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보틱스, 순손실로 현금유출 지속
HD현대, 조선업 초호황 힘입어 현금비축
교환사채 통한 현금유입…IPO 동력 약화

"인공지능(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CES 2025에서 로봇과 결합된 AI 시대를 강조하면서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온디바이스  AI 생태계를 주도할 로봇 산업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요. 다각적으로 이를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HD현대 사옥. (사진=HD현대)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HD현대 사옥. (사진=HD현대)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HD현대가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현금창출력을 키우고 있다. 자회사 지분을 통한 교환사채(EB) 발행에도 나섰는데, 보유자산 유동화를 통한 현금 비축으로 HD현대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연구개발(R&D) 지원도 검토할 수 있는 분위기다.


순손실에 성장률 하락…IPO 가능성 제기


HD현대의 용접용 로봇. (사진=HD현대)

HD현대로보틱스는 HD현대 90%, KT 10% 지분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 회사로 지난 2020년 5월 HD현대에서 물적분할됐다. 매출 76%는 산업용 로봇에서 발생하며, 해당 분야에서 국내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용/FPD 로봇 3447대를 생산해 1923억원의 생산실적과 연결기준 2149억원의 매출을 냈다. 

다만 순손실로 현금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18억원으로 전년(202억원) 대비 줄었지만, 경쟁 심화로 올해 산업용 로봇 시장 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는 등 상황이 더욱 만만찮다. 올해 1분기까지 순손실은 24억원이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협동로봇 생산능력(CAPA) 증대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곧 단행할 것이란 시각이 끊이지 않았다.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5년 이내 상장할 시 모회사의 주주가치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5년룰'도 이달 부로 종료되면서, 현대로보틱스의 IPO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로보틱스가 자금 조달을 위해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와 접촉했다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상장 전 지분을 매각하는 프리IPO로 2500억원을 투자받는다는 관측이었다. 현대로보틱스는 관련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단계에선 IPO에 대해 신중한 모양새다. HD현대는 지난달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분기에 모바일 로봇 관련 51억원의 손실이 있었다"며 "IPO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로봇 시장 불확실성이 있지만 비자동화 영역(기계, 방산, 금속 등)의 자동화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지난달 대어였던 롯데글로벌로지스와 DN솔루션즈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코스피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등 IPO 시장이 위축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다. 공모가 뻥튀기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상법 개정 예고 등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현금창출력 개선에 IPO 동력 약화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4년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4년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IPO를 서두를 만한 요인도 떨어진다. 환율 상승과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로 현금창출력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의 올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7.9조원으로 작년 말(5.6조원)보다 40% 늘었다. 

호실적이 한몫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8% 증가한 1.43조원이었고, 올 1분기 영업익은 8592억원으로 작년 전체 이익의 60%를 한 분기만에 벌었다. LNG선 수주 확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재개, 특수선 및 MRO 신규 수주 등 영향으로 현금유입이 지속될 전망이다.

교환사채(EB)도 현금을 불러오고 있다. HD현대는 자회사 HD현대일렉트릭 지분을 통한 EB로 265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 173만576주(6000억원)를 EB로 발행해 수소연료전지와 소형모듈원자로, 해상풍력 R&D에 쓰기로 했다.

협동로봇을 키우기 위해 추가 발행이나 현금 투입을 늘릴 수도 있다.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50%에 달하는 유니버설 로봇의 아성을 깨고, 중국 업체들의 공세를 뿌리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협동로봇·휴머노이드 개발 잰걸음


오른쪽 둘째부터 송영훈 HD현대로보틱스 솔루션 부문장과 이동주 HD한국조선해양 제조 혁신랩 부문장, 닉 래드포드 페르소나AI 최고 경영자(CEO), 김성원 바질컴퍼니 최고 기술 책임자(CTO) 등이 업무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오른쪽 둘째부터 송영훈 HD현대로보틱스 솔루션 부문장과 이동주 HD한국조선해양 제조 혁신랩 부문장, 닉 래드포드 페르소나AI 최고 경영자(CEO), 김성원 바질컴퍼니 최고 기술 책임자(CTO) 등이 업무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현대로보틱스는 내년까지 협동로봇을 포함한 10종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를 통해 총 50여 개의 산업용 로봇 라인업을 구축, 산업용 로봇 시장 국내 1위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와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미국 휴스턴에서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기업 '페르소나 AI', 로봇 엔지니어링 기업 '바질컴퍼니'와 조선 용접용 휴머노이드 개발 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참여사들은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정밀 용접 작업이 가능한 휴머노이드를 개발, 조선소의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 내년까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는 현장 실증과 상용화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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