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철 사장, 8일 한화빌딩에서 미래 비전 설명회
"유럽 블록화, 미국 존스법 대응 위한 전략적 판단"
"한화오션 인수에 자금여력 하락, 유증 필요성 대두"
"주주가치 제고에 무게 두고 소통 늘리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안병철 총괄사장이 사업 비전과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안병철 총괄사장이 사업 비전과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사업에 대해 숙고의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면서 나온 결과입니다. 승계와 전혀 관계가 없지만 주주, 시민단체, 정치권, 정부 당국의 지지 없이 밀어붙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영진은 제3자 배정 증자를 통해 소액주주의 주주가치 제고에 무게를 두겠습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전략부문 총괄사장이 절박한 목소리로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안 사장을 포함한 한화에어로 경영진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 비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한화에어로의 유증에 따라 지분이 희석되는 기존 주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지난주 금융감독원까지 유증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안 사장은 "유럽 방산화에 적기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앞으로도 소통을 적극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유럽 방산 블록 깨고, 미국에 자주포·탄약 수출"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안 사장은 유증의 필요성을 크게 방산·조선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방산에선 먼저 유럽의 방위비 상승 추세를 언급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방위백서에서 8000억유로(1290조원)를 방위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2%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2% 이상을 맞추는 국가가 없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비가 많이 오르고 있다"며 "트럼프는 재선 이후 6월까지 3%까지 올리라고 요구가 강력해진 만큼 유럽 방위비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사장은 다만 비유럽 회사인 한화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폴란드 전차, 자주포, 미사일을 한국업체가 전부 공급했다는 충격이 퍼져서, 유럽 업체들이 품질로 따라잡기보다 블록(장벽)을 쳐서 비유럽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유럽 진출을 위해 현지화가 필수인 만큼 이번 유증은 현지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자주포와 탄약까지 수출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안 사장은 "미국은 휠형 자주포를 선호하는데 궤도형 자주포를 주로 만드는 자사는 휠형 자주포을 자체 개발해 내년 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 국방부에서 보고 갔는데 호평했고, 자동화된 K9A2 무기도 정부와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탄약에 대해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많은 탄약을 보내며 생산능력(CAPA)이 부족해졌는데 자사가 공급하고 추후 장약까지 수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지 에너지 사업도 투자하고 있다. 안 사장은 "에너지 업체 넥스디케이드의 지분 6.83%를 인수한 만큼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밸류체인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선·해양 비중 늘려 종합 솔루션 기업 도약"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조선 분야도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미국은 자국 내에서 배를 건조하고 자국인으로 승무원을 채용하도록 하는 존스법에 따라 국내 상선 수출이 막혀 있는데 자사는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상선은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 전투선을 짓는 미국 업체와 차별화된 분야인 만큼 관련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호주에선 자주포와 장갑차 생산에 더해 현지 조선·방산 기업인 오스탈 지분 20%를 인수했는데,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한화는 오스탈과 경영권 인수를 두고 마찰을 빚어왔다. 지분을 더 늘려야 자회사 편입이 가능한 만큼 자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외에 해양 사업도 상선 분야에 준하는 수준까지 매출을 늘리며 남미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방산·조선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안 사장은 "라인메탈, KMW, 레오나르도 등 유럽 방산 기업도 자사처럼 조선·해양까지 폭넓게 사업을 하고 있지 않는다"고 밝혔다.

종합 솔루션 지향 이유에 대해선 "중동 국가가 무기 뿐만 아니라 숙소, 식사, 교육훈련 등 육군사업 전체를 담당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자사가 종합 방산 기업임을 강조하는 영업전략을 통해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정상화에 막대한 자금…소통 확대"


(사진=한화그룹)
(사진=한화그룹)

유증 배경으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 여력이 감소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 사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23년에 2조원을 투입했는데도 부족해서 1.5조원을 추가로 투입해 한화오션이 작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올해 영업이익 0.7조 추정도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화오션이 2023년 2조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할 때 한화에어로는 1조원, 한화시스템이 0.5조원, 한화에너지는 0.5조원을 지원했다. 안 사장은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가 전금액을 지원하려 했지만 자금여력이 안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가 1.3조원을 한화오션 지분 7.3%을 매입한 데 대해 안 사장은 "한화오션의 부채비율이 600% 이상이기 때문에 한화에어로의 연결회사로 잡히면 재무 사정이 악화돼 각국에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연결회사 편입은 해야 하기에 여러 숙고 끝에 주주 조약을 지난해 말 체결했고 주식을 바로 매입하지는 못해 2월 12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한화그룹)
(사진=한화그룹)

궁극적으로 유증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를 위한 주주가치 제고에 무게를 두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 사장은 "기존 3.6조의 주주배정 증자 방침은 2.3조원으로 낮추고, 나머지 1.3조원은 제3자 배정 증자로 하겠다"며 "비용은 해외 수출 수입과 회사채 등으로 충당하고, 주주 15% 할인도 받지 않고 대주주 프리미엄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주주 보호를 위해 1년 동안 락업(매도 금지)을 걸고, 발행가액 결정 후 이같은 사항을 결의하며 정도경영, 투명경영을 기본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덕목 삼아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더 많이 소통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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