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007편 격추 이후 민간에 GPS 개방
GLONASS·BeiDou 등 각국 독자 개발
韓도 GPS 오차 줄이기 위한 KPS 착수
올해 10월 유엔 항법위원회 회의 유치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1983년 9월 1일, 뉴욕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비행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사할린 근처 상공에서 소련 방공군의 요격기에 격추당해 269명 탑승객이 전원 사망했다. 한국 국적기 항공사고 사상자 1위이며, 세계 항공사고에서도 사망자 12위를 기록했다.
여객기를 미군 정찰기로 오인한 소련군의 오판과 냉전 구도 긴장이 배경으로 꼽히지만 직접적 원인은 항법장치 미사용이었다. 북태평양 항로를 따라가야 했던 007편이 항법 대신 나침반에 의존해 비행을 했고, 위치 오류로 이내 소련 영공으로 진입하자 정찰기로 오인한 소련군이 격추시킨 것이다.
당시 여객기는 실시간 위치 보정이 필요한 관성항법시스템(INS)을 사용했다. 격추 이후 미국은 군사용으로만 사용하던 위성항법시스템(GPS)을 민간에도 개방했다. 개방 이후 GPS와 INS가 결합되면서 조종사 개입 없이 자동운항이 가능해지는 등 항법시스템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GPS 의존도 낮추기 위한 독자 시스템 각국 구축
GPS는 미국의 항법체계인 만큼 대미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의존도 문제 또한 불거질 수 있다. 일례로 20세기 말 카길 분쟁당시 미국은 파키스탄을 지원하며 인도가 GPS 데이터 사용을 못하게 조치한 적이 있었다.
재밍(Jamming)이라는 주파수 교란을 통해 GPS 위성신호를 수신받지 못하게 하는 공격도 존재한다. 이라크전 당시 이라크군은 러시아 GPS 교란장치를 통해 미국의 유도탄이 잘못된 위치로 낙하되도록 하는 전술을 썼다. 북한도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백건에 달하는 GPS 교란 공격을 감행했다.
몇몇 국가들은 GPS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했다. 러시아는 GLONASS(2014년), 유럽연합은 Galileo(2016년), 중국은 BeiDou(2020년)라는 이름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는 IRNSS라는 글로벌이 아닌 지역 위성항법시스템(RNSS)을 운영 중이며, 일본도 아시아·태평양 사용자의 GPS 항법 신호를 보강하는 QZSS를 고도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존도 탈피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2018년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을 포함시켰다. 이후 2022년부터 14년간 3.7조원이 투입되는 KPS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KPS 개발 시 GPS 오차 cm 단위로 줄어
KPS는 고도 3만6000km에서 지구를 도는 정지궤도(GEO) 위성 3기와 경사지구동기궤도(IGSO) 위성 4기, 테스트·예비용 IGSO 위성 1기 등 위성 총 8기로 구성된다. 2027년 1호기를 발사하고, 2034년 시범서비스를 거쳐 2035년에는 8기의 위성 배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GPS는 산악, 음영 지역 등에서 품질이 떨어지고, 약 10m 정도의 위치 오차가 존재해 세밀한 위치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GPS 오차를 3m 이내로 줄여 더 정밀한 위치를 제공하는 한국형 정밀 위치보정시스템(KASS)을 세계 7번째 국제표준으로 등극시켰다.
KPS는 GPS와 별개의 시스템이 아닌, GPS를 보강하는 RNSS로 운영된다. 평시에는 GPS와 호환돼 오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GPS 사용이 제한될 수 있는 유사시에는 KPS만으로 PNT(위치, 항법, 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KPS가 정상 개발되면 GPS 오차는 cm 단위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독립사업부인 KPS개발사업본부를, 우주항공청도 'KPS 개발' 부서를 따로 꾸려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민간에선 LIG넥스원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KPS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NS가 내장된 지대공 미사일 '천궁2'의 오차를 줄여 정확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어서다.
올 10월 유엔 국제위성항법위원회 회의 유치
앞서 외교부와 과기정통부는 올해 10월 열릴 제19차 유엔 국제위성항법위원회 연례회의를 우리나라에 유치한 바 있다. 정부는 회의에서 KPS 홍보와 기술교류 활성화, 기업들과 각 회원국 전문가들 간의 협력 확대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유엔 국제위성항법위원회는 위성항법기술의 활용 증진을 위한 유엔 산하의 정부 간 위원회로서 2005년에 출범했다. 위성항법시스템의 확산‧활용‧성능향상 등에 대한 회원국 간 협의를 위해 각국의 정부 관계자 및 기술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하는 연례회의를 매년 하반기에 회원국 중 한 곳에서 개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