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유니버설 로봇 과반 점유율
AI·소프트웨어 역량 부족하다는 지적도
가격 경쟁력 앞세운 중국 업체와 경쟁 부담
"인공지능(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CES 2025에서 로봇과 결합된 AI 시대를 강조하면서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온디바이스 AI 생태계를 주도할 로봇 산업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요. 다각적으로 이를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두산로보틱스가 유니버설 로봇의 '락인 효과'와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맞서 사업을 재정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강화하겠다는 회사 방침이 나오며 주가가 급등하긴 했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근본적인 AI 제어·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협동로봇 부문에서 388억원(해외 253억원, 내수 135억원)의 매출을 냈다. 협동로봇은 전체 매출(468억원)의 83%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협동로봇의 가격은 내수, 해외에서 각각 2415만원, 3444만원이다. 매출에서 이를 나누면 총 판매량은 1296대(내수 561대, 해외 735대)로 집계된다. 이는 회사가 지난해 생산한 로봇 생산량(1646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실제로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7%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412억원으로 적자 폭이 115% 늘었다. 판매 부진에 재고자산도 293억원으로 전년 대비(141억원) 2배 이상 폭증했다.
中, 가격 경쟁력·시장 규모 모두 압도
회사 측은 매출 이연과 행사 참가,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를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일각에선 중국 업체 대비 비싼 가격과 유니버설 로봇의 강력한 점유율을 지적한다.
일례로 중국 기업 '엘리트 로봇'이 해외에서 판매하는 협동로봇 'EC66'의 가격은 16875유로(2757만원)인데, 유사한 스펙의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M0609'의 내수 판매가격은 4477만원에 달한다. 이는 내수 가격인 만큼 해외로 비교할 시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중국 기업들은 협동로봇 대당 1000만원 이하라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용 로봇 시장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 전 세계에 약 54.1만대의 산업용 로봇이 신규 설치됐는데, 이중 51%(약 27.6만대)가 중국에 몰렸다.
한국의 로봇 밀도(근로자 1만명당 로봇 대수)는 1012대로 중국(470대)보다 2배 이상 높지만, 중국의 높은 제조업 비중과 인구 차이를 당해낼 수 없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올해 초 딥시크 충격 이후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이 AI와 로봇 분야까지 확산되는 점도 리스크다.
유니버설 로봇 락인 효과에 소프트웨어 '약한 고리'
유럽(17%)과 미주(10%)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 공략도 쉽지 않다. 덴마크 기업인 유니버설 로봇이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점유율은 5% 수준이다.
로봇이 고가의 제품인 만큼 '락인 효과'도 강하다. 로봇팔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해외 로봇팔 제품을 선호하는 데다 별 문제가 없으면 사용하던 제품을 계속 쓴다"며 "국내 제품을 쓰려면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기술력이나 가격에 있어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AI 제어·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온디바이스 AI는 로봇에 AI 기반 운영 모델을 내장해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어 기술이다. 유니버설 로봇은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UR AI 엑셀러레이터' 등 관련 기술을 강화하는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아직까지 명확한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중복 상장·두산밥캣 합병…휴머노이드 투자 확대 방침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023년 10월 8일 상장 직후 시장의 큰 관심을 받으며 주가가 160% 넘게 급등했다. 동시에 중복 상장으로 지주사인 ㈜두산의 주주가치 하락도 불러왔다. ㈜두산의 주가는 두산로보틱스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9월 12일 16만6600원까지 올랐지만, 상장 이후인 10월 27일 주가가 7만21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건설기계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0.63:1 비율로 합병시키기로 결의하면서 두산밥캣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금융감독원도 정정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심화되자 결국 합병을 철회했다.
최근에는 지능형·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투자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회사 주가가 다시 급등했다. 9일 3만9550원이었던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이같은 방침을 밝힌 다음날인 15일 장 초반 11%나 급등했다. 24일 종가 기준 주가는 5만1100원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지난 14일 "협동로봇 시장을 넘어 성장 잠재력이 더욱 큰 지능형 로봇시장의 탑 티어가 되기 위해 기술 혁신으로 제품 초격차를 이끌어 내고,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며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기술 개발 및 내재화, 전략적 파트너십, M&A 기회 확보 등 가용 자원을 총 동원할 뿐만 아니라 실행 중심의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 혁신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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