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독 예방 콘텐츠 공모전'…성남시, 강행 예정
과거 공모전엔 '스마트폰 게임 중독' 콘텐츠에 대상 수여
게임협회 "공모전 백지화 또는 전면 재검토해달라" 촉구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성남시가 중독 예방 콘텐츠 공모전에 '4대 중독'으로 '게임'을 언급해 빈축을 샀다. 시는 논란이 된 표현을 수정하고 공모전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상작 선정을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여지가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경기도 성남시는 24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공모전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와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AI를 활용한 중독 예방 콘텐츠 제작 공모전'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공모 주제인 4대 중독에 '인터넷 게임'을 포함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공모 주제는 '인터넷 게임'이라는 표현보다 포괄적인 '인터넷'으로 대체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시는 "특정 용어를 두고 사실과 다른 해석이 제기돼 정확한 취지를 알리기 위해 표현을 수정했다"고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시는 주제 선정 배경에 대해서는 "경기도가 배부한 보건복지부의 2025년 '정신건강사업안내'에 알코올, 마약류, 도박, 인터넷 게임을 중독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어 이를 그대로 반영해 공모 주제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게임 탓에 중독 극복 체념"…2021년 공모전 수상
성남시는 중독 예방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역할과 활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공모전을 기획했다. 시는 과거에도 비슷한 취지의 공모전을 수차례 실시했는데, 수상작을 보면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듯한 심사 기준을 엿볼 수 있다.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2021년 10월 18일 '스마트폰 중독 경험 및 극복 사례 공모전' 수상작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영상 하단에는 '중독폐해 예방' 콘텐츠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센터는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난 사례를 다룬 콘텐츠에 대상을 수여했다.
대상을 수상한 콘텐츠 속의 등장인물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기로 마음먹고, 우선 주로 하던 게임을 지운다. 그러나 게임이 계속 생각나 삭제와 다운로드를 반복하고, 중독 극복을 체념하며 지낸다고 묘사한다.
해당 사례처럼 게임에 과몰입해 건강을 위협받는 사람들은 사회에 분명 존재한다. 다만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과학·의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들을 '중독자' 취급하는 콘텐츠는 게임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성남시는 현재 참가자를 모집 중인 'AI를 활용한 중독 예방 콘텐츠 제작 공모전' 주제에서 '게임'을 제외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범주에 게임도 속하는 만큼, 재차 부정적 인식을 전파할 콘텐츠를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다.
게임 협회·단체들, 성남시·보건복지부에 사과 요구
게임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자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성남시뿐만이 아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에 따르면 전국 센터 60곳 가운데 40곳 이상이 '게임 중독'과 관련한 직간접적인 표현을 사용 중이다.
성남시가 논란의 중심의 선 까닭은 '한국 게임산업의 메카'이기 때문이다. 성남시에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등 게임사들이 밀집한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종사자 수는 4만4000명을 웃돈다. 또 성남시 콘텐츠 수출액의 77%가 게임일 정도로 고용과 세수에 기여하는 바가 만만치 않다.
당국과 게임 관련 협회, 시민단체들도 게임을 중독 유발 물질로 규정하는 시각을 지적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중독 용어 사용이나 4대 중독 물질에 게임을 포함하는 것을 지양해달라는 공문을 보건복지부와 전국 지자체에 지난 19일 발송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 이철우 협회장은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질병코드 등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보건복지부 등이 의도적으로 사실상 질병 취급을 하고 있는 것에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일선 게임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한 협회·단체들은 공모전 백지화 또는 인터넷 제외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이용자를 '환자'로 낙인찍고,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자존감마저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