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 스마트홈 작년 매출 57.8조원
LG전자 가전부문 매출(33.2조원) 제쳐
中 시장 굳건하고 M&A 통한 현지화 정책
LG전자, 트럼프 관세 맞서 생산 이전 검토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 스마트홈'이 LG전자 가전부문 매출을 상회하며 북미 지역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멕시코에 있는 냉장고 생산라인의 미국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데, 하이얼과 매출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이얼과 매출 격차 확대·中 경쟁 불확실성 심화
3일 중국 공시 플랫폼 CNINFO에 하이얼 스마트홈이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859억위안(약 57.8조원)으로 LG전자 H&A사업본부(가전 부문)의 작년 매출액(33.2조원)을 상회했다. LG전자 가전 매출은 전년(30.1조원) 대비 10% 늘어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매출 증가량은 하이얼이 전년 대비 214억 위안(5조원) 상승해 격차를 벌렸다.
하이얼 스마트홈은 중국 하이얼 그룹의 계열사로, 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는 '하이얼 바이오'도 보유하고 있다. 하이얼그룹의 작년 글로벌 매출은 4016억 위안(약 81조원)으로 LG전자 전체 매출(87.7조원)에 준하는 수준까지 따라왔다.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모건 스탠리는 하이얼 스마트홈의 올해와 내년 매출 성장률을 각각 7.5%, 4.7%로 예측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하이얼 스마트홈의 매출은 65조원까지 상승한다. 회사의 연간 매출은 2022년 43조원에서 2023년 52조원으로 크게 오른 바 있다.
미중 갈등 이후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애국 소비를 독려하면서 중국 시장은 한국 기업의 무덤이 됐다. 삼성·LG 가전의 중국 점유율은 0~1%대에 머무르는 반면, 하이얼·하이센·그리전기 등 중국 가전업체는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고급가전 시장도 하이얼이 '까싸떼'라는 브랜드로 하이엔드 냉장고·세탁기를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하이얼에 대해 "특정 기업을 언급하긴 부담이 있다"면서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식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관계자는 "질적성장의 가속화를 통한 건전한 사업구조 개선 활동에 더해 제품, 오퍼레이션 등 전 밸류체인에서 사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불확실성 높은 경영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M&A로 현지화 가속, GE 통한 美 시장 친화 정책
다만 글로벌로 눈을 돌려봐도 상황은 쉽지 않다. 하이얼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일본(아쿠아), 뉴질랜드(피셔앤파이클), 미국(GE어플라이언스) 등 지역에서 강력한 현지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6년 GE(제너럴일렉트릭)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북미 가전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인수 이후에도 GE 사명을 바꾸지 않으면서 중국 기업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이얼은 북미 공급망 강화에 20억 달러(현재 환율로 약 2.9조원)를 투자한 덕분에 GE의 2023년 매출이 2017년 대비 2배 증가했다.
WSJ은 GE가 식기세척기·오븐·세탁기 등 판매로 약 110억달러(16.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 코로나19 이전 몇 년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생산 확대에 더해 7개의 새로운 물류 센터에서 배송 등 전 과정을 디지털 전환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GE는 특히 미국 냉장고 시장을 월풀과 양분 중이며 멕시코에서 냉장고를 생산하는 LG전자와 달리 켄터키(주 공장), 앨라배마(상부 냉동고), 조지아(하이엔드) 등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생산역량 강화에 힘입어 앨라배마 공장은 미국 정부로부터 1억2500만 달러(약 1833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캐리어 사의 캐리어 커머셜 리프리저레이션를 7억7500만달러(약1.1조원)에 인수하며 상업용 냉장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얼 스마트 홈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면서 글로벌 상업용 냉장 시장에서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LG전자도 북미 시장 강화를 통해 오랜 경쟁 기업이었던 월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제쳤지만 GE의 성장세도 매섭다. 글로벌 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2023년 미국 가전 시장 점유율은 삼성 21%, LG 19%, GE 18%, 월풀 15%이다. 2015년 13.5% 수준이었던 점유율을 많이 끌어올렸지만, GE(14.3%) 또한 성장을 거듭했다. 다만 지난해 점유율에선 LG전자가 21.1%로 1위를 차지했고 GE는 17%로 다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LG "트럼프 관세 대응해 멕시코 생산라인 이전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보다 자국우선을 강조하는 만큼, 단순히 중국 기업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의 견제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GE는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년에만 미국 GDP 245억달러(약 35.9조원)를 기여했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에서 8만9000개의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수입 세탁기 관세 부과 이후 2017년 2월 미국 테네시에 7만4000㎡규모의 세탁기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테네시주와 투자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2019년 공장이 완공돼 현재 세탁기 120만대, 건조기 60만대 가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 냉장고 또한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테네시 공장 내) 정비작업,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관세 이슈)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윙생산체제,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며 "직면한 이슈별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최적의 대응책을 찾는 플레이북을 준비해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하고 있으며 상황 변화에 맞춰 체계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