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자동차보험료 인하 효과 기대"
가입자들 '품질인증부품' 불신…제도 개선 촉구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보험 처리 시 대체부품을 우선시할 경우 보험업계는 손해율 방어에 유리하지만, 가입자들은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오는 16일 시행된다. 이번 개정 약관에는 자동차보험을 통한 교환·수리 시 자동차제조사 정품(OEM)이 아닌 품질인증부품(대체부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품질인증부품은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자동차기술연구소 등 6개 기관의 내구성·안전성 시험을 거쳐,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가 인증한 부품에 붙는 이름이다.

금감원은 품질인증부품이 정품보다 저렴하면서 성능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또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매년 사후 검사를 실시해 안전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가입자들 "품질인증부품 강제는 소비자 권리 침해"


문제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들 사이에서 품질인증부품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나아가 가입자가 정품으로 수리를 원할 경우 대체부품 가격과의 차액을 자비로 내야 해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반응도 나온다.

표준약관 개정에 저항하는 의견은 곳곳에서 잇따른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는 '품질인증부품 강제 적용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 반대'라는 제목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7일 기준 3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해당 청원서를 제출한 청원인은 "소비자가 신뢰하는 순정부품이 아닌 대체부품을 동의 없이 적용하는 것은 심각한 권리 침해"라며 "약관 개정 전에 소비자 대상 안내 및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부 청원 창구인 청원24에도 비슷한 내용의 요청들이 쏟아진다. 이 가운데 한 청원은 조회 수 18만 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표준약관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과 시민단체,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준약관 시행을 유예하고 내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자동차보험은 단순한 민간 계약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공공 제도"라며 "제도 개선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과 시민단체, 정비업계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사진=김상욱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과 시민단체, 정비업계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사진=김상욱 의원실)

금감원 "소통 부족 인정…제도 연착륙 유도하겠다"


금감원은 표준약관 개정이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 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부품 교환·수리 시 활용할 수 있는 범위에 품질인증부품이 포함됐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OEM 부품을 사용해 고비용 수리 구조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정 표준약관은 2025년 8월 16일 이후 신계약 및 갱신계약부터 적용된다"며 "제도 개선이 보험료 인하 등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입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듯 '연착륙 방안'도 내놓았다. 시행 후에도 한동안은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OEM 부품으로도 수리 가능하도록 한다. 또 대체부품 탑재 시 차량 가치 감소를 지연시키기 위해, 출고 5년 이내인 신차에는 OEM 부품만 사용할 수 있게 조정한다.

품질인증부품 적용 대상도 당분간은 축소키로 했다. 표준약관을 범퍼·보닛 등 외장부품에만 우선 적용하고, 브레이크·조향장치 등 주요 부품에는 품질인증부품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한다.

자동차제조사가 품질인증부품 탑재 차량의 무상수리를 거부하는 관행에 대한 감독도 약속했다. 금감원은 "자동차관리법상 품질인증부품을 사용한 차량이라도 자동차제조사가 무상수리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해, 품질인증부품 사용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 4년 만에 적자…보험사들은 '손해율' 걱정


표준약관 개정은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를 위한 조치다. 이론상으로는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액이 줄면 보험료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외제차나 연식이 오래된 차량은 순정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보험사들이 부담을 느껴온 건 사실이다. 정품은 품질인증부품보다 시세가 높을뿐 아니라, 수급에 걸리는 기간도 길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원인들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그러나 개정 표준약관 시행이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보험료는 과거의 손해율을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른 담보에서 보험금 지급이 늘어 손해율이 그대로거나 커지면 오히려 보험료 총액은 인상될 수 있다.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손해율을 줄일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4년 만에 적자를 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8%, 사업비율은 16.3%로, 합산비율 100.1%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합산비율 100%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수납한 보험료에서, 지급한 보험금과 손해사정 경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사업비율은 수납한 보험료에서 지출하는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의 비중이다.

반면 이 같은 보험손익과 다르게 투자수익을 포함한 총손익은 흑자였다.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바탕으로 거둔 투자수익은 5988억원에 달했다.

다만 보험사별로 보면 중소 보험사 실적이 저조한 만큼, 금융당국은 소비자 권익과 업계 이익 사이의 균형점을 맞출 필요는 있어 보인다. 보험사 12곳 중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 흑자를 달성한 곳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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