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밀도 1위지만 소유 위주…제조 경쟁력 확보 필요"
"휴머노이드 100만대 넘으면 시간당 원가 1.2달러 수준"
"로봇 서비스 시장, 휴머노이드-산업용 중간형태 가능"
"낮은 내구성, 느린 자급 속도…방향 잘 정해서 키워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사이드 플립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유니트리 유튜브)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인공지능(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CES 2025에서 로봇과 결합된 피지컬 AI를 강조했다. 피지컬 AI는 인간 수준의 의사결정 능력을 지닌 AI가 기계·로봇 등 실물 하드웨어에 적용돼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할 수 있어, 로봇·모빌리티 경쟁력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은 벽에 부딪혔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지난해 잇단 사고로 운행에 어려움이 가중돼 사업을 중단했다. GM도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올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삭감했고,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한 상황이다. 애플도 자율주행 전기차 연구를 맡았던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며 발을 뺐다.

휴머노이드 사업의 경우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작년 12월 첨단전동화휴머노이드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격상해 2027년까지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율주행차도 하나의 로봇으로 꼽히는 만큼, 로봇 경쟁력도 자연스레 확보할 수 있다.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휴머노이드 로봇과 모빌리티 산업의 융합, 한국의 전략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자율주행·휴머노이드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며 국회에 제언을 이어갔다. 이날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 내용을 일문일답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휴머노이드와 첨단이차전지 산업의 미래


발표하는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발표하는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새로운 시대의 로봇을 이야기하려면 기존에 이야기하던 로봇의 개념으로는 부족하다. 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임하면서 내부 회원사와 대화했을 때 휴머노이드는 장난감이라는 말이 많았다. 휴머노이드가 로봇으로 인정못받는 현실에서 첨단전동화휴머노이드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격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짰다. 작년 12월에 결국 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됐다. 획기적인 조치였는데, 젠슨황이 CES 2025에서 피지컬 AI를 강조하기 전부터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발표 내용에 2차 전지도 있는데, 저는 과거 정책부터 시작해서 2차전지 연구개발(R&D)까지 총괄해 왔다. 전략은 기존에 하던 전지 사업과 2차 전지를 완전히 구분하자는 것이었다. 2차전지도 리튬계로 세분화했고, 학연에서는 전고체 전지하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5년 안에 상용화를 제안했다. 2차전지가 막 시작되는 시기여서 리튬형에 집중했고, 2003년에 원통형, 중대형 파우치 배터리를 상용화했다. 지금도 우리 배터리 기업의 캐시 카우는 이 두가지다.

차세대 전지 로드맵을 짤 때 로봇용 전지도 짰다. 우리나라는 로봇 보급 밀도가 세계 1위다. 근데 세계적인 로봇 소유 국가지, 제조 국가가 아니다. 산업용 로봇조차도 미국과 일본, 중국에 밀려 있다. 로봇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도 기반이 돼야 첨단전동화휴머노이드를 양산할 수 있다. 이는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피지컬 AI로 AIDC와 고성능 첨단 이차전지가 이끌 수 있다. 인구위기,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미래에 AIDC 기반의 피지컬 AI는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


휴머노이드가 만드는 반값 자동차


발표하는  임은영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발표하는 임은영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 임은영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향후 휴머노이드 시대에는 가구당 최소 1대의 로봇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동차 시장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시장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 BYD가 자국에서 차량 가격을 34%까지 깎으면서 출혈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수는 28.6만개에 달한다. 85%는 최근 5년 이내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로봇이 들어오고 나서 많이 바뀔 것 같다. 100년 전 포드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시작된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파업 등 노사 리스크를 많이 겪었다. 특히 생산과정인 프레스-차체-도장-의장 중 의장라인에 95%이상의 근로자가 몰려 있다. 고용이 중요하다 보니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선진국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에 배치되면 이 100년의 리스크가 사라질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100만대 넘게 보급되면 로봇 가격이 3만달러(약 4082만원)까지 떨어질 것이란 일론 머스크의 전망이 있다. 이렇게 되면 시간당 원가가 1.2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에는 자동차 공장 한 곳당 연 30만대 가량의 차를 생산할 수 있었는데, 무인 공장이 되면 50만대까지 늘어난다. 국내 공장 원가를 따져보면 인건비가 매출의 35%를 차지한다. 인력이 로봇으로 대체가 된다면 인건비가 거의 10분의 1로 떨어질 수 있다. 휴머노이드 보급이 100만대 이상으로 가속화되면 원가를 41% 절감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조립 라인에 사람이 몰려있는데, 6개의 차량 모듈 덩어리를 로봇이 다 조립하게 한 다음에 나중에 다 합치는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 테슬라의 언박시드 프로세스가 대표적이다. 미국 빅테크들도 로봇시장에 진출했는데,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 제조업 회사들이 미국 빅테크와 파트너십 통해 기회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두뇌(AI 칩), 관절(액추에이터), 체력(배터리) 등. 액추에이터만 만드는 기업도 완성차 업체와 비슷한 17%의 영업이익률을 가져갈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자유도는 20~40개에 달하므로 수요도 큰 편이다.


실내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프로바이더의 발전과 전망


김창구 클로봇 대표.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김창구 클로봇 대표.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 김창구 클로봇 대표: 자사는 코스닥에 상장된 로봇 기업으로 주52시간제, 최저임금 등 이슈로 인턴 한명만 채용해도 한달에 3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일할 사람이 많지 않다. 군대 조리병도 최근 기피 현상이 심해서 로봇으로 할 수 없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물류창고 같은 3D 일도 그렇다. 로봇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로봇 분야에 굉장히 많은 투자했는데 실패한 것도 많다. 현실을 따져 보면 미국, 일본, 중국, EU 다음 5위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로봇 수요국이지 제조국은 사실 아닌데, 7년 전 창업 당시 로봇을 어떻게 만들고 서비스하고 양산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추세가 너무 빨리 변하고, 투자하는 자금의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보니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경쟁하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래서 로봇 밸류체인을 고려해봤더니 솔루션 프로바이더, 서비스 프로바이더 등 다양한 포지션이 있었다. 자사는 로봇을 잘 활용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거듭나기로 했다. 단기간에 상용화가 가능한 실내주행 자율로봇에 주행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를 공급했다. 첫 번째 창업 당시 소프트웨어를 카멜레온이라고 명명해 국내 최초로 다양한 회사에 범용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급했다.

현재 사업 영역은 크게 두 가지인데 서비스와 로봇 솔루션이다. 과거엔 소프트웨어 솔루션만 하니 매출이 너무 적었다. 소프트웨어 하나에 500만원이면 1000대의 규모 있는 계약을 맺어도 50억원 정도 수준이다. 현대차, 네이버로부터 벤처투자를 많이 받았는데, 상장 통한 엑시트를 위해선 매출 300억원은 돼야 한다고 조언을 받았다. 자사는 하드웨어를 직접 매입해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뒤 로봇을 서비스하는 모델을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300억원 달성하면서 코스닥 상장도 이뤄냈다.

로봇손이 있는 휴머노이드가 궁극적인 로봇의 형태지만, 아직은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의 중간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로봇 제조는 일본, 서비스는 중국에 밀리고 있다. 클로드는 서비스 로봇(안내, 순찰 등)에 집중하고 있고,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유망하게 보는 건 건물청소, 공장 내 순찰로봇, 물류 배송로봇 등이다. 지원을 대폭 늘려 우리나라가 로봇 3대 강국 안에 들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 


발표자 토론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현대·기아차는 첨단전동화휴머노이드의 큰 수요기업이지만 휴머노이드는 현재 낮은 내구성, 느린 자급 속도의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람보다 빠르지 않고 정확하지도 못하다. 가령 테슬라 모델 3 생산 당시 자동차는 생각보다 복잡해서 의도적인 공차가 들어가야 되는데 이 자동화가 쉽지 않다. 비정형으로 하면 특히 더 어렵다. 실내에서 실외로 나간다면 비정형 과정이 훨씬 더 많이 요구된다. 정형화된 운동을 하는 로봇은 제조업, 비정형 운동 로봇은 집안일을 하는 가정 쪽에서 많이 쓴다. AI 기술력으로 백업하는 형식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제조가 먼저 보급되고 이후 가정으로 갈텐데 보급 시기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클 수 있다. 로봇에서의 자율주행과 자동차의 자율주행도 아주 다르다. 자동차도 도로 환경이 복잡해서 자율주행 구현이 어려운데, 실내에서 실외를 오고가는 로봇은 더 쉽지 않다. 

■ 김창구 클로봇 대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가 굉장히 많은데, 그 빠른 시간에 휴머노이드 창업을 많이 이뤄낸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완성업체 생태계가 잘 잡혀 있고 소싱(외주)하는 생태계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좁아서 이렇게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힘든 구조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과 협업하자니 기술 유출 리스크라는 어려운 점이 있다.

■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로봇도 배터리처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로봇도 2차전지와 비슷하게 투자했는데 유일하게 실패했다. 다른 국가첨단전략기술 9대 산업은 다 먹거리가 됐는데 로봇은 정체돼 있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 중 로봇 사업을 가장 잘하는 기업은 현대·기아차다. 그럼에도 냉정하게 얘기하면 아직 돈을 못벌고 있고, 많은 것을 하고 있지만 집중하겠다는 사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빠른 속도로 집중해서 투자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첨단전동화휴머노이드 양산 타이틀을 가지고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 전통로봇 고도화를 그대로 밀고 가되, 첨단모빌리티와 전동화 휴머노이드는 방향을 잘 정해서 잘 키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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