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일파만파…포스코, 해외 전략 다각도 모색
이희근 사장 "무역장벽·탄소규제, '원팀'으로 이겨내야"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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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철강업계가 무역 환경 변화로 위기를 맞았다. 업계 1위 포스코도 예외는 아니다. 포스코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요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인도와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성장·고수익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철강산업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인도는 세계 시장에서 철강 소비량 2위, 미국은 3위다.

1위 중국의 경우 세계 철강 소비량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크다. 다만 내수 물량만으로도 철강 공급이 포화 상태라 해외기업은 추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도 현지 경쟁 심화로 인해 장쑤성 제철소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철강업계는 전방산업 불황으로 남아도는 철강재를 해외에 저렴한 값에 밀어내는 중이다. 그 여파로 한국 철강사들은 가격 경쟁에 밀려 국내외에서 힘을 못쓰고 있다.


한계 없는 기회의 땅 '인도'…포스코, 제철소 건설 추진


인도는 2019년 미국을 넘어 철강 소비량 2위에 올랐다. 반면 1인당 소비량은 100kg도 넘지 않는다. 1위 한국이 1000kg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다.

포스코는 이를 예견하고 2005년부터 수차례 현지 일관제철소 건설을 시도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 규제, 주민과의 마찰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일관제철소란 철광석을 녹이는 고로와 가공 설비까지 갖춘 제철소를 의미한다.

포스코는 최근 다시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인도 철강업계 1위 JSW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생산능력 500만톤 이상인 제철소를 지으려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지 업체와 이익을 나누는 만큼 이번은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펴고 있는 점도 호재다. 이는 인도에 투자하고 생산하는 기업들을 장려하는 정책이다. 게다가 인도는 반중정서가 강해 값싼 중국 철강재와의 경쟁 부담도 적다는 이점이 있다.

현지 생산법인과 가공센터 교통정리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12월 포스코 마하라슈트라, 포스코 인디아 PC, 포스코 IPPC 지분을 철강 부문 포스코로 매각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했다.

포스코 IPPC의 경우 LX인터내셔널이 가진 지분 35%를 포스코 인디아 PC가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역시 경영효율성을 위한 방안이다.


포스코, 미국 '트럼프 리스크' 해법은?


최근 무역 환경 변화의 중심에 있는 건 미국이다. 지난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수출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철강사들이 술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수 진작 차원에서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추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일 모든 종류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9일 밝혔다. 한국 등 쿼터제를 적용하는 국가에도 부과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지난 1일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유예기간 1개월이 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그대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제품에는 기존 관세에 10%를 즉각 추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에도 동맹국을 불문하고 무차별적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철강재 관세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했고, 앞으로는 보다 강화할 여지가 크다.

미국은 이처럼 정권 교체에도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미국 수출 관세를 뉴노멀로 보고 대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포스코의 경우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관세를 피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트럼프 행정부가 유도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우선 미국에 상공정 공정을 짓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상공정이란 철광석을 녹여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제품인 슬래브, 블룸, 빌렛 등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밖에 현지 업체를 인수하거나, 일관제철소 건설도 검토한다. 포스코는 여러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


전례 없는 위기, '이희근 사장 리더십' 발할까


포스코 이희근 사장. (사진=포스코)
포스코 이희근 사장. (사진=포스코)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우리는 중흥과 쇠퇴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회사가 어려운 환경에 놓였음을 강조했다. 취임 직후부터 포스코가 트럼프 리스크에 휩싸여 어깨가 무겁다.

이 사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런 때일수록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포스코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면서 고객의 성장을 통해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철강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분야의 성장, 전통산업의 위축 등 변화 트렌드에 맞춰 산업별 판매방향을 설정하고,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를 헤쳐 나갈 기민한 지역전략도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협업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날로 심화되는 경쟁여건에서 고객의 요청을 듣고, 고객의 니즈를 찾는 데 부서와 법인이 다를 수 없다"며 "판매·생산·연구소·해외법인·그룹사가 원팀이 되어 우리 고객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포스코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2024년 연결 기준 경영실적을 지난 3일 발표했다. 매출은 72조6880억원, 영업이익은 2조1740억원이었다. 각각 5.8%, 38.4% 하락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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