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함 건조
마스가 최대 수혜…필리조선소 역량 강화 추진
오스탈 인수·캐나다 잠수함 수주 '파죽지세'
실적 증가로 경영 안정화…재무구조도 개선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미 투자 확대로 특수선 사업과 오스탈 인수 시너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미국 특수선 시장은 안보 이슈와 연관돼 미국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건조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시 향후 현지 특수선 사업 수주에도 훈풍이 예상된다.
마스가 프로젝트 핵심 기업…韓美 방산 협력 가교 역할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핵추진 잠수함을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고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대미투자액 중 1500억달러를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다시 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미 현지 조선소를 보유한 만큼 마스가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억 달러(약 1441억)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는 현지 건조 역량을 크게 증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7.2조원)를 투입해 연간 1.5척 수준인 생산 능력을 20척까지 증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핵추진잠수함이 성공적으로 건조될 시 양국 방산 협력이 조선·해양 영역으로 더욱 확장할 전망이다.
HD현대·美 특수선 업체와 경쟁 우위 점한다
한화는 핵추진잠수함 건조로 HD현대 및 미국 방산업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배를 건조하고 자국인으로 승무원을 채용하도록 하는 존스법에 따라 국내 상선 수출이 막혀 있다.
미국 조선업체는 핵잠수함, 항공모함, 전투함 위주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상선 부문이 취약하다. 비싼 인건비 탓에 상선 건조 시 선가가 4~5배 이상 오르기 때문이다. 한화는 현지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을 낼 방침인데, 미국 조선소가 없는 HD현대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미국 특수선 업체들과도 경쟁이 가능해졌다. 특수선 사업은 방산과 연관된 특성상 미국 현지업체들과 경쟁이 어려웠는데, 잠수함이 잘 건조되면 향후 미국 핵잠수함이나 전투함 등 사업도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승인한 오스탈 지분 인수 완료 시 시너지도 강화할 수 있다. 한화는 지난 6월 미국 정부로부터 호주 오스탈 지분을 최대 10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호주 기업 오스탈은 미 해군의 핵심 공급사로 소형 수상함·군수지원함 점유율 1위 기업이다.
한화는 지난 3월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했고, 19.9%까지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포부다. 호주에선 해외 투자자가 기업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당국 승인이 필요한데, 승인이 완료되면 최종적으로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27일 올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오스탈 인수는) 지난 분기 상황에서 크게 변화는 없다"며 "(호주 정부의) 인수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조만간 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 훈풍…실적·재무 구조 개선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의 수주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장보고-Ⅲ 배치(Batch)-Ⅱ' 잠수함에 직접 탑승했다.
한화오션 측은 "카니 총리에게 CPSP 제안 모델인 장보고함의 설계 및 생산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며 "거제사업장에서 동시 건조 중인 여러 척의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들을 소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 조선 인프라와 한화오션의 압도적인 생산 역량을 직접 선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경영 안정화 국면에 진입했다. 회사의 올 3분기 매출은 3.02조원, 영업익은 289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8%, 1032% 증가했다.
특수선 부문 매출도 3750억원, 영업이익 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109% 상승했다. 필리조선소 생산 능력 확대와 오스탈 인수 완료, CPSP 수주 시 실적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재무 구조도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50%,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12%다. 전년 동기에는 각각 291%, 6.85%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