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협력 광폭행보…배터리·5G 기술까지 [재계 레이더]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자동차·기아)이 삼성과 배터리·5G 특화망 기술 등 모빌리티를 넘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과거부터 각별한 사이로 꼽히는 만큼 두 수장의 친분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로봇용 배터리' 이어 5G 특화망 실증 협력

현대차는 26일 삼성전자와 협력해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관련 기술을 다음달 3일부터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ITㆍ전자 박람회인 'MWC25 바로셀로나'에 전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력 강화를 위해 제조 기술의 스마트화 등 추진 과정서 네트워크 솔루션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선제적인 기술 협력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부터 삼성전자의 수원사업장 내 기지국과 통합관리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5G 특화망 레드캡 인프라 설비로 현대차가 직접 설계한 완성차 검사 단말기를 활용해 공장 내에서 운용할 장비와의 통신 성능에 대한 검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5G 특화망은 특정 기업이 사내 또는 특정 구역 내의 통신을 위해 해당 구역 내에 별도의 기지국을 설치하고 별도의 통신 주파수 대역을 활용, 외부 인터넷·모바일 사용자와 통신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 전용 통신 체계다. 외부 간섭이 없는 만큼 통신 단절이나 지연이 거의 없어 초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할 수 있다.

전날에도 현대차 그룹 차원에서 삼성SDI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핵심은 배터리 형태를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출력과 사용시간을 대폭 늘린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협약에 따라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은 신규 개발 배터리의 로봇 적용 평가 및 성능 고도화를 담당한다. 다년간의 로봇 개발 및 운용 경험으로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배터리 최대 충·방전 성능, 사용 시간 및 보증 수명 평가 등도 진행한다.

삼성SDI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고용량 소재를 개발하고, 설계 최적화를 통한 배터리 효율 고도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기존 대비 대폭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로봇 전용 배터리 혁신을 위한 대표적인 협력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정의선 두터운 친분…협력 가속화할까

이 회장과 정 회장은 경쟁이 만연한 국내 대기업 일가 중에서도 특히 가까운 사이로 꼽힌다. 1968년생과 1970년생이라는 나이도 비슷하고, 재계 선두를 다퉜던 삼성과 현대의 3세 후계자라는 점, 삼성물산과 현대글로비스 등 지주사를 통한 승계구도를 추진하는 점도 닮아 있다. 

특히 정 회장이 이 회장과 함께 지난 2020년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고, 같은해 7월 이 회장이 현대차그룹 미래 기술을 책임지는 남양연구소를 찾으며 '동맹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같은해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당시 정 회장은 주요 총수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고, 이어 열린 비공개 영결식에도 참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배터리 자체기술 확보에 나선다고 밝히는 등 이후 협력할 만한 분야는 많지 않아 보였지만, 협약을 통해 협력이 가속화되면 두 수장 간 친분이 더욱 두터워질 수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앞서 내년 출시될 GV90에 연간 2만대 수준의 삼성SDI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히며 배터리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