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에 이어 '수처리·폐기물' 자회사 매각 가능성도
'친환경 → 반도체' 주력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위한 초석?
친환경과 거리두기?…"SK테스 등 반도체 부문 친환경도 있어"
[뉴스포스트=최문수 기자]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폐플라스틱 자회사 DY인더스, DY폴리머를 지난해 매각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환경 자회사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와 리뉴원(옛 대원그린에너지) 매각 가능성도 돌고 있다. IPO(기업공개)를 준비해 수익 전망성이 높은 반도체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여 탄탄한 재무구조를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환경 자회사 매각 얘기가 연이어 들려오자 업계에서는 친환경 역량이 줄어드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포트폴리오 기조는 변함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非핵심 자회사' 매각 수순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처분했다.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취지가 컸다.
SK에코플랜트는 고품질·고부가가치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리사이클링 중심 폐기물 업스트림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22년 8월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각각 66억원, 177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 두 회사를 각각 60억원, 70억원에 처분했다. 약 100억원가량 손해를 본 셈이다.
DY인더스와 DY폴리머가 괄목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공사·인건비 상승 등 원가율에 타격을 입자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취지로 매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다른 환경 자회사 리뉴어스·리뉴원 매각 가능성도
SK에코플랜트의 수처리·폐기물 자회사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 지분 75%, 리뉴원(옛 대원그린에너지) 지분 100% 매각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F)의 접촉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예상 매각가는 1~2조원 사이로 알려졌다.
리뉴어스는 공공하페수처리 운영실적 1위 업체로, SK에코플랜트가 어펄마캐피털로부터 2020년 1조 500억원에 인수했다. 소각업체인 리뉴원은 2021년 품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기보다는 매각 관련 접촉이 온 것이다"라며 "정해진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 소식을 두고 업계는, SK에코플랜트가 DY인더스와 DY폴리머 처분과 유사하게 재무구조 개선을 염두하고 있을 거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 회사뿐만 아니라 2022년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등 폐기물 매립 자회사 8곳을 8000억원가량에 인수해 합병했지만, 연간 이자가 3200억원에 달하자 차입금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친환경 → 반도체' 리밸런싱 초석?
최근에는 친환경 사업과 거리를 두고 반도체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 SK에어플러스(옛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를 편입하는 등 SK그룹 리밸런싱 기조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김현근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차별화된 반도체 종합 서비스 역량을 공고히 하고 다양한 솔루션을 발굴·적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SK에코플랜트가 공개한 사업별 경영 방침도 반도체 중심이다. 구체적으로 하이테크 사업은 ▲반도체 제조소재 ▲반도체 설비 구축 ▲가스공급 ▲메모리 재활용 등 차별화된 반도체 종합 서비스 역량을 공고히 하고 다양한 솔루션을 발굴 및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SK에코플랜트가 친환경 사업에 다소 힘을 빼고,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하는 데에는, IPO를 위해 재무건전성을 회복시켜야 하는 이유가 크다. IPO 기한은 오는 2026년 7월 1일이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조 1047억원, 영업손실 11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 vs "친환경과 결별?"
SK에코플랜트는 기존 건설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환경 이미지로 탈피하기 위해 친환경 인수합병(M&A)를 적극적으로 펼친 바 있다. 2020년 리뉴어스를 필두로 2년이 채 안 돼 4조원을 투입해 총 친환경기업 15개사를 품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환경기업이 될 것"이라는 포부와 함께 사명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바꾼 시점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펼친 시점과 엇비슷하다.
다만, 최근 연달아 친환경과 밀접한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매각 소식이 들려오자, 업계 일각에서는 친환경과 결별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리뉴어스 등을 제외하더라도 친환경 자회사로 SK테스도 있다"면서 "또한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 말고도 수처리와 반도체 부문에서도 친환경 성격이 있기 때문에 꼭 친환경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