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 "美 조선업 韓 도움·협력 필요"
조선 대형 3사, 13년 만에 연간 흑자 전망 유력
韓 조선업, 中과 4배 차이...내년 수주량 하락 예상
美 수출 막히고 현지 투자만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
무역협회 관계자 "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관세 폭탄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도체 현지 생산, 망 중립성 폐기 등 국내 주요 산업계에 타격이 예상된 가운데, 각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조선업에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국내 조선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내년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감소 등 불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시장을 공략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수'출'이 아닌 '협력'을 콕 집어 말한 만큼,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일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의 협력 요청에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도 조선업이 침체에서 회복돼 종래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업계와 협의해 조선업을 포함해 미국 관심사와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협력 기회를 다양한 산업에서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흑자에도 中과 차이↑... 내년 수주량 하락 예상
조선업계는 올해 대형 3사가 연간 13년 만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불황에서 회복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HD한국조선해양 9350억원, 삼성중공업 3285억원, 한화오션 689억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추산한 연간 영업이익은 HD한국조선해양 1조3989억원, 한화오션은 1734억원, 삼성중공업은 473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과 점유율 차이가 4배 가까이 벌어진 만큼 내년에도 호황을 장담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해운·조선업 3분기 동향 및 2025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올해 대비 28% 감소한 4200만CGT로 전망되며, 보고서는 우리나라 수주량은 950만CGT로 9% 줄어들 것으로 바라봤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자국 발주량을 전부 생산하는 중국에 밀려 3년 연속 2위에 그치고 있다. 점유율은 2021년 37%(중국 49%), 2022년 33%(중국 51%), 2023년 24%(중국 60%)로 하락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까지의 점유율은 17%로 중국(69%)과 차이가 더 커지고 있다.
'무역적자 60조' 수출 막히고 현지투자만 요구할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협력이 수출이 아닌 현지 생산이나 기술 이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대미 선박 수출은 존스법에 따라 제한된 만큼 폐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은 존스법을 통해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이 미국에서 건조되게 하고, 미국인 선원이 탑승한 미국 선적의 선박에만 운송하도록 해 다른 국가 선박의 수출을 통제해왔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에 팔고싶으면 미국에서 만들어라"는 기조를 펼치고 있는 만큼, 고관세 등을 빌미로 미국 현지 투자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대만을 제치고 대미 최대 투자국(약 30조1258억원)으로 발돋움했지만, 미국의 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445억 달러(약 62조3534억원)에 달한다. 적자 축소를 위해 수출보다 현지 투자를 강하게 요청할 수 있다.
한화, 필리조선소 인수 등 대미 투자… 中 규제 반사이익 가능성도
업계에선 작년 5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적극이다. 한화는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 지분 전량을 1억 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같은달 한화오션은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가 실시하는 363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 생산거점 확보를 통해 매출 다각화를 노릴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인 만큼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는 "조선의 경우, 미국의 중국 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등 중국 견제 움직임에 힘입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수리·점검 사업에 참여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