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할인없이 유증 참여…소액주주 15% 할인
경영권 승계 논란 진화…"방산·조선 투자 목적" 설명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지난 2022년 11월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드윈 퓰너 美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당시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퓰녀 헤리티지재단 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지난 2022년 11월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드윈 퓰너 美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당시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퓰녀 헤리티지재단 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사진=한화그룹)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액 중 1.3조원을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에 배정을 확정했다. 유증 결정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요식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총수 일가 회사가 유증에 참여하면서 논란이 진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 3개사(이하 한화에너지 등)는 한화에어로의 1.3조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지난 18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했다.


경영권 승계 의혹에 지분 증여·한화에너지 유증 참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연장 로켓 '천무 K-239'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연장 로켓 '천무 K-239'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는 지난 8일 유상증자 정정공시를 통해 한화에너지 등이 참여하는 1.3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했고, 한화에너지 등이 1.3조원을 이달 내에 한화에어로에 원상복귀 시키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측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은 '4월 내 1.3조 원상복귀 완료'라는 시장과의 약속을 준수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다"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에너지 등은 4월 28일 거래대금을 납입하고 이번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해당 주식은 내달 15일 상장돼 1년 간의 보호예수 기간을 적용받는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 25%, 김동선 부사장 25%)을 가진 총수 회사다. 이 회사가 투자금 회수로 많은 현금을 확보하면 추후 (주)한화 합병 시 더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어, 이번 유증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요식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유증에 따라 지분이 희석되는 기존 주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이달 초 금융감독원까지 유증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의 1.3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시가로 주식을 매수하도록 결의했다. 자금도 축소되고 유증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을 받아 매입이 가능하다. 대주주 프리미엄도 포기하며, 주주 보호를 위해 1년 동안 락업(매도 금지)도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경영권 승계 논란도 직접 매듭지었다. 지분 증여로 3남의 ㈜한화 지분율은 42.67%가 되며, 이들이 내야 할 증여세는 2218억원(3월 4일~31일 평균 종가 기준) 규모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과세된 세금은 법에 맞게 납부한다는 방침이다.


"유증, 승계 아닌 방산·조선 투자 목적" 적극 해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안병철 총괄사장이 사업 비전과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안병철 총괄사장이 사업 비전과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유증에 대한 배경 설명도 이어갔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사장은 지난 8일 설명회에서 유럽 방산블록(장벽)을 깨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언급했다. 그는 "폴란드 전차, 자주포, 미사일을 한국업체가 전부 공급했다는 충격이 퍼져서, 유럽 업체들이 품질로 따라잡기보다 블록을 쳐서 비유럽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유럽 진출을 위해 현지화가 필수인 만큼 이번 유증은 현지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자주포와 탄약까지 수출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안 사장은 "미국은 휠형 자주포를 선호하는데 궤도형 자주포를 주로 만드는 자사는 휠형 자주포을 자체 개발해 내년 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 국방부에서 보고 갔는데 호평했고, 자동화된 K9A2 무기도 정부와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조선 분야 현지화를 위해서도 자금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안 사장은 "미국은 자국 내에서 배를 건조하고 자국인으로 승무원을 채용하도록 하는 존스법에 따라 국내 상선 수출이 막혀 있는데 자사는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상선은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 전투선을 짓는 미국 업체와 차별화된 분야인 만큼 관련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 여력이 감소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 사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23년에 2조원을 투입했는데도 부족해서 1.5조원을 추가로 투입해 한화오션이 작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올해 영업이익 0.7조 추정도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가 1.3조원을 한화오션 지분 7.3%을 매입한 데 대해 안 사장은 "한화오션의 부채비율이 600% 이상이기 때문에 한화에어로의 연결회사로 잡히면 재무 사정이 악화돼 각국에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연결회사 편입은 해야 하기에 여러 숙고 끝에 주주 조약을 지난해 말 체결했고 주식을 바로 매입하지는 못해 2월 12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궁극적으로는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반투자자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IR 설명회 ▲언론 설명회 ▲유튜브 출연 ▲시민단체 토론회 참관 ∆소액주주 소통을 위한 콜센터 개설 ▲홈페이지 소통창 운영 등을 진행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초일류 육해공 종합 방산업체'로 입지를 다지면서 한화오션과 함께 '글로벌 조선-해양-에너지 톱-티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유상증자로 확보할 3.6조원을 포함해 약 11조원을 유럽 현지 생산거점 확보와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 필수적이고 시급한 사업에 전액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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