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코엑스서 '인터배터리' 전시회 개최
'배터리 3사 도약을 위한 전략과 비전' 컨퍼런스
3사 "캐즘 일시적"…기술 혁신으로 돌파구 모색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과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 검토 등 2차전지(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세간에서 제기되는 위기론에 불식하기 위한 전략을 공유했다.
3사 전략 담당자들은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캐즘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장기적으로 배터리 산업은 고성장이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데 동의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건식 전극 공정·전고체 배터리 양산과 인공지능(AI)을 통한 기술 혁신도 강조했다.
LG엔솔 "ESS·전고체 양산 주력…북미 공급망 강력"
"챗GPT가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은 미국 한 가정이 36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입니다. 미래에 이렇게 심화되는 전력 사용량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거나, 전력 소비량을 줄여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보급이 높아질 것이고 결국 캐즘은 일시적일 것입니다."
정경환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신제품이 상용화되기 전 일정 기간 수요가 둔화되는 '캐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바라봤다. 배터리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20% 정도로 작은 수치가 아닌데, 그동안 30~35% 정도로 고성장해온 사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상무는 "앞으로 3년, 길게는 5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2차 성장의 파도를 탈 수 있느냐 고꾸라지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과잉공급되고 있는 중국 배터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제품에 대한 경쟁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LG엔솔은 전기차 외에도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확대와 소재·제조라는 두 가지 축으로 가격 혁신을 진행할 방침이다. 소재 공급부터 제조, 납품까지 전 과정을 회사가 직접 책임지고, 자동 공정을 통해 균일한 품질 체계를 구축한다.
가장 주목하는 미래 기술은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이다. 용매를 건조하는 방식을 생략해 에너지 소모가 적은 건식 전극 공정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한다. 소프트웨어 쪽 사업도 전개해 안전 진단 등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에서 나아가 퇴화 진단이라는 영역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BMS 진단을 통한 배터리 데이터 기반 금융과 ESS 솔루션을 통한 전력 서비스 사업 확장에도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정 상무는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도, 막연히 낙관할 필요도 없다"며 "위기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돌파구를 찾는 시점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상무는 CATL과 BYD 대비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자사는 북미 지역 공급망을 강력하게 구축해 놨고 CATL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도 "가격 혁신을 하지 않으면 역전당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감을 가지고 보고 있고 중국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전고체 양산 시점에 대한 질문엔 "시범 라인은 연내 구축하고, 양산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냐가 상용화의 핵심"이라며 "기술들이 확보되고 2030년 정도 되면 본격 양산될 것 같고, 본격 상용화는 그보다 뒤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삼성SDI "수요에 맞는 최적화 전략, 각형 배터리 강점"
"물이 들어왔을 때 어떤 노를 저어야 할지 어디서 물이 들어오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물이 들어와도 물만 먹고 힘들어지는 상황도 있습니다. 삼성SDI에선 철저한 소비자 조사와 우선순위를 정해 각자 필요에 따른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슈퍼사이클을 대응하는 xEV 배터리 비즈니스 전략' 발표를 맡은 곽현영 삼성SDI 상무는 마케팅 관점에서 캐즘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곽 상무는 "자동차는 연간 수입의 약 50%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라 구매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개인적"이라며 "각 고객층에 맞는 가치를 공략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가령 한국과 프랑스의 소득 수준이 비슷한데 한국은 그랜저 등 큰 차에 대한 수요가 높은 반면, 프랑스는 좁은 길과 지하주차장 미비의 문제로 경차가 더 각광받는다는 것이다. IT 회사에 다니는 캘리포니아 젊은층의 전동화율은 25%로 상당히 높은데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곽 상무는 "이들 중 40% 이상의 고객들이 테슬라를 구입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테슬라보다 더 고급화된 사양, 디자인을 원하는 현상이 있다"며 "반면 우체국에선 일정한 동선을 매일 움직이기 때문에 큰 주행거리가 필요 없어 결국 수요가 세분화 돼 있어 각 수요에 맞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지난 5년 간 배터리 시장은 표면적으로 선형 성장한 것 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센티브 지급·신차 출시 등 요인에 따라 들쑥날쑥 성장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곽 상무는 "이런 모습이 오히려 기회이고, 수요는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수요를 모두 만족시키는 완벽한 제품보다 각 수요에 맞는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인 각형 배터리를 언급하며, 크기와 높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에너지 최적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곽 상무는 "픽업 트럭의 경우 기존 10개의 배터리를 5개 배터리만 탑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모든 공정, 모든 셀을 X-ray로 검사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 상무는 마지막으로 "이번 쇼에서 론칭한 LFP 등 라인업을 확장하고 건식 공정을 개발해 어떤 물이 들어와도 노를 저을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SDI는 2027년에 전고체 배터리 최초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곽 상무는 이와 관련해 "자사가 기술에 있어 중국 업체들보다 우위에 있는 건 확실하다"고 밝혔다.
SK온 "AI 통해 제조 전 과정에서 혁신 추진"
"AI를 통해 원가 절감과 품질 확보, 기술 혁신 등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머신 러닝(기계 학습)은 배터리 성능 예측과 셀 디자인, 최적화에 활용 가능합니다."
김상진 SK온 부사장은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AI 기술을 통해 캐즘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SK온은 규모 면에서 글로벌 5위 이내 수주를 했었고 많은 글로벌 OEM(위탁생산)을 확보했다"며 "AI 기술을 통해 공정 혁신을 더욱 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령 비전 AI는 이미지 분류 강점으로 배터리 검사에 활용 가능하고, 시계열 AI는 이상 감지, 미래 예측에 강점이 있다. 강화학습된 AI로는 공정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고, 생성형 AI는 신규 물질 개발과 사업 전략 기획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후문이다.
SK온은 ▲요구 ▲셀 디자인 ▲원가 분석 ▲셀 생산&검증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가령 셀 설계 AI 모델(ADAM)을 통해 소재·성능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셀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셀을 예측할 수 있다. 원가 분석까지 포함시켜 자원을 절약할 수도 있다.
제조에서 불량 검사에 도움을 줄 수 있고 6개월~10개월 기간이 소요되는 테스트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초기 데이터만 가지고 장비 수명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고, 사이클 테스트에서 미세한 차이도 AI는 특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SK온만의 파운데이션(기초)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는 회사 내부 데이터를 플랫폼에 제공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극복을 위해 회사가 직접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특정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AI가 될 수 있다는 후문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는 데이터 수집을 준비하는 단계"라며 "3년 뒤에는 SK온만의 배터리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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