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철강, 국산 대비 10~30% 저렴
국내 철강업계, 고부가가치 사업 강화로 대응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재 규모가 매년 늘고 있다. 철강업계 내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희비가 갈리지만, 타격을 입는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활로를 모색한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753만5041톤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전체 수입량인 675만5759톤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범용으로 사용하는 후판과 열연강판이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특별한 품질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격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중국과 일본산 철강재들은 국산 대비 10~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내수시장 악화로 인한 잉여 생산량, 일본은 엔저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철강업계 잇단 악재, 중국산 철강에 전방산업 위축까지
특히 중국의 경우 원가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덤핑을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철광석과 유연탄을 수입해 직접 철강재를 생산하는 회사들은 수익 악화가 우려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다. 그 밖에 후공정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도 당장은 중국으로부터 저렴하게 공급받지만 추후에는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업계는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12월에는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제소했다.
반덤핑이란 덤핑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은 경우, 수입국이 수출국 회사에 관세를 부과하는 일이다. 관세는 정상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이만큼 책정할 수 있다.
중국산 철강의 저가공세가 아니라도 철강업계 상황은 좋지 않다. 공정을 마친 제품의 약 80%는 건설, 자동차, 조선업계에서 소비하는데, 해당 산업들도 불황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이재윤 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2025년 13대 주력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4년 9.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철강 내수는 2025년에도 건설 수요 회복 지연과 조선 및 자동차용 판재류의 수요 둔화 영향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한 4650만톤 수준을 기록하여 부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환경도 불안, 해법은 '고부가가치 제품'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도 국내 철강산업 위축을 야기한다. 미국에서는 보호무역 기조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임기를 시작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보호무역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관세 부과 대상으로는 철강, 방산, 에너지, 배터리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시절에 이미 수입 철강재에 관세장벽을 쌓은 바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에는 268만톤까지만 무관세를 적용하는 쿼터제를 도입했다.
유럽연합도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등 다른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강달러 현상도 철강업계에 악재다. 원자재 거래에 달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1455원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1년 전보다 200원 가까이 하락했다.
철강업계는 이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부 환경 의존도를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가격이나 국제 무역환경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가치 사업 육성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철강 업황 회복을 지원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2025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철강산업을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 탄소중립 강화 등 글로벌 철강시장 재편에 대응해 고부가, 저탄소기술 개발, 디지털 전환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응하겠다"며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개발사업 ▲철강금속 디지털 실증센터 구축 ▲반덤핑 조사와 원산지 모니터링 강화 등 불공정 무역행위 적극대응 등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