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경쟁 강화 위한 협업포럼
자동차·방산·가전·기계 등 수요기업과 팹리스 매칭
"시스템 기업 위주로 고객 특화 AI 칩 개발해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냉정하게 말하면 중국이 우리를 압도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자동차 애널리스트를 상하이 모터쇼에 보냈는데 그 분이 충격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자동차 반도체 기업과 협업 체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혼자 할 수 없습니다. 협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21일 오후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진행된 '온디바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AI 반도체 협업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은 K-온디바이스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업 강화 목적으로 개최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과거 모바일 시장처럼 재편되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 팹리스 기업과 자동차(현대자동차)·방산(한국항공우주산업)·가전(LG전자)·기계기술(두산로보틱스) 등 수요 기업을 잇는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럼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휘재 LG전자 부사장, 안현기 현대자동차 전무,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 김지홍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원장, 원유현 대동 부회장, 김정회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 한승엽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김용성 예타기획총괄위원장 등이 주요 인사로 참석했다.
"팹리스·IP·소프트웨어 기업 위주로 새판 짜야"
이 상무는 "반도체가 쓰인 컴퓨터 수는 메인프레임 시대에 100만대, 인터넷 이후 관련 기기 10억대, 스마트폰까지 합치면 100억대까지 증가했고 AI 시대에는 약 1000억대가 생길 수 있다"며 "IT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도 100억, 300억, 800억, 1조달러에서 현재는 14조달러(약 1.95경원)까지 상승했다"고 서두를 띄웠다.
이 상무는 이어 "AI 시대에는 LLM(대형 언어 모델) 개발이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이뤄지는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빅테크 기업 입장에선 충분한 AI 반도체를 공급받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상무는 "AI 시대에는 대표 기업이 바뀌게 될텐데 모바일 시대는 애플, 퀄컴이 주도했다"며 "신경망처리장치(NPU) 시대가 되면서 국내의 많은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D램, 낸드플래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메모리, 모바일 생태계 강국이므로 메모리+NPU+AP(모바일 프로세서) 통합형 칩이 온디바이스 경쟁에서 유효한 전략을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상무는 "온디바이스 AI 칩은 비메모리 시장에서 국내 팹리스가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유망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성 예타기획총괄위원장은 온디바이스 AI는 단순 메모리 기업이 아닌 시스템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HBM과 같은 고객 특화된 AI 반도체 생태계는 팹리스, IP, AI 파운데이션 모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주도해야 한다"며 "이들 기업 간 협업을 통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칩을 만드는 기업보다 시스템 기업들이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며 "칩의 기획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시스템 특화된 형태의 칩 개발로 팹리스, IP,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제조업 국가이고, 세계적 대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어 제조업 성장을 위해 온디바이스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정보화 시대를 이끈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서버향 AI로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용 AI 칩은 고객 맞춤형으로 개발될 것이고, 결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팹리스도 성장하게 되고, HBM 공정의 로직다이처럼 고객사의 니즈를 반영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로봇청소기를 중국이 석권하고 있는데, 중국같은 경우 칩을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활용하고 있다"며 "삼성도 잘하고 있지만 퀄컴칩을 쓰는 상황에서 이번 과제를 통해 국내 기업이 상용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팹리스-수요기업 매칭하겠다" "예타면제 빠르게 추진"
임기택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시스템반도체 PD는 K-온디바이스 생태계 방향에 대해 "수요기업과 팹리스 기업 간 서로 협력을 통한 온디바이스 생태계 구축을 목적으로 주력산업에선 첨단제품을 개발하고 팹리스 기업은 트랙 레코드를 확보하는 역량 강화도 이뤄질 수 있다"며 "총 사업비 1조원 규모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안덕근 장관도 축사에서 "PC 시대에는 인텔, 모바일 시대에는 삼성과 애플이 있었다면 AI 시대는 또다른 새로운 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다"며 "클라우드 기반 생성형 AI를 넘어 기기간 연결이 강화되는 온디바이스 AI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팹리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힘을 합친다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안 장관은 이어 "AI가 국가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변곡점에서 양산부터 예타면제까지 전 과정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며 "제조기업들도 AI 반도체 통해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김정회 부회장도 축사에서 "개별 칩 개발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까지 공급망이 만들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술 경쟁력을 갖춰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불러오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들도 기술 시연
이날 포럼 현장에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중심으로 한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들의 기술 시연도 진행됐다. 참여 기업은 ▲딥엑스 ▲디퍼아이 ▲보스반도체 ▲넥스트칩 ▲텔레칩스 등이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현대모비스, LG전자 등 부품업체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업체에 ADAS 카메라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며 "차선 침범을 막도록 보조하거나, 사물 및 표지판을 인식하고, 저속을 자동으로 이끄는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딥엑스 관계자는 "삼성전자 5나노 제품을 쓰고 있는데, 팹 조달비용을 조금 낮춰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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