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싱가포르 현지 M&A 가속화
남미 협력에 인도 조선소 투자도 고려
러시아 LNG쇄빙선 계약 재추진 가능성
자금여력 감소…유상증자로 유동성 확보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미국 해군성 존 필린 장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선박 블록 조립공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달 30일 미국 해군성 존 필린 장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선박 블록 조립공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화그룹이 공격적 M&A(인수·합병)를 통해 조선·해양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에 이어 싱가포르 다이나맥스, 호주 오스탈 지분을 인수했고 인도·남미·러시아 등 권역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M&A로 한화오션 자체 현금이 많이 감소했는데, 유상증자로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오스탈 지분 매입 심사, 싱가포르 해상 설비 업체 인수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호주 오스탈 사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 위해 당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 호주증권거래소 장외 거래로 오스탈의 지분 9.9%를 매수했는데, 호주 당국 승인을 거쳐 최종 지분 19.9% 이상을 확보할 방침이다. 호주에선 해외 투자자가 기업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당국 승인이 필요하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핵심 공급사로 소형 수상함·군수지원함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고,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한화시스템 60%, 한화오션 40%)와 시너지도 확대할 수 있다. 미국은 존스법에 따라 국내 선박 수출이 어렵지만, 자국 상선 제조업 부흥을 위해 현지 투자는 허용하고 있다.

관건은 호주 당국 심사와 오스탈 경영진 반발 진화다. 협상이 아닌 공개매수를 택했기 때문에 당국 승인 없이는 인수가 어렵다. 국가안보와 연관된 만큼 보수적이며, 통과해도 미국 당국의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오스탈 경영진들도 지분 인수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해양 분야에선 부유식 해상 설비 시장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 '다이나맥' 업체 지분 95%(8207억원)를 인수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싱가포르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해 왔다. 해양 설비 기술력 강화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전략적 사업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포부다. 


브라질 원유 시추, 인도 투자, 러시아 LNG선 등 모색 


한화드릴링 드릴십 ‘타이달 액션’호의 시운전 모습. (사진=한화오션)
한화드릴링 드릴십 '타이달 액션'호의 시운전 모습. (사진=한화오션)

향후 M&A를 비롯한 투자는 남미·인도·러시아 등에서 진행할 수 있다. 남미에서 눈독 들이는 분야는 해양 플랜트 사업이다. 해양 플랜트는 원유, 천연가스를 추출하기 위한 바다 위 설비다.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적자와 계약 파기 등 국내 조선사들이 홍역을 치른 분야기도 하다.

다만 현재 브라질, 가이아나 등 남미 해양에서 유전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만큼 기회는 충분하다. 주요 석유회사들은 중동이나 북미에 비해 미개발 구역이 많고, 잠재 매장량이 많은 남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추를 위한 드릴십 등 해양 플랜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달 드릴십 '타이달 액션' 호를 브라질에 파견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 계약에 따라 하반기에 홍카도르 유전에서 시추를 시작하며, 계약 규모는 5억 달러(약 7000억원)에 달한다.

인도에선 현지 M&A를 단행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2047년까지 전 세계 5위권 조선업 국가로 성장한다는 포부로 현지에 조선 건조·유지보수 클러스터 건립 계획을 밝혔지만, 현지 조선소는 28곳에 불과해 건조능력 향상이 필수다.

한화오션 대표단이 인도 항만해운수로부와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인도항만해운수로부 'X')
한화오션 대표단이 인도 항만해운수로부와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인도항만해운수로부 'X')

실제로 인도 항만부 관계자들이 지난 1월 한화오션 대표단과 면담해 협력 의지를 전했고, 한화오션도 같은 달 인도 동부에 위치한 힌두스탄조선소(HSL)를 방문해 시설을 살펴봤다. 기술력·인프라 등 문제로 대형 M&A는 어려움이 많지만, 중소형 선박과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목표로 한 현지 투자는 가능하다.

러시아에선 종전 이후 LNG쇄빙선 수요 확대 흐름을 타고 시장 재진출을 노릴 수 있다. 앞서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러시아의 북극항로 활성화와 유전개발 촉진을 위한 '야말 프로젝트'에 계약액 48억달러(약 6.7조원)에 달하는 잭팟을 터뜨린 바 있다.

하지만 서방의 대러제재 여파로 러시아 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와 체결한 LNG쉐빙선 3선 공급계약을 해지당하며 8.71억달러(약 1.23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수주한 쇄빙LNG선의 경우 북극해에서만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매수자를 찾기 어려웠는데, 종전 이후 제재가 완화되면 다시 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


현금자산 감소에 유상증자 통한 M&A 지원 


한화오션 부유식 도크에서 건조되고 있는 선박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부유식 도크에서 건조되고 있는 선박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지난해 2379억원, 올해 1분기에는 258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현금창출력이 개선되고 있지만, 지속된 M&A와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자체 투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은 줄고 있다. 한화오션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882억원으로 전년(1.8조원) 대비 3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모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성 자산은 1.3조원으로 전년(8579억원) 대비 늘었지만, 유럽 방산블록 제거를 위한 투자 확대 등으로 한화오션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한화오션이 2023년 2조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할 때도 한화에어로가 전금액을 지원하려 했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한화시스템 및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자금을 댔다.

그럼에도 한화에어로는 지난 2월 한화오션 지분 7.3%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42%로 늘리며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3.6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해 해외 조선 시설 및 추가 지분 투자에 8000억을 지원하겠단 방침을 세웠다. 

경영진도 조선 분야 현지화를 강조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 사장은 지난달 설명회에서 "미국은 자국 내에서 배를 건조하고 자국인으로 승무원을 채용하도록 하는 존스법에 따라 국내 상선 수출이 막혀 있는데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상선은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 전투선을 짓는 미국 업체와 차별화된 분야인 만큼 관련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키워드
#ㅡㄹ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