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순이익률 TSMC 상회…키옥시아 투자 덕분
지분 매각 외 솔리다임과 낸드플래시 협력 가능성
HBM4 양산 순항…마이크론·삼성전자, 하반기 추격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보고서를 살펴보면 영업이익이 발생했지만 순이익은 적자인 기업이 적지 않다. 보통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거의 비슷하지만, 세금·이자와 금융비용으로 자금이 유출되면서 순이익이 크게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10% 가까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결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금융상품평가이익에서 1.9조원에 달하는 금융상품평가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해당 이익 금액은 48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큰 경우는 많지 않다.
키옥시아 주가 한때 2배 급등…지분 최대 34% 확보 가능
주된 요인은 키옥시아의 상장 대박으로 지분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키옥시아는 작년 12월 18일 도쿄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가 1455엔이었는데, 지난 3월 18일 주가가 종가 기준 3170엔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모가 대비 2.17배가 오른 것이다.
주가 급등 영향으로 SK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순이익률은 46%로 대만 TSMC보다 높은 순이익률(43%)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42%로 전년 동기(23%) 대비 19% 올랐고, 전 분기(41%) 대비해서는 1% 상승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8년 일본 도시바에서 낸드 플래시 부문이 분리 매각된 키옥시아에 3조9160억원을 투자했다. 베인캐피탈이 조성한 컨소시엄에 2조6371억원을 투자했고, 전환사채(CB) 인수에 1조2789억원을 투입했다.
SK하이닉스는 해당 CB를 행사하면 7740만주(현재 지분율로 14.3%)의 지분을 얻을 수 있다. 지난 3월 18일 주가와 환율 기준으로 지분금액을 계산하면 2조366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56%) 가운데 SK하이닉스 몫은 19%로 알려졌는데, 이를 합하면 최고 주가 기준 평가이익은 2조원을 가뿐히 넘는다.
향후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을 최대 34%까지 확보가 가능한 만큼 총 지분가치는 5조원을 넘길 수 있다. 다만 키옥시아와의 합의로 2028년까지는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경영 참여 가능성은 당장 높지 않지만, 현금 확보를 위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eSSD 시장 주도권 위한 전략적 협력도 가능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28일 인텔 낸드 사업부(솔리다임) 인수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2021년 66억1000만달러를 납입하며 SSD 사업과 중국 다롄 팹을 넘겨 받은 데 이어 이날 22억400만달러도 납입해 낸드플래시 웨이퍼 연구개발(R&D)과 다롄팹 운영 인력을 비롯한 관련 유·무형자산을 모두 이전 받았다.
회사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수직계열화된 공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패권을 강화한다는 포부다. SSD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데이터 저장 장치로, 회사는 특히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에 탑재되는 고용량 eSSD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솔리다임은 QLC(쿼드레벨셀) eSSD 'D5-P5336'를 낸드 솔루션 최대 용량인 122TB로 지난해 상용화했다.
키옥시아와 전략적 협력도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키옥시아의 올 1분기 기준 eSSD 시장 점유율은 11.9%로 4위였다. 지난해 4분기(9.9%) 대비 점유율이 2% 늘었다. 반면 2위 SK하이닉스·솔리다임은 지난해 4분기 31.3%에서 20.8%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재고 과잉과 고객 주문 감소로 모든 기업들의 매출이 20~30% 이상 하락하긴 했지만, 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매출은 50% 이상 급감해 타격이 더 컸기 때문이다. 반면 3위 마이크론 점유율은 16.0%에서 17.8%로 상승하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솔리다임 인수 시너지와 키옥시아 협력을 통해 점유율 격차를 벌릴 필요가 있다.
마이크론·삼성 추격에도 "올해 HBM 공급량 이미 확정"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 2분기 실적에서 증권가 예상을 웃돌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9.06조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3개월 전 예상 실적보다 14.76%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5.76%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6세대 HBM인 HBM4 12단 양산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다. 앞서 마이크론이 지난달 HBM4의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하반기 내 HBM4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경쟁이 심화될 여지는 존재한다.
SK하이닉스는 다만 엔비디아 최신 AI 칩에 자사 HBM이 사실상 독점 공급되고 있고, 올해 공급할 HBM 물량도 이미 확정했다며 변수가 크지 않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HBM4 12단 샘플을 엔비디아·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하며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오는 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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