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사드 'L-SAM II' 및 차세대 발사체
오스탈 지분 인수·MRO 등 해양 사업 강화
K-9 자주포 국산화…김동관, M&A 진두지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장을 강화하는 유럽이 역내 기업 무기를 우선적으로 구매하기로 하면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도 방위비 인상을 압박해 자국산 무기 판매를 늘릴 방침이다. 방산블록 강화로 한국 방산업체에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투자 방침과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 참석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 참석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화가 육해공 종합 방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주력인 K-9 자주포 수출에 이어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고고도요격유격탄(L-SAM-II)' 개발 참여,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 인수 등을 추진하면서다.

해양 플랜트와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도 나선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협력해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방공·발사체 등 항공우주 분야로 확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연장 로켓 '천무 K-239'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연장 로켓 '천무 K-239'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0일 국방과학연구소와 L-SAM-II 유도탄 기술 통합과 검증, 체계종합과 발사대 등 총 1986억원의 시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L-SAM-II는 L-SAM보다 높은 고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유도탄으로,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까지 약 5677억 원을 투자해 국내 19개 업체와 개발에 나선다.

지난해 11월 개발 후 2027년 실전 배치가 예정된 L-SAM과 함께 L-SAM-II는 '한국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린다. 요격고도를 100㎞ 이상으로 높인 L-SAM-II는 40~150㎞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주한미군 사드를 대체할 수 있다. 해당 무기들의 전력화가 완료되면 북한 핵과 미사일을 상층에서 요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천궁-II도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하지만, 사거리 약 1,000km 이내의 단거리 방어 목적이 크다. L-SAM은 이들보다 높은 고도에서 떨어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이상을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발사체 분야에선 지난해 차세대발사체 체계 종합 기업으로 선정돼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2030년에 첫 번째 발사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며, 발사체에 실릴 달 탐사선에는 자체 개발한 추력기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소형 발사체 '블루웨일' 등 추진 기술력을 보유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오스탈 인수 동력 확보·MRO 시장 공략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해양 방산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소형 수상함·군수지원함이다. 한화는 지난 6일 미국 정부로부터 호주 오스탈 지분을 최대 10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핵심 공급사로 소형 수상함·군수지원함 점유율 1위 기업이다. 

한화는 올 3월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했고, 동시에 19.9%까지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호주와 미국 정부 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호주 당국 승인까지 받게 되면 최종 지분 19.9% 이상을 확보할 방침이다. 호주에선 해외 투자자가 기업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당국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 군함 MRO도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월리 쉬라' 호의 MRO 사업을 수주해 정비 과정을 거쳐 지난 3월 인도했다. 이 과정에서 함정의 새로운 정비 소요를 발견해 추가 매출을 보장받는 수정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해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했다. 필리조선소 인수는 한화오션이 보유한 최고의 기술력과 솔루션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글로벌 해양 방산 산업에서의 입지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예정이다.


"유럽도 못한 종합방산기업 도약, 한화가 해낼 것"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공·우주·해양 분야로 방산 사업이 확장되면 육상에 치우쳐 있던 한화의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캐시 카우인 K9 자주포를 인도·이집트·호주·노르웨이·폴란드·루마니아 등 다양한 국가에 수출해 왔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분쟁이 다시 격화되는 가운데, K9 자주포는 인도에서 '바즈라(Vajra)'라는 이름으로 개량돼 운용되고 있다. 파키스탄이 국경에 배치한 중국 자주포 SH-15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현지 언론 평가가 나왔고, 지난 4월에는 인도 최대 방산기업 L&T와 3714억원 규모의 추가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자주국방 염원 실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화는 지난해 K9 자주포 엔진의 핵심 부품(약 500개) 국산화를 이뤄냈다. 당초 독일제 엔진을 사용했던 터라 독일이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에 대해 방위제품 공급을 제한해 K9 자주포를 수출하지 못한 선례가 있었다. 결국 국산화를 통해 독자 수출능력을 갖추게 됐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열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한화 방산계열사 사장들과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열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한화 방산계열사 사장들과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며 방산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에 이어 싱가포르 다이나맥스, 호주 오스탈 지분을 인수했고 인도·남미·러시아 등 권역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모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도 할인 없이 참여하며 책임 경영 의지를 다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방산·조선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도 밝혔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사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서 "라인메탈, KMW, 레오나르도 등 유럽 방산 기업도 자사처럼 조선·해양까지 폭넓게 사업을 하고 있지 않는다"며 "중동 국가에서 숙소, 식사, 교육훈련 등 육군사업 전체를 담당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종합 방산 기업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통해 수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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