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완화로 M&A 회복 기대..."내년 M&A 20% 증가"
삼성전자 현금자산 103조원, 하만 이을 대형 M&A 가능성
SK그룹은 AI·바이오 투자, 현대차는 물류·로봇·자율주행
LG전자도 스마트홈·자율주행 플랫폼 등에 투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세계 경제 대통령 역할을 하는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관세 폭탄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도체 현지 생산 등 국내 주요 산업계에 타격이 예상된 가운데,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불황 극복과 그룹 내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을 저울질하고 있다. 불황 여파로 올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에서 굵직한 M&A 사례는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M&A에 유리한 환경이 예상되는 만큼 M&A 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 부문 규제완화가 예상된 가운데 침체된 M&A 시장이 다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데이비드 반센 반센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M&A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 추가 세금 감면, 감세 혜택 연장 등은 증시에 강력한 배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M&A는 어떤 기업이나 개인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그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갖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경영진들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자산을 불려 특정 사업분야에 진출하는데, 이미 그 분야에서 강력한 기업과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기 보다 유망 기업 혹은 사업부를 사들여 체질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국내 M&A 시장은 한동안 침체 상태였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56개 기업을 대상으로 M&A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M&A 건수는 총 60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126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미국 내 규제 완화로 M&A 시장이 활성화되면 4대 그룹의 M&A도 활발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하만을 약 80억 달러(약 11조원)에 인수하는 최대 규모 M&A를 단행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형 M&A 추진 사례는 들리지 않고 있다.
실탄은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올 3분기 기준 103조77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원 가량 늘었다. 반도체 초격차를 위협 받는 상황에서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M&A에 나설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수의 M&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왔다.
SK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를 과감히 줄이는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 7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의 3사 간합병, 반도체 사업을 하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재편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리밸런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 현장에서 "(리밸런싱을 통해) AI 투자 비중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오분야에서는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일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 지분 60%를 약 339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2030년까지 9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M&A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액 중 약 2조원은 신사업 확대 등을 위한 M&A 등 전략 투자에 투입될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운반선 시장 1위 현대글로비스는 이를 통해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으로 거듭날 복안이다.
그룹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 로봇 등에서 M&A를 추진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미국의 자동차 부품 기업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적자 지속에도 올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사업을 키울 방침이다. 로봇 분야에선 1조원을 들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가운데 올해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기존 80%에서 8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LG그룹은 계열사 LG전자가 올해 적극적인 M&A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올해 초 CES 2024에서 "올해 M&A와 연구개발(R&D) 등에 1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1~2건의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지난 7월 네덜란드 스마트홈 플랫폼 앳홈을 인수한 데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약 831억원)를 투자했다.
M&A 시장은 내년에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지난 4년 동안 많은 기업 결합 제안을 문제 삼았던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반독점국의 규제 태도가 새 행정부에서는 더욱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2025년 M&A 활동이 2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몇 년간 M&A 활동은 줄어들었으며, 이 책임자는 올해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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