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해외 원전 수주 소식 '낭보'
한남4구역' 수주전 '관심거리'
건설사 역대 최다 부도는 '비보'
"안정화 우선"…CEO에 재무통 선임
2024년 우리나라 건설 업계는 국내외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공사비 인상, 집값 안정화, 부동산 PF 개선 등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는 총력을 기울였고, 건설사들은 저마다 전략을 꾸리며 생존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는 가히 살얼음판을 걸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건설업계가 내년에 도약하기 위해서는 올 한 해 어떠한 이슈가 있었는지 복기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최문수 기자] 우리나라 건설사들에게 2024년은 속 쓰린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국내 시장에 들이닥친 한기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까지 덮쳐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걸었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해외 사업 수주 소식이 위안거리가 됐다. 체코 원전 포함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과 태평양 지역 사업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혹한기를 이겨내려고 했던 것이다. 여기에 올해 초 연이은 대형 해외 공사 수주 소식이 전해지자 연간 목표액인 400억달러(약 58조 360억원) 달성이 점쳐질 만큼 장빗빛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탄핵 정국 암초를 만나 이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올해 뜨거운 이슈 '해외 원전' 사업
올해 해외 수주에 기대감은 유독 높았다. 국내 시장이 불황기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의 취임사에서 특히나 엿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 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시장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라며 "해외에 답이 있고 해외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는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 컨소시엄 체제로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총 사업비만 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1991년 월성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성공시킨 이후로 지금까지 총 30여개 원자력 관련 프로젝트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기업이다.
이에 질세라,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내 1100㎽(메가와트)급 대형원전 2기를 추가 신설하는 공사를 따냈다. 총 사업비는 약 9조원으로,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원전 사업이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불리는 중동 지역에서 낭보를 가져오자 해외건설 수주액 400억달러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노른자' 재개발 수주전은 볼거리
그렇다고 건설 업계 이목이 해외에만 쏠렸냐, 그것은 아니다. 소위 '알짜'로 평가받는 국내 주요 재개발 사업장 수주전은 볼거리로 떠올랐다.
총 5개로 나어져 있는 한남뉴타운 중 한남4구역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내달 1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는 두 건설사는, 달콤한 제안을 연달아 내놓으며 조합원 환심 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남4구역의 총 공사비는 약 1조 6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재개발 중 대어다.
삼성물산은 한남뉴타운에서 아직 시공권을 따내지 못해 사활을 걸고 있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 수주에 이어 한남4구역 시공권까지 확보해 총 8000가구 규모의 한강 변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볼거리 '생숙'의 용도변경
또 하나의 볼거리는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이다.
생숙은 당초 해외에서 국내로 건너온 장기 숙박자를 위한 목적으로 지어졌는데, 편법을 통해 실거주하는 사례가 늘자 정부는 이와 관련 엄벌을 공표했다. 하지만 때마침 주택 공급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소유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용도변경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받아 용도변경을 적극 추진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분양자들이 허위 분양 광고, 날림 시공 등을 주장하며 단체 반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업계의 시선은 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택 시장이 좋을 때는 수익 실현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지금과 같이 시장이 안 좋을 때는 예상했던 수익성이 나오지 않으니 문제가 될 것들을 찾아 억지로 얘기를 하고 있다"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분양자 100% 동의를 받아야 용도변경 신청이 가능하니 곤란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분양 당시 수분양자들이 생숙에 대해 잘 모른다는 허을 악용해 편법처럼 분양한 것들의 문제가 뒤늦게 올라오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낭보와 비보 교차…부도 건설업체 역대 최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올해 건설 업계, 낭보도 있었지만 비보도 들려왔다.
우선, 건설업체 총 27곳이 올해 부도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9년 이후 최대치다. 부도 업체의 85%는 지방 소재 건설사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올해 부도 규모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연간 통계로 봐도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다고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올해 부도난 업체를 보면 종합 건설사는 11곳, 전문 건설사는 16곳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1곳 ▲경기 3곳 ▲부산 6곳 ▲전남 4곳 ▲경남 3곳 등이다.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 및 경쟁력이 약한 지방 소재 건설사들이 한파를 견뎌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3일에는 전북 익산에 터를 잡은 종합건설사인 제일건설이 부도 처리돼 충격을 줬다.
"안정화 우선"…새로운 수장에 '재무통' 선임
상황이 이렇자, 건설사들은 재무 부문에 강한 새로운 수장을 앉히고 있다. 재무구조를 우선 안정화시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SK에코플랜트는 김형근 대표는 SK㈜ 재무1실장, SK E&S 재무부문장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비롯해 기업공개(IPO) 추진이란 중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 대표이사도 재무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아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인물로써, 실적 부진 타개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
HDC현대산업개발 정경구 대표도 2018년부터 경영기획본부장, CFO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2020년부터는 지주사 HDC 대표로, 그룹의 신사업 및 M&A(인수합병)을 주도했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평가다.
포스코 CFO 출신으로 부임한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가 연임할 지에 대한 여부도 관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