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점유율 3%, 소재·장비는 1% 미만
"국내 소부장 투자 적어 외국 장비 의존도 심화"
삼성·하이닉스 "품질·다변화 고려해 고객사 선택"
트리니티 팹·반도체특별법 등 소부장 지원책 마련

19~21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세미콘코리아 2025'의 한 부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19~21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세미콘코리아 2025'의 한 부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 기업이 우리나라에 2곳이나 있는데, 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의존하면 국내 업체들이 설 길이 없습니다. 선제적으로 우리 장비를 써주고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현장. 반도체 산업의 최신 기술과 시장 동향을 공유하고 기업 간 협력과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로, 국내 소부장 업체들은 부스를 꾸려 자사 제품을 공급할 고객사를 찾고 있었다. 업체 관계자들은 부스를 찾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들에게 제품 원리와 특장점을 열심히 설명했다. 

삼성·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반도체 제조 역량을 좌지우지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협력을 모색할 수 있고, 시장 동향 확인 차원에서도 직원들에게 참여를 권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몇몇 부스 관계자들은 국내 업체보다 외국 기업 부스에 사람이 몰린다며 볼멘소리를 표출하기도 했다.


소부장 강국이 제조시설도 유치 "자국 우선 공급 우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위탁생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패키징(후공정) 등으로 분야가 나뉜다. 이중 제조에 필요한 소부장에서 국내 경쟁력이 미약해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2022년 기준)에서 61%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70%)에 크게 뒤처지는 수치이며 일본(5.6%), 중국·홍콩(5.2%)과도 2배 이상의 격차가 나고 있다. 반도체 소재·장비 점유율만 놓고 보면 1% 미만에 불과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삼성·SK하이닉스는 첨단 공정을 위해 세계 최고 장비를 쓸 수 밖에 없어 국산을 쓰는 게 꺼려진다고 한다"며 "외국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데 국내 기업이 장비를 개발하려 해도 후발주자라 투자 규모가 적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부장 강국인 일본, 미국, 유럽은 반도체 시설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토지 제공, 세금 감면 등 혜택으로 공장 준공을 장려한 결과로 마이크론이 히로시마, TSMC는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건설했다. 미국도 칩스법을 통한 527억달러(약 75.6조원)의 지원금으로 시설을 유치하고 있고, EU도 반도체법을 제정하면서 반도체 생산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결과는 우리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국제반도체산업협회(SEMI)는 '전 세계 반도체 신공장 건설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4곳, 일본 4곳, 중국 3곳, 유럽·중동 3곳, 대만 2곳에서 신공장 건설이 시작되는 반면 한국은 1곳에 불과하다. 반도체 제조 비중이 높아지면 우리 기업보다 자국 기업에 우선으로 소부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삼성·하이닉스와 밀착하는 외국 장비 기업


19~21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세미콘코리아 2025'의 ASML 부스에서 관계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세미콘코리아 2025' ASML 부스에서 관계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서 국내 소부장 제품을 채택할 수 있지만, 외산에 대한 의존도를 급격하게 낮추긴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제조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거래처인데다 ASML, 램리서치, 히타치 등 기업은 사업장 인근에 연구개발(R&D)센터까지 가동하며 삼성·하이닉스와 밀착하고 있다.

이날 박람회에서도 히타치·호리바·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부스와 ASML 등 네덜란드 부스에 사람이 몰렸지만, 세메스·한미반도체 등 대형 장비 업체들을 제외한 국내 부스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편이었다. 

국내 식각공정 장비 부스 관계자는 "삼성·하이닉스 방문객들이 장비를 공급받고 협력 중인 일본이나 네덜란드 부스에서 우수한 장비를 탐색하러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국내 시장 동향 파악 목적으로 오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기에 방문객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결함·파손 검사 장비를 제조사 관계자는 "자사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10개 글로벌 기업에 자사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데 삼성·SK하이닉스에는 아직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자사 브랜드 인지도가 낮긴 하지만 다른 메이커보단 국산 장비를 사용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고 전했다.

삼성·하이닉스 측은 국산·외산을 가리지 않고 품질·다변화 등 측면에서 소부장 고객사를 선택한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국산과 외산을 가리지 않고 품질에 따라 장비를 채택하고 있다"며 "장비뿐만 아니라 가스 등 소재도 국산화됐고 품질이 좋다면 국산이건 해외건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국내외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스트베드 운영·세제지원만으로 충분할까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용인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소부장 기술 국산화 지원 방안으로 올해 양산 성능평가에 450억원, 첨단전략산업 기술혁신 융자에 1200억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소부장 제품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트리니티 팹'오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SK하이닉스·지자체가 약 1조원을 투자해 용인 일반산단 내 구축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됐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을 역임했던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반도체특별법에서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 기업, 벤처 스타트업·소부장 기업을 중점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고 의원은 소부장 업체들의 국산화율에 따라, 해당 소부장 업체와 이를 채택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면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최근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대한 여야 간 대립 격화를 두고 쓴 소리도 쏟아졌다. 이날 소재 업체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예외가 핵심이 아닌데 여야 간 대립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단순한 세제지원을 넘어 기술력 향상을 위한 과감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로브카드 자동 검사 시스템(PCI)을 만드는 국내 업체 '마르포스(Marposs)'의 부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프로브카드 자동 검사 시스템(PCI)을 만드는 국내 업체 '마르포스(Marposs)'의 부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한편, 이날 현장에서 국내 소부장 기업의 삼성·하이닉스 공급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X-Ray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SEC은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검사 솔루션을 언급했고, Presys는 자사 진공 밸브가 원익·PSK·삼성·하이닉스에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클린룸 시공을 도맡는 신성 e앤지는 삼성·하이닉스 외에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업체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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