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인력 현장투입 이례적…"자발적 참여 위주"
5월부터 비상경영체계 가동, TF 구성·유심교체 지원

SK T타워. (사진=SK텔레콤)
SK그룹 T타워. (사진=SK텔레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SK텔레콤이 자사 고객 유심정보 해킹 사태와 관련해 전사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6G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개발자들도 보안 점검·망 복구·유심교체 지원 등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R&D 인재들의 현장 지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G 개발·인프라기술본부 등 핵심인력까지 현장 지원


6G 백서 집필에 참여한 SK텔레콤 직원들이 연구를 진행하 는 모습. (사진=SKT)
6G 백서 집필에 참여한 SK텔레콤 직원들이 연구를 진행하 는 모습. (사진=SKT)

23일 취재를 종합하면 SKT 네트워크인프라센터 인프라기술본부 내 6G 개발팀을 비롯한 다수의 개발자들은 현장 고객 대응, 보안 점검, 망 복구 등 해킹 사태 대응을 돕고 있다. 2030년 6G 상용화를 위한 핵심 직원들이 현장 업무에 뛰어든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T 네트워크인프라센터 산하에 인프라기술본부가 있고 6G 개발팀이 있다"며 "백서를 2번 발표하고 3GPP 프레임권고안이나 O-RAN 회의에서 SKT가 영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활동해온 핵심 부서"라고 설명했다.

6G 개발팀은 SKT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R&D 부서로, RF/어드밴스드 안테나 등 6G 기술 개발과 3GPP/O-RAN 얼라이언스 등 6G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채용 단계부터 석사 이상 학위에 여러 R&D 과제를 직접 이끌어온 프로젝트 매니저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부서는 3GPP·O-RAN 얼라이언스 등 글로벌 이동통신 표준기관의 6G 기술표준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고, 일본 1위 통신사인 NTT도코모 및 싱가포르 1위 싱텔과 6G 협력도 진행 중이다. 특히 2023년, 2024년에 각각 1차, 2차 6G 백서를 발간하며 리더십 확보에 발빠르게 나선 바 있다.

이들을 비롯한 인프라기술본부 직원들은 고객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위기에 직면한 SKT의 구원 투수로 나섰다. 관계자는 "비상경영 일환으로 인프라기술본부 소속 엔지니어를 비롯한 직원들이 비상경영 TF와 보안 점검, 망 복구 등에 투입됐다"며 "6G 개발 쪽에서도 일부 투입됐다"고 덧붙였다.


"개발자 등 임직원 자발적 참여" "장기화 시 경쟁력 저하 우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유심 해킹 사이버 침해 관련 언론설명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유심 해킹 사이버 침해 관련 언론설명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R&D 인력까지 현장에 투입된 배경에는 SKT가 이번 사태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인식해 대응한 영향이 컸다. 앞서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 5월 "비상경영체제를 최고 단계로 올리겠다"며 임직원들에게 공지하고 전체 임원에게 주말을 포함해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할 것을 독려했다.

회사는 또 대표 직속 컨트롤타워인 '비상경영 TF'도 마련했고,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유심 교체 업무 등 현장 지원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개발 직원들도 공항 로밍 센터 등에 파견돼 현장 업무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SKT 관계자는 "고객 불안감을 회복하는 데 회사의 전력을 모아야 하는 시기인 만큼 많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5월 황금 연휴를 앞두고 전 직원 대상 현장, 특히 공항 로밍 센터 인력을 모집했는데 자발적 지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자와 스텝 조직 지원, 신입 사원 등도 다수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SKT는 최악의 경우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까지 예상하고 있다. 유 대표는 지난 5월 국회 과방위가 주최하는 청문회에서 "(한 달 기준) 최대 450만명까지 이탈이 가능하고 위약금과 3년 매출을 고려하면 한 7조원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AI 인프라와 6G 등 SKT의 미래 통신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장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화되면 6G R&D나 글로벌 협력, 국제 표준화 활동에 지장이 예상돼 경쟁력이 뒤처질 우려는 있다"고 바라봤다.

SKT는 기존 업무가 어려울 정도의 현장 지원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KT 관계자는 "현장 지원 구성원의 구체적인 조직까지 오픈하지는 않으나 기존 업무를 침해하는 정도의 인원 지원은 없었다"며 "인프라 쪽에서도 구성원의 자발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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