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25% 관세 시행, 中 업체 점유율 장악
"美 테네시 공장내 냉장고, 오븐 생산 준비"
"인도 등 신시장 공략 및 사업 재편 추진"
"R&D 확대, 구독 등 구조적 경쟁력 강화"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멕시코가 아닌 다른 지역도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를 대비해 LG전자는 과거 건립한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진행된 제23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 사장은 "(테네시 공장 내) 정비작업,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관세 이슈)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바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發 美 세이프가드 재현…테네시공장 중요성↑
LG전자가 이처럼 선제 대응하는 데에는 트럼프 행정부 1기의 선례가 있다. 미국 상무부는 2013년 2월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에 13.2%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2016년 세계무역기구(WTO)가 덤핑이 아니라는 최종 판정을 내렸음에도 관세는 계속 부과했다.
그해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 등의 무역규제를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됐다. LG전자는 이듬해 2월 미국 테네시에 7만4000㎡규모의 세탁기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테네시주와 투자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2018년 1월엔 트럼프 대통령이 용량 10㎏ 이상 수입 대형 세탁기에 대해 연간 120만대까지는 20%의 관세를 매기고, 초과하는 분량에 대해선 5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보호 조치)를 발동했다. 이듬해 공장이 완공돼 현재 세탁기 120만대, 건조기 60만대 가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이 말한 테네시 공장 내 냉장고, 오븐 생산 계획도 이와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제품에 내달 2일부로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냉장고, TV(멕시코 생산 제품)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한 것과 다를 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유예돼도,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현지 생산을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방식에 대해 그는 "한국도 있고 태국도 있고 베트남도 있겠지만 멕시코가 현재 문제"라며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탈동조화 대응해 신시장 공략·사업구조 재편"
앞서 조 사장은 이날 주총서 트럼프 대통령의 탈동조화에 대한 대응 전략도 밝혔다. 조 사장은 "AI 데이터센터 등 사업기회가 발생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을 공략하고자 한다"며 "특히 인도는 가전 시장이 연평균 13~21%, 앞으로도 지금보다 1.5배~2배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단순한 외국 기업이 아닌 인도 국민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전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도 언급했다. 조 사장은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경쟁과 기술 진화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다"며 "자사가 축적한 기술, 제품 역량을 기반으로 확장이 가능한 산업으로 경쟁사대비 진입장벽을 구축할 수 있는지 검토해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이슈에 대해선 "플레이북이라는 이름으로 정교한 시나리오를 짜서 대응하고 질적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며 "제품 오퍼레이션에서도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해 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전·전장·TV·B2B 등 사업부별 전략 발표
각 사업 부문별 발표도 이어졌다.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은 "가전 시장이 성장정체에 빠졌다는 시각이 있지만 의식주와 관련된 만큼 GDP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며 "제품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AI 생산성 향상, R&D를 확대하고 가전 시장 20%를 차지하는 빌트업(벽면) 가전을 강화하며, 북미/유럽에도 집중 투자하겠다"고 전했다.
류 본부장은 또 "가전 구독도 케어 솔루션을 확대하고, 전통 렌탈부터 대형 가전까지 라인업을 보강해 차별적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며 "해외구독사업은 온라인 소통을 강화해 고객군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 준비 관점에서 고객이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AI 가전+AI 허브+IOT+서비스=AI 홈'도 올해 론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석현 VS사업본부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부품, 차량용 램프 3대 부문을 중심으로 수주 잔고를 늘릴 것"이라며 "인포테인먼트는 구조적 경쟁력을 위한 해외 R&D 확대, 부품은 마그나와 협력 강화와 멕시코 공장의 안정화, 차량용 램프는 고해상도 광원 기술 연구와 슬로바키아 등 국가에서 신규 프로젝트 양산·안정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박형세 MS사업본부장은 "디스플레이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 구도가 하드웨어에서 플랫폼 기반인 서비스까지 확장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올레드, 그램, webOS 등 자사 서비스에서 차별화된 가치로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이재성 ES본부장은 "클린테크 분야에서 B2B 성장을 가속화하고, 데이터센터·원전·메가팩토리 등 신성장 사업을 전방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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