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 연일 '보편관세' 언급
산업부·철강업계, 미국 무역정책 모니터링 강화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공업지대 부흥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지 관심이다. 결과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의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제품을 미국에서 만든다면 낮은 세율을 적용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각국의 통상당국과 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무역 흑자를 거두는 국가들을 압박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같은 동맹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한국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철강재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미국 통상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서 후판, 강관 등 품목의 수입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주목하는 까닭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보호무역 강화를 예고했다. 특히 러스트벨트에서 표심을 얻어 선거에서 승리한 게 컸다. 러스트벨트는 오대호 인근 공업지대를 뜻한다. 경합주가 밀집한 지역이다.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러스트벨트에서는 '트럼프를 위한 철강 노동자들'이라는 조직이 활동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보수성향 언론사 폭스뉴스는 지난해 10월 한 기사에서 "철강산업의 미래는 트럼프의 승리에 달려 있다"는 노동계 관계자의 주장을 인용했다.
해당 관계자는 "우리는 모두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에 가장 먼저 한 일이 관세를 부과했고 효과적이었다고 했다"고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증시에서 철강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당선이 유력해진 날 S&P 철강산업지수는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도 트럼프 행정부가 고도의 철강산업 부흥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당시 키뱅크캐피털마켓 필립 깁스 연구원은 "트럼프가 다른 후보들보다 낫다는 믿음이 있다"며 "정책이든 관세든 철강에 대한 기대심리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탄소 중립' 외친 美 당국 예비 수장
주무부처 수장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적극 지지하는 인사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들은 '미국 내 제품 생산' '에너지 패권' '탄소 중립' 등을 강조하며 무역국들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연방의회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철강, 가전제품을 언급하며 "동맹국들이 미국에서 생산을 늘리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러트닉 후보자는 이어 "관세 부과는 기업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탄소세' 카드를 품고 있다. 그는 지난달 16일 "탄소세는 관세 정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후보자도 같은 날 청문회에서 "에너지 시장을 바로잡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이 에너지 생산을 늘릴 경우, 이를 운송하는 수단인 강관 수요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에 강관을 수출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리스크' 민관 대책은?
철강업계는 미국 투자 확대나 수익원 다각화를 통해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미국에 상공정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공정이란 철광석을 녹여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제품인 슬래브, 블룸, 빌렛 등을 만드는 과정이다.
현대제철은 현지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장을 짓는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 듯하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동국제강의 아직 현지 투자에 큰 뜻이 없다. 다른 시장 점유율을 높여 리스크에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관 제조 전문기업인 세아제강은 이미 현지에 25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강관은 우리나라가 미국 수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우리 정부도 미국 통상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달 21일 '미 신정부 출범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폈다. 이 자리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연구기관, 산업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미국 정책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실무진을 현지에 급파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발맞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내 업계와 소통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