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탄핵 정국 등 '삼중고'에 불안감 엄습
'주택 사업' 의존도…'비주택 사업'으로 분산
데이터센터·친환경 에너지·스마트시티 등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해외 진출 뒤따라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문수 기자] 지난 2024년도는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곤혹스러운 한 해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보다 더 힘들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선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탄핵 정국까지 겹쳤고, 이 때문에 주택 공급 안정화 정책에 제동이 걸리는 거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사들은 기존의 주택사업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는가 하면, 친환경 공장 및 에너지 사업 등 비주택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비·불경기·탄핵 정국…'삼중고'에 골머리


올해 국내 주택 시장에는 공급 절벽이 본격화될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는 올해 입주물량을 26만 3330가구로 예측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23만 7582가구로 예상했다. 두 전망치는 각사의 지난해 기준보다 27.6%, 22%가 줄어든 수치로 25년 만에 분양 물량이 최저치를 기록할 거라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특히, 부동산R114 집계는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인허가와 준공 물량 예상치도 울적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인허가 수는 지난해 35만가구 대비 5.7% 감소한 33만가구로, 준공은 지난해 44만가구 대비 25.0% 떨어진 33만가구로 내다봤다. 인허가와 준공 물량은 주택 공급 물량 전망이 가능한 지표로 여겨진다.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 (사진=뉴시스)

다만, 정부는 주택 공급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공주택 착공 및 인허가 물량을 늘리는 데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공주택 공급 목표치를 25만 2000가구로 설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 목표치에는 건설형 공공주택 14만가구, 매입임대주택 6만 7000가구, 전세임대주택 4만 4000가구 등이 해당된다. 2~3년 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공공주택 착공 목표치도 7만가구로 잡았다. 지난해보다 2만가구가 더 많은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보다 특히 올해가 가장 어렵다는 예측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던 얘기다"라며 "안 그래도 대부분이 예산을 줄일 것으로 예상이 됐는데, 정국마저 혼란스러워서, 정책 방향 등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별 양극화가 전보다 심화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착공 물량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준공 물량 감소가 예상돼 실질적인 공급이 다소 주춤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비주택 사업'으로 의존도 분산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핵심 사업은 주택 부문이다. 하지만 올해 전망에 '먹구름'이 잔뜩 껴 있다 보니 비주택 사업으로 눈을 돌려 의존도를 분산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 사업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에너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투시도 (사진=현대건설)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투시도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한화 건설부문은 카카오 안산데이터 센터를 완공했다. SK에코플랜트는 데이터센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하는, 총 4000억원 규모의 경기도 안산 데이터센터 투자 및 건설에 참여한다.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오는 2027년까지 해당 시장 규모가 8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과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DL이앤씨는 SMR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에 친환경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DL이앤씨가 2022년 투자한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는 아마존과 대규모 투자협약을 맺은 한편, 자회사 카본코는 캐나다 비료업체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와 '비료 공장 프로젝트 기술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에 CCUS를 수출한 사례다.

(사진 왼쪽부터)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 제이슨 만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 최고경영자(CEO),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이 지난해 11월 20일 비료 공장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사진 왼쪽부터)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 제이슨 만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 최고경영자(CEO),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이 지난해 11월 20일 비료 공장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현대건설은 ▲원전 해체 사업 ▲SMR 건설 ▲구출 등 저변을 넓히는 차원에서 하반기 플랜트 사업본부 산하였던 뉴에너지사업부를 독립, 원자력사업실을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행보도 눈에 띈다. 미국법인이 세르비아에서 미국 태양광 기업 UGT 리뉴어블스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총 2조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따내면서다. 이는 국내 건설 기업 최초로 세르비아에 진출한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 밖에도 '아미랄 석화플랜트 패키지1', 현대건설과 함께 수주한 '미국 배터리 셀 프로젝트' 등도 주목된다.

GS건설은 국내 최초 육상 스마트 연어양식장인 '부산 스마트양식 클러스트' 준공을 마쳤다. '폐쇄식 순환 여과방식(RAS)'인 친환경 설비를 이용한 수처리 방식으로 운영되며, 해상이 아닌 육상에서 연어를 양식하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양식 기술 저변 확대와 해양 특수 플랜트 분야 강화로 수산업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국내외 돌파구는 '스마트시티'


국내 시장 의존도의 위험성을 일찍이 감지하고 해외 시장 진출 필요성을 강조해 온 대표적인 인물은 대우건설의 정원주 회장이다. 직접 해외를 누비며 경영에 나설 만큼 해외 사업을 향한 집념은 확고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 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시장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면서 "해외에 답이 있고 해외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도약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 진출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2024년 신년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2024년 신년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가장 공을 들인 나라는 베트남이다.

대우건설은 작년 8월 베트남 타이빈성에서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투자자로 승인받았다. 이를 통해 타이빈성의 성도 타이빈시 일대에 약 96만 3000㎡ 규모의 주거, 상업, 아파트, 사회주택 등이 들어선다. 올해부터 오는 2035년까지, 약 3억 9000만달러 투자가 이뤄진다.

정 회장의 의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베트남 남부지역 비즈엉성과 동나이성에서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베트남 남부지역 진출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사업의 성공 경험과 이익을 바탕으로 베트남 내 재투자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이 신도시 개발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발전, 물류 등 인프라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빈즈엉성의 지역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임원인사에서 DxP(Digital Experience Platform) 사업본부에서 조혜정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형시원 사업화팀장을 상무로 각각 승진시켰다. 이 부서는 디지털 혁신·전환을 책임지는 만큼, 스마트시티 관련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우선 삼성물산은 아파트 전용 플랫폼 홈닉의 2.0 버전을 선보였다. 기존 버전과 다르게 생활 밀착형 서비스가 보강된 게 특징이다.

아파트 케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신규단지 입주 단계에서 확인된 하자를 보수 받을 수 있고, 노후 주거단지에서도 수리 및 교체 등 사후지원서비스가 가능하다. 홈닉이나 아파트아이 앱으로 서비스를 신청하면, 래미안 담당 전문 엔지니어가 직접 방문해 해결하는 식이다.

또한, 빌딩플랫폼 바인드(Bynd)는 생성형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한 데 모아 빌딩 인프라, 설비, 전자기기와 빌딩 전체 시스템을 연결·연동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해외에서도 스마트시티 역량 강화에 한창이다. 지난해 2월에는 네이버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스마트시티 사업 확장을 위해 손을 잡고, 홈·빌딩 솔루션 협업 및 건설 혁신 ICT 기술 개발에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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