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팰컨 9)·블루오리진(뉴 셰퍼드) 등 민간 기업 참여
러시아(아무르)·EU(아리안 넥스트) 등 국가 '재사용 로켓' 연구
국내, 항우연·KAI·이노스페이스·페리지 등 업체 실증에 동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주관사로 선정
재사용 로켓보다 '대형 로켓'에 치중…"원천 기술 확보해야"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이후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개막한 가운데, 국내 대표 민간 우주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재사용 발사체 분야에 적극 투자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3일 우주항공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5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주관 기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선정했다. 차세대 발사체는 향후 우리나라 대형 위성 발사와 우주 탐사 활용을 위한 발사체다.

지구 저궤도 위성 투입을 진행하는 누리호와 달리 탑재 용량과 궤도 투입 성능 등을 대폭 향상한 것이 특징이다. 개발 이후 2030년부터 총 3회 발사가 예정돼 있고, 2032년에는 달착륙선 최종 모델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누리호에 사용되는 75톤급 엔진 34기, 7톤급 엔진 12기 등 총 46기의 액체로켓엔진을 제작하며 누리호 발사 성공에 기여한 바 있다.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체계종합 기업으로도 선정돼 누리호 제작 및 발사운용 업무를 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한화·쎄트렉아이 등 계열사와 스페이스 허브를 구축하며 '한국형 스페이스X'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미국 최대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에서 패권을 가진 기업이다. 재사용 발사체는 로켓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재사용할 수 있는 발사체로, 단 한번이 아닌 여러 번 우주로 수하물을 운송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팰컨 9(Falcon 9)'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팰컨 9(Falcon 9)'

스페이스X의 팰컨 9는 역추진을 통해 로켓을 수직 착륙시키는 방식이다. 경쟁사인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는 수직 착륙과 낙하산을 통한 착륙 방식으로 1단 로켓과 캡슐을 재사용하고 있다. 

미국을 넘어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국가와 기업에서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란젠항톈, 싱지룽야오 등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실증을 진행 중이며, 러시아는 2020년부터 아무르라는 명칭의 재사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EU도 대형 로켓 '아리안 6호'의 후속으로 재사용 가능한 '아리안 넥스트'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추력 조절이 가능한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을 개발해 향후 재사용 발사체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현대로템, 이노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과 재사용 발사체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며 적극 투자하기로 했다.

우주항공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로켓 재사용 수직이착륙 시험에 성공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재사용 발사체 핵심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해 시험기체인 '블루웨일 0.3'을 호버링(정지비행) 후 정해진 위치로 수직 이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차세대 발사체 엔진에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을 탑재하고, 지난 2022년엔 서울대학교를 대표로 한 13개 학교 컨소시엄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재사용 무인 우주비행체 고도화 기술 특화연구센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그룹 내에선 재사용 발사체보다 대형 위성 발사와 달 탐사를 위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매진하는 추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일단은 누리호 고도화 사업,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부 관계자는 "9505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그룹의 역량이 그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재사용 발사체는 회사에서 밀어주는 핵심 기술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제작 개발과 조립 총책임을 담당한 누리호 발사 장면.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제작 개발과 조립 총책임을 담당한 누리호 발사 장면.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적재산권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한화 자체적으로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주항공 업계 관계자는 "향후 누리호 4호, 6호 발사에도 한화가 세계 총조립체 업체로서 역량을 다하겠지만, 차세대 발사체는 원천 기술을 항우연이 소유하고 있어 지적재산권 갈등이 불거졌다"며 "재사용 발사체 등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선 한화가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이달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스페이스X가 저궤도 수송 비용을 5분의 1로 낮췄다"며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통해 우주 수송 비용을 스페이스X의 절반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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