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카이퍼·원웹 등 저궤도 위성통신 구축 분주
국내선 관련 구축사례 전무…KT도 스타링크 등 의존
위성 제작·발사보다 서비스 등 다운스트림 치중
통신기업에 투자 필요성 제기…"컨소시엄 꾸려야"

이재명 정부가 2030년 6G(6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내건 가운데, 상용화 핵심으로 평가받는 저궤도 위성통신 구축에 있어 스타링크·원웹 등 외국 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 3사에서 자체 구축 노력이 전무한 터라 6G 시대에 통신강국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3사의 6G 전략을 집중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KT SAT이 국제우주컨퍼런스 ISS 2025 전시 부스에 참가해 위성영상 실시간 분석 솔루션을 공개했다. (사진=KT SAT)
KT SAT이 국제우주컨퍼런스 ISS 2025 전시 부스에 참가해 위성영상 실시간 분석 솔루션을 공개했다. (사진=KT SAT)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KT는 위성통신 자회사 KT SAT을 통해 저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를 발굴하고 있다. 정지궤도 위성은 6기를 운용하는 반면, 저궤도 위성은 자체 구축보다 타 기업과 협업에 의존하고 있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6G 기술 표준 제정에 앞서 관련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링크·카이퍼·원웹 등 우주인터넷 '잰걸음'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국제 이동통신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3GP가 6G 상용화 달성을 위한 6개의 목표 시나리오 및 성능지표를 정의하는 IMT-2030 프레임워크 권고안을 제정한 가운데, 6G 최초 기술 규격인 Release-21 표준은 2028년 전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6G의 이론상 최대 전송속도는 1Tbps(1000Gbps)로 5G(20Gbps)의 50배이고, 지연시간도 0.1ms(0.0001초)로 끊김 없는 통신이 예상된다.

이같은 빠른 속도와 초저지연 달성을 위해선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저궤도 위성은 적도 상공 기준 고도 300km~1000km 범위에서 지구를 돌기 때문에 정지궤도 위성(적도 상공 35786 km)보다 지구와 거리가 가깝고 지연 속도가 짧다. 발사 비용도 낮아 초저지연 통신서비스에 적합하다.

특히 위성을 기지국 삼아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상, 항공, 극지방 등 오지에서도 원활한 이용이 가능하며, 지상 기지국에 대한 필요성도 사라지게 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기지국 구축에 드는 장비·토지 등 인프라 비용을 절감하고 부지 매각을 통해 신사업 자금까지 확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 [출처=스페이스X]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 [출처=스페이스X]

대표적으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통신 수단을 제공하면서 저궤도 위성통신의 위력을 전 세계에 시연했다. 스타링크는 2027년까지 큐브샛이라 불리는 초소형 위성 1만2000개 이상을 발사해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숙명의 라이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저궤도 위성통신 기반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카이퍼 프로젝트(Kuiper project)'를 추진 중이다. 2023년 10월 시험 위성 2기를 발사해 지상과 교신에 성공했으며 지난해부터 위성망 구축을 시작해 2029년까지 위성을 저궤도에 배치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영국 기업 '원웹'은 1200km 궤도에 2023년 5월까지 634기의 위성 발사를 완료해 같은해 말부터 전 세계 인터넷 공급 사업을 개시했다. 캐나다・유럽을 시작으로 인도에서도 위성 광대역 서비스 승인을 받았고, 한화시스템 주도로 올해 국내에도 상륙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 11월 원웹과 '저궤도 위성통신 유통·공급 계약'을 선제적으로 체결했다.


KT, 저궤도 위성통신 구축 미흡…스타링크 등 의존


6G 저궤도 통신위성. (사진=KAI)

반면 국내 기관이나 기업에서 독자적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구축에 나선 사례는 뚜렷하지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위성 계열사 쎄트렉아이를 필두로 여러 대의 작은 위성 군집 형성을 위한 '초소형군집위성(NEONSAT) 1호' 사업이 진행되긴 했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의 공동 사업인 데다 한반도 및 주변 해역 감시를 위한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계약이다. 민간 개발, 민간 수익 창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인 KT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지궤도에선 KT SAT이 지난해 무궁화 위성 6A호를 쏘아올리며 6기를 운용하고 있으나, 저궤도에선 스타링크·원웹 등의 위성을 임대할 방침이다. KT SAT은 무궁화위성과 스타링크를 결합한 해양통신서비스 '엑스웨이브원'을 지난 3월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독일 저궤도 위성기업 리바다스페이스네트웍스와 업무협약을 맺어 해당 기업의 위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KT SAT은 리바다가 2028년까지 총 600개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할 예정인 만큼 보안성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정부와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협약을 맺으며 오는 2030년까지 6G 저궤도 통신위성 체계종합 및 본체 개발을 진행하는 가운데, KT도 KAI와 협력을 결의했다. KT는 다만 위성 발사에 참여하기보다 위성통신 시스템과 지상의 무선 시스템 연동과 저궤도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 발굴 등 '다운스트림'에 치중돼 있다.


위성통신 서비스 분야에만 집중…직접 투자 필요성 제기


 KT SAT이 자체 개발한 해양 위성 통합솔루션 '엑스웨이브원'의 개념도. (사진=KT)

업스트림은 위성과 발사체를 직접 생산해 우주로 쏘아올리는 1차 산업이라면, 다운스트림은 위성영상 및 통신을 서비스하는 2차 산업이다. 국내에서 업스트림 분야가 미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KT가 매진하는 분야도 서비스 발굴과 위성영상 분석 등 다운스트림에 치중돼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원웹 등 업스트림 기업이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서비스 국내 공급 승인을 받으며 다운스트림 분야도 주도할 방침이라 설 길이 좁아질 수 있는 형국이다.

이에 KT가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단순 출시하기 보다 직접 업스트림 분야에 투자하거나, 컨소시엄 구축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운스트림도 업스트림 산업 성장이 동반돼야 하는 데다, 스타링크·원웹 등에 의존하게 되면 여러 보안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자체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컨소시엄 구축을 위해선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민석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도 통신·자율주행 산업이 발전한 만큼 저궤도 위성 통신 사업을 못할 게 없다"며 "저궤도 위성 1000개 쯤 올린다고 국내 기업 컨소시엄 만들면 산업이 엄청 성장할 수 있는데, 정부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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