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부모 “5년이나 지난 일, 이제 와서 어쩌라고” 적반하장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유희 기자] 12년 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닮은 ‘초안산 집단 성폭행’의 피의자 3명이 5년 만에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신현범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 28일 특수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21)씨, 박모(20)씨, 정모(20)씨에 대해 “범죄혐의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이날 2011년 9월 여중생 A양과 B양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주도한 김 씨 등 3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다른 주동자 1명도 27일 체포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특수강간미수 혹은 방조 혐의를 받고 있는 6명은 불구속 입건됐고, 군 복무 중인 12명은 조사 후 군으로 신병이 인계된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22명은 당시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사이였다.

이들은 지난 2011년 9월 A양과 친구 B양을 서울 초안산 기슭으로 끌고 가 술을 먹여 혼절시킨 뒤, 번갈아가며 성폭행했다.

앞서 피의자 5명은 도봉구의 한 골목에서 몰래 맥주를 마시던 A양과 B양을 발견하고 “학교에 알리겠다”며 협박해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약 6일이 지나 11명이 모여 피해자들을 불러내 오후 9시쯤 술을 먹이고 범행을 저질렀다.

1차 범행 후 8일이 지나서는 총 22명이 동일한 장소로 피해자들을 오후 11시쯤 전화로 불러내 2차 범행을 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첫 모의 당시 모인 피의자는 11명이지만 주도적으로 범행한 건 체포된 4명”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2012년 8월께 이 사건의 피의자들이 연루된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 집단 성폭행 첩보를 입수하고 피해 학생들과 면담을 하게 됐다.

그러나 A양과 B양은 범행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려 피해 진술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은 피해자의 치료와 회복이 우선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치료를 받게 하면서 지속적으로 피해자 부모와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상태를 지켜봤다.

올해 초 피해자 부모가 피해자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그동안 담당 형사와의 유대관계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은 A양과 B양이 기억해 낸 피의자 6~7명에 대해 수사를 착수, 이들을 상대로 각자의 범죄행위를 확인한 후 추가 가담자들까지 순차적으로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2014년에 승진을 하면서 다른 경찰서로 발령이 난 담당 수사관은 이 사건을 직접 해결하고 싶다며 올해 2월 다시 도봉경찰서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5년 만에 드러난 이번 사건은 12년 전 발생한 밀양사건과 매우 흡사하다.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에서 피해자 C양을 성폭행 한 뒤 협박해 동생과 사촌언니까지 폭행한 밀양 성폭행 사건과는, 수십명의 피의자가 중학생 피해자를 협박·유인해 고립된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범행했다는 점 등이 닮아있다.

피의자 부모들이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를 탓하고 나서는 점까지 일치하다.

한 매체에 따르면 한 피의자 부모는 “여태껏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서는 건 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5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걸 갖고 왜 그러냐”고 말해 공분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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