9'이 최초로 발사됐다.

2012년 팰컨9로 국제 우주 정거장의 화물을 성공 운반한 뒤, 팰컨9를 재사용 가능한 로켓 발사 시스템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역추진을 통해 로켓을 발사 위치로 다시 수직 착륙시키는 방식이다. 2015년에 최초로 1단 부스터를 지상에 다시 착륙시켰고, 이듬해에는 최초의 해상착륙을 성공시키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재사용 발사체로 위성과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비용을 줄이면, 우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게 된다. 2027년까지 4만개 이상에 이르는 통신 위성을 발사하는 인터넷망 구축 프로젝트 '스타링크'도 발사 비용이 낮은 재사용 발사체가 아니면 수익을 담보하기 힘든 구조다. 재사용 발사체 덕분에 스타링크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게 되자 머스크는 팀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해엔 총 91회의 팰컨 9 발사와 초대형 '팰컨 헤비'의 5번 발사에 성공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연간 100회 이상 발사라는 기록을 써냈다. 같은달 태양을 주회하는 질량 6065kg의 '팰컨 헤비'의 발사 비용은 1억7800만달러(2545억원), kg당 운반 비용은 2만9348달러(4197만원)로 내려갔다. 재사용이 가능할 경우 발사 비용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스페이스X 외 성공 사례 無…각국서 관련 기술 연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의 뉴글렌(New Glenn).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의 뉴글렌(New Glenn).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가 발사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성공한 기업은 여전히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숙명의 라이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의 '뉴글렌'은 1단 로켓과 캡슐을 재사용하는 방식인데 지난 1월 예정됐던 첫 시험 발사를 잠시 연기한 바 있다.

블루 오리진은 같은달 16일 미 플로리다에서 시제품을 실은 뉴글렌을 발사하는데 성공했지만, 재착륙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1단 로켓이 6시간 정도 비행한 뒤 대서양 해상에서 대기하는 드론십 '재클린'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발사 직후 성명에서 "부스터 착륙은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성공 사례는 없지만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지에서 재사용 발사체 연구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란젠항톈, 싱지룽야오 등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실증을 진행 중이며, 러시아는 2020년부터 아무르라는 명칭의 재사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EU도 대형 로켓 '아리안 6호'의 후속으로 재사용 가능한 '아리안 넥스트'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추력 조절이 가능한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을 개발해 향후 재사용 발사체로 활용할 계획이다. 우주항공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로켓 재사용 수직이착륙 시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재사용 발사체 핵심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시험기체인 '블루웨일 0.3'을 호버링(정지비행) 후 정해진 위치로 수직 이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KAI 항공 기술 기반으로 재사용 발사체 선행연구"


[출처=한국항공우주산업]
[출처=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참전 의사를 표명했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경우 총조립 업체로 경쟁 기업인 한화가 선정됐고,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발사체(KSLV-Ⅲ)' 개발도 한화가 맡게 되면서 회사 차원에서 일회성 발사체가 아닌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KAI 관계자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아예 응찰을 안했다"고 밝혔다.

발사체는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수단이므로, 재사용 발사를 통해 비용을 낮춰 궁극적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다. 2023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고, 현재도 선행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는 "누리호 조립업체 역량을 기반으로 재사용 발사체도 선행연구 중"이라며 "다시 돌아오는 '비행체'로 보면 항공역학, 비행역학 등 개념 위주의 고정·회전익 양산 기술, 항공 제어 기술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KAI는 앞서 현대로템, 이노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과도 재사용 발사체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워킹그룹(실무단) 회의를 개최해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고, 현재는 해외 업체와도 협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공유드리진 못하지만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우주 산업을 담당하는 인력들이 KAI 내에 있지만, 기술 고도화를 위해 향후 채용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아직 검토 단계에 있다"고 밝혔지만 이르면 올해 안에도 관련 채용에 나설 수 있다. KAI는 올해 상·하반기로 나눠 공채를 진행한다. KAI 측은 "지금까지는 국가 주도의 일회성 발사체 확보가 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재사용 발사체에 주력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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