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로보틱스, 국내 기업 유일 '로봇개' 상용화
무차입·높은 R&D 비율 강점으로 지난해 삼성전자에 피인수
사족보행 플랫폼에 삼성 스마트싱스 결합해 시너지 예상

"인공지능(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CES 2025에서 로봇과 결합된 AI 시대를 강조하면서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온디바이스  AI 생태계를 주도할 로봇 산업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요. 다각적으로 이를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지난 3월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 56기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장 바깥에 자사 제품 전시와 사업 전략을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했는데, 어떤 로봇이 행사장을 껑충껑충 뛰어다니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해당 로봇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RBQ-10'으로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이었다. '로봇 개'라는 이명의 사족보행 로봇은 험지 정찰, 탄약 운반, 통신 교란 등 군사 분야 활용과 원자력 시설·화재 현장 등 극한 환경 탐사, 고층 빌딩·플랜트 설비 점검 등 건설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한 로봇이다.


24시간 주택 정찰하는 '로봇 개'…핵심 과제로 발탁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현재 사족보행 로봇을 상용화한 곳은 보스턴다이내믹스(미국), 레인보우로보틱스(한국), 고스트로보틱스(미국), 유니트리(중국), 애니보틱스(스위스) 등이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최대 주주이며, 고스트로보틱스는 LIG넥스원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와 지난해 8월 지분 60%를 공동 인수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순수 한국 기업인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연구진들이 2011년 창업했다. 국내 최초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의 'RBQ-10' 모델은 가반하중이 10kg라 공장 내 부품이나 아파트 단지 내 간단한 물류 이송도 가능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경비용 사족로봇 사업을 핵심 과제로 내걸어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가 길거리에서 피살된 이후 고위 인사와 경영진에 대한 보안 경계가 강화되면서, 사족보행 로봇도 시설 경비에 투입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비용도 연간 10~15만 달러로 경비원을 직접 고용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미국의 애슬론 로보틱스(Asylon Robotics)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 기반의 사족보행 로봇 '드론독'을 CEO 주택 등 높은 보안 수준을 요구하는 장소에 투입하고 있다. 애슬론은 최근 2600만 달러(약 356억원)의 시리즈 투자를 유치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측은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사족보행로봇은 험지와 야지를 모두 보행 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으로 이족보행로봇 제작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감속기를 포함한 모든 부품을 100% 내재화했다"며 "복잡한 지형을 보행 할 수 있는 보행기술과, 보행제어 알고리즘을 기본 탑재하고 백플립, 점프 등과 같은 다이나믹한 모션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인보우로보틱스, 2674억 '잭팟'…삼성전자 로봇사업 총괄


2족 보행 로봇 '휴보'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2족 보행 로봇 '휴보'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무차입 경영에 따른 낮은 부채비율(올해 1분기 기준 5.4%), 영업손실(지난해 -29억원)에도 매출액의 28%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원가 절감이나 재무 개선보다 기술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벤처투자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에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행사하며 본격 인수에 뛰어들었는데, 지난해 12월 31일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393만5814만주의 주식을 확보했다. 양수도 대금은 2674억원으로, 기보유 중인 14지분 17.4% 포함 총 35.0%(678만9950주)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자사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 로봇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도 신설했다.

미래로봇추진단장에는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자를 선임하는 등 삼성전자는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오 창업자는 지난해 양수도계약 당시 삼성전자에 개인 지분 240만주를 매각했고, 삼성전자 로봇 사업 총괄을 위해 올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직위를 사임했다.


사족보행에 스마트싱스 적용, 볼리에 PTZ 카메라 탑재해 산업용 출시 가능성


삼성전자의 개인용 AI 로봇 '볼리' (영상=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개인용 AI 로봇 '볼리' (영상=삼성전자)

삼성전자 자체 로봇 사업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개인용 AI 로봇 '볼리'를 올해 출시할 계획인데,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가 '스마트싱스'와 연동된 기기를 인식하고 연결해 사용자를 돕는 방식이다.

가령 바퀴형인 볼리는 계단, 문턱 등 장애물 대응에 한계가 있는데, 레인보우 사족보행 플랫폼을 통해 이동성을 개선할 수 있다. 볼리에 PTZ 카메라와 AI 관제, 5G 기반 제어 기술 등을 탑재해 순찰 등 산업용 로봇으로 개량도 가능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사족보행로봇에 PTZ 카메라 모듈을 장착하고 원격통신을 통한 화면 송출, 음성 대화, 관제 등을 가능하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채택하면 가정·산업 환경 내 '제어 허브'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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