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 제한·존스법 등 선박 수출 어렵지만
솔루션 수출 및 기술 이전으로 매출 증대
현지 업체와 협력 강화해 특수선 건조도 추진
美 공동펀드 조성해 조선소 인수도 검토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4년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4년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HD현대가 상선 수출길이 막힌 인도·미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직접 수출 대신 현지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설계·건조 기술을 전수해 매출을 확대하고 현지 진출 기회도 모색하는 방안이다.

회사는 공동 펀드 조성으로 현지 조선소 직접 인수도 검토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상선 수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CSL)와 '인도 해군 LPD(상륙함)'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코친조선소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위치한 인도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상선부터 항공모함까지 다양한 선종의 설계·건조·수리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 7월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코친조선소와 MOU를 체결하며 ▲설계·구매 지원 ▲생산성 향상 ▲인적 역량 강화 등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 기조에 조선업 기술 이전 추진


인도 코친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인도 코친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앞서 인도 정부는 2047년까지 전 세계 5위권 조선업 국가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로 현지에 조선 건조·유지보수 클러스터 건립 계획을 밝혔지만, 인도 현지 조선소는 28여곳에 불과해 건조능력 향상이 절실하다. 이에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작년 11월 조선업 협력 요청을 위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한 바 있다.

HD현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건조 기술을 제공해 인도 조선업 진출을 가시화할 방침이다. 이번 MOU에선 인도 해군이 추진하는 상륙함 사업에서 협력하며, 인도 특수선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인도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경제 성장 축으로 삼아 다양한 해외 기업을 유치하고 있지만, 특수선 시장은 안보 이슈와 연관돼 해외 기업 진출이 다소 제한되고 있다. 가령 인도 보험사에 대한 FDI는 기존 74%에서 올해 100%로 확대돼 외국계 회사의 단독 진입이 가능해졌지만, 방산 산업은 현재까지도 74%까지만 자동 승인이 가능하다.

이외 지분 투자는 인도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투자 및 기술 지원으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설계·건조 기술 이전 시 로열티도 받을 수 있고, 첨단 기술을 이전하는 형식은 아니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

HD현대 관계자는 "인도 조선업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국내에선 잘 만들지 않는 선박을 많이 건조한다"며 "기술 지도, 설계 제공, 기자재 납품 등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상선 취약한 美…헌팅턴·서버러스캐피탈과 협업해 기회 모색


HD현대중공업이 지난 4월 30일 존 필린 신임 미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존 필린 장관을 만나 조선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직접 소개하고, 한·미간 조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지난 4월 30일 존 필린 신임 미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존 필린 장관을 만나 조선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직접 소개하고, 한·미간 조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HD현대)

미국에서도 외국 조선 기업의 직접 진출은 제한돼 있다. 자국 내에서 배를 건조하고 자국인으로 승무원을 채용하도록 하는 존스법에 따라 국내 상선 수출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직접 진출을 위해선 현지 기업이나 조선소 인수가 필요한 만큼 리스크가 큰 편이다. 

다만 미국 조선업체는 핵잠수함, 항공모함, 전투함 등 특수선 분야에 강한 반면 상선 부문은 취약하다. 인건비와 원자재 값이 비싸 선가가 4~5배 이상 오르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조선소 인수 외에도 기술 협력·공동 펀드 조성을 통해 우회로를 찾고 있다.

HD현대는 앞서 헌팅턴 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를 체결해 미국 내 조선생산시설을 인수하거나 신규 설립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또 헌팅턴으로부터 군함 건조 역량과 비용 개선 노하우를 전수 받아 해군 군수지원함 건조에도 도전한다는 포부다.

HD현대가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캐피탈 최고경영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HD현대가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캐피탈 최고경영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서버러스캐피탈과의 투자 성과도 관건이다. 지난 8월 HD현대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서버러스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버러스캐피탈은 한진그룹이 운영하던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인수해 조선소 일부를 HD현대에 임대하는 등 협업을 이어오고 있어 중요한 파트너로 부각되고 있다.

HD현대는 서버러스캐피탈과 공동 투자를 통해 미국 조선소 인수나 기자재 업체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에 단순히 상선 건조기술 수출만 하지 않고 여러가지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 조선소 직접 인수도 함께 검토하고 있어 협업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밝혔다.

AI 방산업체 팔란티어와도 인공지능(AI) 조선소 프로젝트를 위해 협업 중이며 지난해 9월부터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국가마다 환경이 달라 모든 국가에서 조선소를 운영할 수 없지만, 자사가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실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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