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 대선 주요 후보 공약 발표
주요 대선 후보 '조력존엄사' 언급 無
노년층 등 사회적 약자 공약 살펴보니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
1948년 12월 10일 UN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 첫 문장은 인간의 보편적인 존엄성을 말한다. 참혹했던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1천만 명 이상이 희생되고 나서야 인류는 비로소 천부인권(天賦人權)을 전 세계에 선언하게 됐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반 세기가 지나자 인간은 죽음에도 존엄성을 논하게 된다. 사망을 목전에 둔 환자를 위한 '안락사(安樂死)'와 '존엄사(尊嚴死)'에서 스스로 사망 시기를 선택하는 '조력(助力)존엄사'까지 죽음에 대한 인류의 논의는 점차 확대 돼왔다. <뉴스포스트>는 '존엄한 죽음' 중 가장 적극적인 방식이자 여전히 논쟁적인 '조력존엄사'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025년 5월은 늦봄이 아닌 정치의 계절로 변질됐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일정이 진행되면서 모든 언론사의 카메라들이 여야의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쏠리고 있다. 대한민국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여론의 중심에서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조력존엄사'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남유하 작가의 저서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가 올해 초 발간되면서 '조력존엄사'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거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치면서 의미 있는 대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2023년 스위스 조력사망 제도를 통해 조력존엄사를 선택한 작가의 어머니 고(故) 조순복 씨의 투병생활과 죽음을 다룬 저서
'조력존엄사'는 '안락사'의 일종이다. 환자가 의료진으로부터 약물을 처방받아 스스로 삶을 끝맺는 방식으로, '의사조력자살'로도 불린다. 의료진이 연명치료를 중단해 환자가 자연스럽게 사망하도록 하는 '존엄사'보다도 적극적인 방식이다. 의사가 직접 사망을 유도하게 하는 '안락사'보다는 타인의 개입 정도가 적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2016년부터 '존엄사'만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조력존엄사' 도입 여론은 매우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3월 조사한 결과 성인남녀 1021명 중 82%가 '조력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조력존엄사' 제도의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섣불리 법제화할 수는 없다. 의료계에서는 '조력존엄사' 대신 호스피스·완화의료 등 환자들을 위한 돌봄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 공약 살펴보기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황교안·송진호 후보 등 총 6명이다. 후보들의 공약집에서는 '조력존엄사'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언급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노년층과 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돌봄 공약이 이를 대신했다.
이재명 후보는 '통합 돌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의료-요양-돌봄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고, 내년에 시행될 '돌봄통합지원법'을 기반으로 돌봄 체계 완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항목은 ▲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 ▲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 노인 등이 집에서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체계 구축 ▲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주치의 제도 확대 등이다.
김문수 후보는 어르신 돌봄 공약으로 ▲ 어르신 데이케어센터 이용시간 확대 ▲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 치매 안심 국가책임제 강화 등을 공약했다. 그는 공약집을 통해 "장애인·노인·한부모 가정 등 사회적 약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영국 후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국민 돌봄 보장'을 내걸었다.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돌봄 기능 중심으로 전환하고, 지자체 책임 돌봄을 시행한다. 구체적으로 ▲ 65세 이상 시민에 돌봄 공무원 배치 ▲ 읍면동 공공돌봄센터 설치 ▲ 24시간 긴급 돌봄 ▲ 국공립 장기요양 확대 ▲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등이다.
그 밖에도 황교안 후보의 경우 '돌봄' 공약은 노인이나 환자보다는 영유아와 어린이에 집중됐다. 이준석, 송진호 후보는 세부적인 '돌봄' 제도 공약을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복지 분야 공약을 상당 부분 청년층에 할애한 것이 특징이었다.
제21대 대선 후보 6명의 공약을 모두 살펴본 결과 '조력존엄사' 합법화는 새 정부에서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6월 3일 투표로 선출된 새 정부가 돌봄 관련 정책을 현행보다 강화한다면 생애 마지막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