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화,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9800억원 규모 참여
현금성 자산 2298억원 불과…부채비율도 704% 달해
한화에너지 투자금 회수 위한 '경영권 승계' 발판 지적도
회사 "유럽 '방산 블록화' 뛰어넘기 위한 필수 투자 방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주)한화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주)한화가 인수하는 신주는 총액 9800억원 수준으로 한화에어로가 계획하는 유증(3.6조원)의 27% 규모다. 일각에서 이번 유증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주)한화가 대규모 차입으로 재무부담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9800억원 유증 참여…현금성 자산 부족 발목


장교동 한화빌딩. (사진=한화)
장교동 한화빌딩. (사진=한화)

(주)한화 이사회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의 건'을 가결했다. 

(주)한화는 지분율(33.95%)에 따라 회사에 배정된 신주 약 162만주를 주당 605000원에 인수한다. 주가는 변동하므로 오는 5월 29일 발행가액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주)한화 측은 보유 현금과 금융 조달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298억원에 불과하다. 증자 참여를 위해선 7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받아야 하는 셈이다.

대규모 차입을 통해 마련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재무부담이 커지게 된다. 작년 말 기준 (주)한화의 별도 기준 총 부채는 12조원으로 부채비율이 704%에 달하는 만큼 현재로서도 큰 재무 리스크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권 승계 위한 초석" "유럽 시장 위한 전략적 투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지난해 10월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지난해 10월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주)한화는 총수 일가가 최대 주주(특수관계인 포함 55%)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회장 22.6%, 김 부회장 4.9%,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지분 2.1%를 가지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지분율은 22.1%인데 이 회사는 김 부회장이 50%, 김 사장과 부사장이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유증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이라는 시각도 있다. 총수 회사인 한화에너지가 투자금 회수로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되면 추후 (주)한화 합병 시 더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에너지는 (주)한화 지분을 지속 매입해온 만큼 경영권 승계의 핵심 키가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1조3000억원을 투자해 한화오션 지분 7.3%을 주당 5만8100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방산·조선을 아우르는 핵심 중간지주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유럽 방산 블록화'와 선진국 경쟁 방산업체들의 견제를 뛰어넘기 위해 현지 대규모 신속 투자가 절실하다"며 유증의 필요성을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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