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어렵지만 위기때마다 극복하며 성장"
"재고조정·수출통제·연구개발비 이슈로 실적 하락"
"올해 HBM4·2나노 GAA 제품 양산해 위기 대응"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경영현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재 이슈에서 점차 회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근본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기때마다 극복하며 성장해왔기에 지금의 이슈 또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의 기회로 믿고 있고, 짧은 시간 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올해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도맡은 박순철 CFO는 지난해 실적 발표에 앞서 이같이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IT 제품 수요 부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동률 하락, 연구개발비 증가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중국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출통제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하만, 네트워크, 로봇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성과를 도출해 세간에서 제기되는 위기론에서 탈피한다는 포부다.
메모리 한파 벗어났지만…1분기 수익성 악화 예고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00.9조원, 영업이익은 32.7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한파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2023년(6.6조원)에 비하면 영업이익이 5배 이상 상승했다.
작년 DS(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은 15.1조원으로 전사 이익의 46%를 차지하며 수익성을 회복했다. 앞서 DS부문은 2023년 14.8조의 영업손실을 내며 연간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주력인 메모리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4분기에 PC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확대됐고, 서버 SSD는 고객사 일부 데이터센터의 과제 지연으로 판매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와 선단 공정 능력 램프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에도 실적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김 부사장은 "고객사의 재고조정이 1분기까지 이어지고, 미국의 중국 HBM 수출통제 확대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낸드플래시도 업계내의 보수적인 CAPEX(설비투자) 집행과 감산 기조 확산으로 늦어도 하반기부터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HBM 1분기 수요 제약 예상… "6세대 하반기 양산"
삼성전자는 HBM, 고용량 DDR 등 선단 공정 전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레거시 공정에 대한 라인 운영을 최적화하면서 고사양 선단 공정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수요 모멘텀이 있는 HBM 및 서버향 고용량 DDR 판매를 확대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선단 공정의 핵심은 6세대 HBM(HBM4)의 하반기 양산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HBM4 12단을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적기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이닉스는 하반기 공급을 공언한 만큼, 삼성전자도 하반기에 HBM4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HBM4는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에 맞춰 고객사들과 기술적 협의하고 있다"며 "GPU(그래픽 처리장치)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업계 동향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에는 HBM 수요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김 부사장은 "대(對)중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와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가 선단 제품으로 옮겨가며 일시적인 수요 정체 현상이 예상된다"며 "2분기엔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올해 전체 공급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1.9배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보다는 소폭 하회한 바 있다. 김 부사장은 "영업이익은 반도체 R&D 단지 건설, 연구개발비 증가, CAPA(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램프비 상승으로 하락했다"며 "1분기에도 수요 불확실성 증가와 수요 이연으로 변동성은 다소 클 전망이나 전분기 대비 판매는 일정 부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에 2나노 GAA 승부수
파운드리는 지난해 가동률 하락과 선단 공정에서 연구개발비 상승으로 위기를 맞았다. 3나노 공정 수율 문제와 퀄컴, 미디어텍 등 대형 고객사 확보 난항으로 가동률이 하락한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선 작년 4분기에만 파운드리에서 2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가 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탈출구는 '2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제품의 성공적인 양산이다.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인 GAA를 적용해 다수의 팹리스 고객사를 확보한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3나노 파운드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이를 통해 MX사업부에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공급하고 있다.
노미정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이미 고객사에 2나노 GAA 공정 디자인 키트를 제공했고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모바일 및 HPC(고성능 컴퓨팅) 응용처에 최적화에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산 시점 질문에 대해선 "공정을 성숙시켜 올해 제품 양산을 추진하며, 일부 고객사에선 제품 설계가 이미 시작된 단계"라고 답변했다.
기존 공정 수율은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올해 1분기도 역성장이 예상된다. 노 상무는 "4나노는 안정적인 수율 기반으로 HPC향 제품을 양산해 다양한 수요처로 확대할 예정"이라면서도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와 모바일 수요 부진, 가동률 하락에 따른 비용 증가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올 하반기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에 탑재될 예정인 AP '엑시노스 2500'의 제품 최적화를 위해 시스템LSI사업부와도 협력할 방침이다. 시스템LSI 사업부에선 세계 최초로 0.5마이크로픽셀을 적용한 2억 화소의 초고화질 이미지 센서를 출시할 계획이다.
中 레거시 반도체 굴기·美 보조금 축소 우려
이날 중국 반도체 업체의 레거시 제품 경쟁력 강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레거시 반도체는 28 나노미터 이상의 공정을 통해 생산돼, 첨단과 구별되는 구형 제품이다. 대중 수출통제 강화로 첨단 반도체 장비를 구입할 수 없는 중국 업체들은 레거시 제품을 생산해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김 상무는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레거시 생산비중을 줄이고, DDR7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늘리고 있다"며 "DDR4 등 경쟁 확대 우려가 높은 제품에 대해선 30% 초반이었던 매출 비중을 한자릿 수대로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 리스크의 대응 전략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삼성·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계약에 대해 "검토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 시각을 표했다.
박 CFO는 "당사는 미국 대선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환경 변화 리스크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분석하고 대비해왔다"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 지역 생산역량, 공급망 관리 능력, 제품 경쟁력,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장점을 살려 리스크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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