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관련 사과
사적제재·2차가해 논란 낳은 밀양 사건 재점화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경상남도 밀양시가 지난 2004년 발생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26일 경상남도 밀양시에 따르면 안병구 밀양시장과 밀양시의회, 밀양 지역 80여 개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청에서 전날인 25일 이른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머리를 숙였다.
안 시장은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하지 못했다"며 "피해 학생과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모두 우리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상처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도시 시스템 재점검과 범죄예방 등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20년 전 형사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이례적이다. 하지만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뒤늦게 파장을 일으키면서 밀양시 전체가 타격을 입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2004년 밀양시에서는 고등학교 남학생 수십 명이 울산 여자 중학생 1명을 1년 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울산지방검찰청은 가해자 중 일부인 10명을 기소했고,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처벌을 받은 가해자들 역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당시 밀양 지역 사회가 피해 학생을 2차 가해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시민들이 성범죄 사건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리면서 피해 여학생을 비난했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상에 퍼졌다.
결국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정의는 실현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다가, 최근 가해자들의 신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20년 만에 사건이 다시 파장을 일으켰다. 사적 제제라는 비판과 함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동시에 일어났다. 비판의 대상은 가해자들을 넘어 밀양시 지역 사회 전체를 향했다.
밀양시는 전국에서 성범죄 발생률이 낮은 도시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경찰청 데이터에 따르면 밀양시의 인구 10만 명당 성범죄 발생 수는 55건으로, 전국 평균 88건의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밀양시 전체를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밀양시는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으로 맞춤형 예방 교육, 성폭력 예방 캠페인, 피해자 일시 보호 지원시설 운영 등을 하고 있다. 또한 밀양시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는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