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수조원 손실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 우려에도
국회·조사단, 암호화 미비로 인한 귀책사유 제기
14일까지 위약금 면제…고객 보상 등 1.2조 투입
재무구조 악영향 우려…투자자 신뢰 회복도 과제

5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SK텔레콤 해킹 관련 청문회에서 유영상 SKT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SK텔레콤 해킹 관련 청문회에서 유영상 SKT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한달 기준 500만명의 가입자가 이탈할 수 있고, 3년치 매출까지 고려하면 7조원 손실이 예상됩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는 지난 5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과 주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유 대표는 SKT의 고객 유심정보 침해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위약금 면제에 대해선 매우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위약금 면제 시 수조원 손실" vs "귀책 사유에 따른 당연한 수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SKT 해킹 사태에 따른 위약금 면제를 요청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을 방문,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SKT 해킹 사태에 따른 위약금 면제를 요청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을 방문,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T는 당장 단순손실만 따져도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회사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4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이탈한 가입자는 25만명이었다. 유 대표는 "1인당 위약금은 최소 10만원을 예상한다"며 "25만명이면 25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라고 밝혔다.

SKT는 또 "위약금이 면제되면 회사 존립 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기한 없는 신규 모집 중단이 이뤄진 상황에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되고, 위약금이 높은 고객 중심으로 번호이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수백만 회선 해지로 수조원 손실이 추정된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도 지난 4월 30일 청문회에서 "SKT가 받는 손실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피해가 월등히 크다"며 "사업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위약금 면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귀책 사유가 있는 만큼 위약금이 면제돼야 하는 목소리는 컸다. SKT 이용약관 43조 1항에는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KT는 KT·LG유플러스와 달리 고객 유심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았는데 이는 회사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민관합동조사단도 SKT의 △계정 정보 관리부실 △과거 침해사고 대응 미흡 △주요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을 지적했다. 조사단은 SKT의 시스템 관리망 내 서버들의 계정 정보가 암호화되지 않고 평문으로 저장되는 등 조치가 미흡했고, 악성코드에 감염된 서버를 발견해 조치했음에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기부는 지난 4일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사태에 SKT의 귀책이 있다고 판단해 고객이 해지할 경우 위약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위약금 면제에 재무구조 악영향 우려…현금 조달 방안은


SK그룹 T타워. (사진=SK텔레콤)
SK그룹 T타워. (사진=SK텔레콤)

과기부 판단이 나온 이날 SKT는 침해사고 발생 이후부터 7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를 발표했다. 위약금은 약정 기간 내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제공 받은 할인 혜택의 전부 혹은 일부를 반환하는 금액으로 단말 지원금 반환금 또는 선택약정할인 반환금이 해당된다. 다만 단말기 할부금은 단말기 자체를 할부로 구매한 대금이기 떄문에 위약금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약금 면제 이후 이탈하는 가입자 수와 손실은 얼마나 될까. SKT 관계자는 "추산이 어렵다"며 "이전에도 이미 많은 가입자가 이동했고, 경쟁사의 마케팅 수준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해킹 사고 이후 SKT에서 이탈한 가입자는 5월 44만명, 6월 20만명 등 64만명을 넘는다

고객 이탈로 인한 잠정 매출 손실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 3사 이용자의 월평균 통신 요금은 6만5000원이다. 유 대표는 1인당 평균 위약금이 최소 10만원은 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최종적으로 100만명이 이탈할 시 매달 65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1년이면 7800억원, 3년이면 2.34조원의 수익이 감소하는 것이다.

이같은 수조원의 손실을 SKT가 감당할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다. 올 1분기 기준 SKT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2.2조원이고, 여기에 매출채권(고객사의 외상금)과 유동자산(1년 이내 현금 전환이 가능한 자산)을 합치면 7.9조원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추정치)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3314억원이지만, 1분기 영업이익은 56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늘어났다. 통신 사업은 현금창출력이 안정적인 만큼 회사채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은 데다, SK하이닉스 실적 호조로 지분법이익이 늘어난 SK스퀘어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SK스퀘어는 2021년 11월 SKT에서 인적분할된 반도체·ICT 투자 전문 회사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재무적 관점에 불과하며,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심사와 시장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되므로 현실성은 낮다. 무엇보다 위약금 면제 결정 배경엔 주주 이익 부양이 자리하고 있어, 주주가치를 희생하면서 무리하게 현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 대표는 4일 위약금 면제 발표 이후 기자간담회서 "저희는 면제 불가 입장이었지만, 이사회에선 격론 끝에 위약금 면제를 결정했다"며 "고객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위약금 면제가) 주주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객 신뢰 회복에 1.2조원 투입…투자자 신뢰 회복은 과제


유영상 대표이사(가운데)가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왼쪽부터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 유영상 대표이사, 임봉호 MNO사업부장. (사진=SKT)
유영상 대표이사(가운데)가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왼쪽부터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 유영상 대표이사, 임봉호 MNO사업부장. (사진=SKT)

SKT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1.2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5000억원 상당의 고객 보상안을 내놨다. 알뜰폰을 포함한 모든 가입자의 8월 한 달간 요금을 50% 감면하고, 향후 5개월간 전 고객에게 매월 데이터 5GB를 추가제공한다. 주요 멤버십 50% 할인도 제공한다. 

또 정보보호에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투자한다. 정보보호 전담 인력을 2배 확충하고 보안 기술·시스템 강화를 위한 투자액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1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기금을 출연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격상하는 등 보안 거버넌스도 강화한다.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계획도 필요한 상황이다. SKT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며 종가 기준 5월 22일 50800원까지 떨어졌다가 코스피 상승에 힘입어 7월 2일 579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최종 조사결과 발표일인 지난 4일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54400원으로 재하락했다.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부정적 기류도 흘러나온다.

유 대표는 "믿고 기다려주신 고객에 대한 감사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 보안이 강한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이번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이번 침해사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 드리고, 고객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의 정보보호 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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