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이천 본사 주주총회서 사업 전략 발표
"올 상반기에 내년 공급할 HBM 물량 확정"
"1b 나노미터·QLC·고용량 SSD 경쟁력 확보"
"CIS 부문 AI 통합, 차세대 메모리솔루션 준비"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전통 메모리 시장과 다르게 고객의 주문을 먼저 확보한 뒤 그에 맞춰 공급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경쟁 기업이 있어도 수익성 악화 우려가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근간이 되는 기술 경쟁력은 확보하겠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7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2025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AI 가속기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특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수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HBM 생산능력(CAPA)을 전년 대비 크게 늘릴 것이라며, 하반기 HBM4 양산 계획을 밝혔다.
마이크론도 CAPA 확대를 위해 일본 정부와 협력해 히로시마에 HBM 공장을 짓고 있고,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도 HBM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로부터 최대 61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보조금도 지원받았다.
"HBM 공급량 이미 확정…차세대 메모리 준비"
경쟁 기업들의 CAPA 확대에도 하이닉스는 이미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HBM 시장에서 자사 패권은 유지될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곽 사장은 "올해 공급할 HBM 물량은 이미 확정됐고, 내년 물량도 고객사와 긴밀한 대화 통해 상반기 중 확정될 것"이라며 "전통 메모리와 다르게 공정 연구 시간이 길다는 걸 고객사가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가시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AI 가속기에 탑재될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고객사에 HBM을 공급 중인 하이닉스는 하반기 HBM4 12단을 계획대로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샘플 공급 고객사를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여러 고객사들에게 공급했다"고 전했다.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한 청주 M15X 팹에서 1b 나노미터를 적용한 HBM 양산과 고용량 SSD 확대 계획도 발표했다. 곽 사장은 "세계 최초로 1b 나노미터를 적용한 DDR5, DDR7를 출시했고 HBM에도 이 기술을 적용한다"며 "QLC 기반 고용량 SSD도 확대해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또 "온디바이스용 AI 메모리, CXL, LP캠 등 차세대 메모리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낸드플래시는 AI 시장에서 신규 성장 기회를 모색해 선단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지난달 착공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국내 소부장 업체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클린룸 등을 시공하고 하이닉스 1기 팹과 동일한 환경을 조성해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동반 성장을 통해 AI 시대에 걸맞는 SK하이닉스의 르네상스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딥시크 충격 크지 않고 수요 맞춰 대응 가능"
이날 주주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중국 딥시크 등 저가형 AI 모델의 출현으로 고성능 HBM 시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HBM4 시장 개화가 지연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곽 사장은 "고사양·고용량 AI 메모리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던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시장 스타트업 진입 가속화와 양질의 서비스 창출로 AI 칩 수요는 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각 수요에 맞는 AI 메모리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인 데다 자사는 HBM3E 8·12단, HBM4에서 같은 D램 플랫폼을 활용하는 만큼 수요에 맞춰 대응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주요 경쟁사에서 메모리 가격 인상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 이상락 SK하이닉스 세일즈마케팅 담당은 "마이크론이 채널 파트너 담당에게 보낸 서신에서 보듯 시장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며 "작년 하반기에 축적된 재고가 많이 소비되는 데다 판매 재고도 줄어들면서 우호적인 환경이 왔는데 장기적으로 갈지는 지켜봐야 하고, 고객 수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넥스트 HBM, 시스템반도체 성장 방안에 대한 질문에 곽 사장은 "글로벌 반도체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을 위해 CIS(이미지 센서) 부문을 AI 메모리 사업 분야로 통합해 소기 성과를 달성했다"며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CIS 시너지를 강화하며 풀스택 프로바이더로서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준비하고, 업계에서 새롭게 제안되는 제품도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부과 위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4월 2일이 돼야 트럼프 행정부의 정리된 정책이나 방향이 나오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면 답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한해를 회사 역사에 남을 만한 '르네상스'였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와 영업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구조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곽 사장은 "여러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올해 HBM 시장과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 수요는 2023년 대비 각각 9배, 3.5배 상승할 전망인 만큼 성장세를 유지해 AI 시대 '르네상스'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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