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지분 50% 8700억원에 先인수 추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최소 2500억 출자해야
인수 주체, 수년 간 '재무 부담' 가중될 가능성
아워홈 '경영권 분쟁' 인수 막판에 걸림돌 우려
아워홈 주주 '구지은·구명진' 경영권 사수 의지
[뉴스포스트=김주경 기자] 한화그룹 3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공식화하며, 인수합병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오빠인 구본성 전 회장과 언니 구미현 씨에게 경영권을 빼앗긴 구지은 전 부회장도 경영권 사수를 위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향후 판세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인수의 최대 관심사는 인수 주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한화)가 직접 자금조달할 수 있느냐의 여부였다. 하지만 김동선 부사장이 예상을 뒤집고 끝까지 사업 인수 의지를 밝힌 것이 현실화된 것이다. 다만 한화가 이번 인수 합병의 주체인 만큼 실제로 성사되기까지 재무 부담이 급증하는 등 진통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화는 아워홈, 범LG가의 국내 2위 식자재기업에 대한 인수를 공식화했다. 이번에 아워홈 인수를 강하게 주장한 인물은 한화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아워홈 인수 관련 TFT 신설을 완료했다. TFT 조직에서는 아워홈을 인수한 후 내부 문화· IT ·인력·시스템 등을 효과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핵심 역할을 맡는다. 아워홈 인수를 위한 실무총괄은 김형조 대표이사가 총대를 맨다.
김동선 부사장, 5년 만에 '급식시장 진출' 선언
아워홈이 한화에 인수된 뒤에도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역할 및 양사 간 시너지 창출 등 미래 전략을 논의하게 된다.
자금조달은 IMM크레딧앤솔루션이 조성하는 펀드를 활용하며, 조달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정도다. 나머지 금액은 한화그룹이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주체인 한화는 더 많은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현재 25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인천에서 테마파크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어 추후 재무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아워홈 인수 위한 TFT 신설 및 우리집에프앤비 설립
회사는 이날 아워홈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회사인 우리집에프앤비도 설립했다. 우리집에프앤비는 주식매매 계약상 당사자 지위와 권리·의무를 이전 받을 예정이다.
앞서 한화는 지난해 8월 아워홈 지분에 대한 주식거래 양해각서 체결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화와 아워홈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차적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수할 지분은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미현 아워홈 회장이 가진 1320만주(57.8%)다. 이들은 지분 약 58%의 인수가로 약 8600억 원을 제안했고, 다음 달 중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인수 방식, 50% 우선 매입 …2년 후 단계적 인수 가능성
한화는 50%의 지분을 먼저 사들인 후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중 나머지 약 8%를 2년 뒤 매입하는 단계적 인수를 추진 중이다.
만약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실제로 아워홈을 인수하면 5년 만에 급식·식자재 유통업에 다시 진출하게 되는 셈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020년 단체급식·식자재 유통(FC) 부문(현 푸디스트)을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에 팔면서 시장에서 발을 뺐다.
신성장동력 '식음료 사업' 몸집 키운다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하려는 주된 이유는 김동선 한화 부사장의 식음료사업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내세워 신사업에 골몰하는 등 사업 확장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2023년에는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한국 시장에 들여온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월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바꾼 것도 그 연장선이다.
최근에는 한화푸드테크를 앞세워 최근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도 인수한 것도 몸집 불리기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화 입장에서는 아워홈을 인수해 급식과 식자재 유통 등 범LG일가가 구축한 식자재 유통망을 활용해 식품 ·유통분야에서 시너지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김동선, 한화 내부 유통 계열사 '장악력 확대'될 수도
재계 일각에서는 김동선 부사장의 그룹 내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한화그룹은 계열사 재편을 통해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태양광·방산·화학 부문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회장이 금융,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을 관할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다만, 김동선 부사장이 맡고 있는 유통업의 매출 규모는 그룹 내 2% 미만에 그치는 등 근소한 수준이다.
'알짜' 계열사를 맡고 있는 형들보다 좁은 그룹 내 입지를 더욱 키우기 위해 아워홈 인수에 더 적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수를 공식화하긴 했지만 아워홈에 대한 인수가 실제로 성사되기까지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가 아워홈을 둘러싼 경영권 불씨의 분쟁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어서다. 한편 아워홈은 2017년부터 경영권을 두고 오너가 2세끼리 '남매의 난'이 반복되어왔다. 이번 이번 한화와 매각을 놓고서도 아워홈 안주인 4남매는 입장이 50:50으로 갈린다.
아워홈, 범LG일가 계열사…구지은·구명진 '명분' 내세우나
이번 아워홈 인수전에서 예상되는 최대의 복병은 아워홈 일가의 차녀 구명진 씨와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범LG일가가 구축한 아워홈이 상징성을 명분으로 세워 경영권을 다시 사수하려는 의지가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이 구사할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 남매는 경영권에 대한 의지가 적극적인 데다가 지분도 40%가량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분쟁의 불씨는 되살아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구지은 전 부회장의 입장에선 범LG가가 이미 구축해놓은 아워홈이 한화로 넘어가면 LG 계열사들이 수주한 급식 사업을 자칫 뺏길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은 한화 그룹 대신 장남, 장녀의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최측근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남매의 지분을 매입하려면 8600억원 가량 필요하다.
구지은·구명진, 사모펀드 · FI 활용해 '자금' 확보할 듯
자금의 일부는 사모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탈 등을 내세워 인수 조직을 구성해 대출로 메운 다음 나머지 자금 구 전 부회장이 재무적 투자자(이하 FI, 사업할 때 자금이 필요할 경우 사업의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에 손을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분 매수를 주장하는 결정적 이유는 '우선매수권' 행사다. 아워홈은 4남매가 지분을 나눠 가진 가족회사로, 누군가 지분을 팔 때 나머지 일가가 그 지분을 같은 조건으로 먼저 사갈 수 있도록 정관에 명시해놨다는 것.
이를 명분으로 내세워 매각을 협상 중인 장남과 장녀의 지분을 매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매수권 효력, 법원에서 판가름
우선매수권의 효력에 대한 해석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구본성 부회장·구미현씨 측은 지난해 9월 이미 구 전 부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에 대한 내용증명을 송달했음에도 답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 행사 권리가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 전 부회장 측은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한 만큼 우선매수권행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공산도 제기된다. 우선 구 전 부회장은 한화가 인수를 강행할 경우엔 우선매수권을 근거로 법원에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인수주체 측에서도 만일에 대비해 장남과 장녀의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유상증자를 통해 반대 측 지분을 희석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한화 내부적으로는 장남과 장녀의 지분을 50%만 우선 인수하고, 장남 지분 중 나머지 약 8%는 2년 뒤에 사들이는 '단계적 매입'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워홈·한화호탤앤드리조트, 인수 막판에 눈치싸움
한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아워홈은 인수합병을 발표하기 전 마지막까지 서로 간에 눈치 게임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서로 간에 인수 또는 매각을 위한 의지가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려면 인수주체는 물론 매각 주체에서 이사회를 열어 안건이 통과되어야 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으로선 인수와 관련해 그 어떤 말씀도 드릴 부분이 없다. 인수당사자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라는 것도 우리는 기사를 보고 알았다. 인수 주체의 의지가 선행되어야 협상을 위한 물꼬가 트는 것 아니겠냐."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 역시 "아워홈 답변과 관련해 우리는 오늘 당장이라도 이사회를 열어 IB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아워홈 인수를 논의할 수 있는 환경적인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아워홈은 내부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한 데다가 아워홈이 이사회를 열려면 지분을 가진 주요주주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등 적어도 2~3일이 소요되는 만큼 아워홈의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도 빠르게 진행되어야 우리 측도 협상을 위한 준비 단계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