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차트 아직도 장수 타이틀이 점령…신규 진입 쉽지 않아
해외 팬들 인정 받으려면 '완성도 갖춘 대형 타이틀' 만들어야

지난 24일 NDC 25에서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가 기조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넥슨)
지난 24일 NDC 25에서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가 기조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넥슨)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게임업계가 '위기'다. 실적 1, 2위 회사도 경쟁력을 걱정할 정도다. 게임사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25년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5, Nexon Developers Conference 25)가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현업인들이 게임 관련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행사였다. 올해는 기조강연부터 화제를 모았다. 넥슨게임즈, 넥슨재팬 등 그룹사 대표들이 화두로 게임업계의 위기를 언급해서다.


'시장 침체' 반전시킬 '빅 게임'이 필요하다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넥슨코리아 부사장)는 '우리가 빅 게임을 만드는 이유'를 주제로 NDC 25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초대형 타이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박 대표는 "게임 시장이 정체되고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기업과 신흥 개발사들이 영역 확장에 나서면서, 기존 개발 방식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규모와 완성도를 갖춘 경쟁력 있는 대형 게임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연에서 PC방 통계 서비스 더로그의 자료를 인용했다. 10년, 5년 이상된 장수 타이틀이 아직도 PC방을 점령할 만큼 침체된 시장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접속자 수 순위 10위권의 절반 이상을 오래된 타이틀이 차지했다.

해외 패키지 게임 시장도 진입이 쉽지 않다. 업계 톱도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한다. 소니가 2018년 유통한 '마블 스파이더맨1'은 개발비가 1466억원이었지만, 2023년 출시한 '스파이더맨2'는 4619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는 개발비가 1조1840억원에 달했다. 개발·마케팅비를 회수하려면 게임 가격 69달러 기준 2000만장 이상 팔아야 했다.

지난 24일 NDC 25에서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가 기조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넥슨)
지난 24일 NDC 25에서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가 기조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넥슨)

'해외'에서 통하려면 개발 조직 바뀌어야


박 대표는 해외 게임업계의 게임 개발, 마케팅 문화를 소개했다. 통상 업계에서는 기획팀, 아트팀처럼 포지션별로 팀을 나눠 게임을 개발한다. 그런데 빅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은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콘텐츠별로 조직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던전팀, 퀘스트팀, 캐릭터팀 등으로 쪼개는 식이다.

'조직력'을 갖출 수 있는 단위로 조직 규모를 조율하는 곳도 있다. 빅 게임 개발에는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까지 투입하는데, 규모가 클수록 조직력을 잃기 쉽다. 그래서 소규모 조직을 여러 개 운영하고, 그들의 결과물을 종합하는 식으로 게임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한국 게임과의 마케팅 전략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의 경우 서비스 2개월 전에 사전예약을 오픈하면서 마케팅을 시작하는 게 관행이다. 이 기간에 게임 관련 사진과 영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이 같은 전략은 인구 밀도가 높아 효율적인 오프라인 마케팅이 가능한 한국에서만 통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반면 글로벌 게임은 다년간 게이머들과 접점을 넓히며 마케팅을 전개한다. 예를 들어 액션 RPG '어바우드'는 2020년에 첫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그 뒤 2023년, 2024년에 걸쳐 추가 정보를 공유하며 기대감을 형성하고 2025년에 출시했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인재 확보에도 효과적이다. 지난해에 나온 대표적인 빅 게임 '검은 신화: 오공' 제작진은 구인에 애를 먹고 있었지만, 첫 트레일러 발표 후 이력서가 밀려들었다고 한다.


웨스턴 시장에서 눈도장 찍는 게임사들


넥슨 그룹사들은 웨스턴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게임들을 준비 중이다. 이미 '던전앤파이터' IP 기반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글로벌 팬들을 만났고, 앞으로도 '아크 레이더스' '빈딕투스' '낙원'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넥슨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도 한 게임전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도 올해 초 사내 소통 행사에서 "빅 프랜차이즈 IP를 내외부에서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3월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 글로벌 출시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오는 연말에는 자회사 언노운월즈의 '서브노티카2'를 얼리액세스 론칭한다.

펄어비스도 정석적인 글로벌 마케팅으로 신작을 게임 팬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 회사는 하반기 국내 게임업계 최대 기대작 '붉은사막'을 서머게임페스트, 게임스컴 등 세계적인 게임 전시회에 출품하며 게임 팬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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