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김남호의 보수액 총배당금 18%로 과다"
DB하이텍 대신해 이달 주주대표소송 제기
DB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지분 추가매입 필요
파운드리 업황 부진에 DB하이텍 수익성 악화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DB하이텍이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황 부진과 고정비(감가상각비, 전기요금)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8인치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인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지난해 가격 인상을 추진하면서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졌지만, 예상보다 회복이 늦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력반도체·디스플레이 칩 등 주력 분야에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가운데, DB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과제 또한 남아 있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막대한 보수를 수령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들에게 보수를 근거 없이 과다 지급한 DB하이텍을 대상으로 작년 12월 공문을 보내 30일 이내 답변을 요구했지만, DB하이텍 측은 유의미한 답변이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대는 이에 이달 중으로 직접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회사 대신해 김남호·김준기 등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할 것"
17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와 경제개혁연대는 이달 중으로 DB하이텍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다.
앞서 이들은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 김남호 DB그룹 회장,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양승주 DB하이텍 부사장을 상대로 앞서 작년 12월 27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회장은 성폭력 혐의로 2021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음에도 같은해 4월 미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 또한 미등기임원으로 보수를 받고 있다.
소송을 주도한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3년간(2021-2023년) 김준기와 김남호가 DB하이텍에서 지급받은 보수는 총 179억원으로 확인되는데, 이는 같은 기간 등기이사들의 총보수(59억원)의 3배에 달한다"며 "해당 보수는 업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로 보기 어렵고, 대주주로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주주에 배당해야 할 회사의 이익을 자신에게 특별배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대는 DB하이텍에 30일 이내 답변을 요구하며, 회사가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회사를 대신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지분(상장회사는 0.0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DB하이텍 소액주주 지분율은 6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대표소송은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직접 기업 이사회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기업 친화적인 미국에서도 인수합병 건당 평균 3~5건의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대한항공 이사진과 조양호 전 회장을 상대로 국민연금과 일부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시점을 정확히 알려드릴 수 없지만 늦어도 이번 달 안에는 소청구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제기 이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관련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밝혔다.
DB그룹 관계자는 이에 "김준기 창업회장은 국내 최초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회사를 성장시킨 장본인"이라며 현재 그룹 총수이자 동일인으로서 지금과 같은 글로벌 반도체 위기상황에서 그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회사발전을 이끌고 있는 만큼 고액연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지배주주, DB하이텍 자회사 편입 위한 실탄 부족
DB하이텍 지배주주들은 배당을 얼마나 가져가고 있을까. 실적 악화로 지배주주인 DB Inc·김 전 회장 등의 최대주주들이 가져가는 순이익은 줄어들고 있다. 2022년 DB하이텍의 지배주주순이익은 5562억원에 달했지만, 2023년에는 2641억원으로 절반 넘게 하락했다. 작년에는 이보다 10% 넘게 줄어든 2364억원이었다.
김 전 회장, 김 회장 등 총수 일가 입장에선 순이익 창출을 통한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DB그룹은 작년 5월 지주회사 전환을 공시한 만큼 DB하이텍을 자회사로 두기 위해선 공정거래법상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DB Inc는 DB하이텍 지분 18.68%를 보유한 지주회사로, 김 회장 등 총수 일가가 DB Inc 지분 43.82%를 보유하고 있다. 김 전 회장(3.61%), DB김준기문화재단(0.62%), DB생명보험(0.60%), 김주원 DB 부회장(0.39%)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DB하이텍 최대주주의 지분은 23.92%다.
DB Inc의 DB하이텍의 지분은 2023년 12.42%에서 6% 이상 늘어나긴 했지만, 자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이 6% 이상 더 필요하다. 총수일가 입장에선 다행인 점은 DB하이텍 주가가 2022년 상반기 7만원대 후반에서 지난 14일 종가 기준 42500원으로 하락하며 지분매입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DB Inc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254억원으로, 2023년(1901억원) 대비 크게 줄어 지분매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줄어든 현금성 자산은 행동주의 펀드 KCGI의 DB하이텍 지분 5.65%를 매입하는 데 활용됐다. 매각 금액은 총 1650억원으로 주당 66000원이었다. 당시 주가가 4만원대였으니 시장가보다 훨씬 비싼 금액으로 매입한 셈이다.
이에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KCGI가 DB하이텍과 공모해 지분을 사전매입했고,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이 승인되도록 협조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KCGI 측은 사전 공모는 없었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사항이 없는 엑시트(투자금 회수)였다고 해명했다.
8인치 업황 부진·전기요금 상승에 수익성 악화
한편, DB하이텍은 지난해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감독원 전자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13조, 영업이익은 190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3년(2663억원) 대비 26% 하락했다.
회사 측은 ▲파운드리 시장 회복 지연 ▲투자 증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상승 ▲전력비 인상 등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 등을 수익성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2022년부터 7번 인상됐고, 작년 10월에도 10% 오르면서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의 주력인 8인치 파운드리 시장에선 SMIC, 화훙반도체, 넥스칩 등 중국 업체들이 생산 능력(CAPA)을 대폭 늘리고 있다. 통상 28nm 이하는 핀펫(FinFET) 등 첨단 공정이 필요하지만, 8인치는 구형 제품인 만큼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장비 규제를 회피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도 IT 업체들에 자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설 길은 좁아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유·무형자산의 감가상각비가 큰 편이다. DB하이텍의 유·무형자산 금액은 2021년 6771억원에서 지난해 1조1774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해당 자산 유지·보수 비용 외에 첨단 장비 구매, 토지 매입, 팹 건설 등 CAPEX(설비 투자) 지출 규모가 높은 편이다.
회사 측은 전년 75% 수준이었던 파운드리 가동률을 올해 80% 중후반대로 올려 매출을 10% 이상 성장시키고, 영업이익률을 20%대로 회복시킨다는 방침이다. DB하이텍 측은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헌 제품을 새것으로 바꿔주는 것) 정책의 본격 시행 발표으로 지난달 판매 시장이 호조됐고, 양호한 수요를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