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에너지 생산 확대 예상
미국 내 공장 둔 강관 생산업체들에 호재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미국이 에너지 수출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현된다면 강관 생산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다만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있어, 철강업계는 통상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철강협회는 올해 미국 수출 쿼터 배정을 끝냈다. 강관의 경우 예년처럼 103만톤 규모다. 주로 수출하는 강관은 부가가치가 높은 송유관·유정관이며 석유 및 가스전 개발 용도로 쓴다.
업체들은 자사가 올해 강관 수출량을 얼마나 배정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현대스틸파이프 등 일부 기업들이 과반을 차지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관세를 면하는 대신 268만톤까지만 수출하는 쿼터를 적용받았다.
미국 '에너지 패권' 강조…세아제강 등 수혜 예상
20일(현지 시간)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일 때부터 이 같은 정책을 예고했다.
주무부처 수장도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인사로 채워질 듯하다.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연방의회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에너지 시장을 바로잡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이 에너지 생산을 늘릴 경우, 이를 운송하는 수단인 강관 수요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에 강관을 수출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에 호재다.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등 강관 전문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특히 해당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설비도 갖추고 있어 쿼터제 영향이 비교적 덜하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 현대스틸파이프 모회사 현대제철은 주가가 하락했다.
업계 1위인 세아제강의 경우 현지에서 25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가동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1%에 그쳤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를 볼 때 잉여 가동시간만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철강업계 "통상 환경 변화에 정부 역할 기대"
다만 업체들이 마냥 기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호무역 강화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강관 생산업체들은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양도 상당하다.
한국의 대미 강관 수출량은 쿼터제를 도입한 2018년에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이후 수출량이 조금씩 늘었지만 최근 3년간은 쿼터를 한도까지 소진하고 있어 이제는 수출량이 증가할 여지가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처럼 철강 제품의 무역 균형을 손본다면, 관세 부과나 쿼터 축소를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의회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 등은 유정관 수입 쿼터 축소를 촉구한 바 있다.
올해 미국 강관 시장의 관건은 시세다. 보호무역이 강회돼도 수급불균형에 따라 값이 크게 오른다면 미국에 공장을 둔 업체들은 실적을 방어할 수 있다.
아직 미국 내 정책 변화가 확정된 게 아니지만 철강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업계는 강관 수출에 불리해지지 않도록 정부가 원만히 협의하길 기대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