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주경 기자]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경찰 고발을 취소하며 양사 갈등이 원만하게 마무리될 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K-조선이 글로벌 방산 진출을 확대하려면 국내 기업들이 의기투합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한화오션은 2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차세대 함정을 적기 건조하고, 글로벌 해양 방산 진출,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세계가 대한민국 조선업을 주목하는 가운데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선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게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사가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확인된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한화오션이 고발을 취소한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 KDDX 사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며 "HD현대중공업은 K-방산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이 군사기밀 탈취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역시 한화오션을 '허위사실 적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하며, 맞대응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양사가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가 힘을 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최근 호주 정부가 발주한 10조원 규모 수상함 수주전에서 최종 후보군에 오르지 못하는 등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독일과 일본이 기업과 정부가 '원팀'을 구성해 총력전을 펼친 결과, 최종 후보군으로 올라선 것이다.
양사가 이번 수주를 놓친 것은 조선업계 부흥이 시작된 시기인만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동력이 분산돼 패착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두 기업 모두 조선업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업체간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고발 취소와 관련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이에 사전 교감이 이뤄진 결과라는 후문도 흘러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번일을 계기로 향후 정부의 원팀 전략에 협조하는 한편 국내 기업간 신뢰를 구축해 K-조선업의 선봉장 역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