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5월 9일이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지도자가 선출된다. 온 국민이 그토록 바라는 진정한 지도자로서 참다운 대통령을 뽑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날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를 치뤘지만 지나고 보면 출세한 지도자는 있었으나 성공한 대통령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성공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강하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탄핵사태는 진정한 대통령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은감이 됐다. 여기에서 우리는 나라의 지도자만 탓할 일도 아니다. 그런 지도자를 선택한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선진사회가 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려야 한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견인하여 ‘선진 대한민국’, ‘행복 대한국민’을 만들 위대한 지도자가 탄생되어야한다. 세종의 적솔력(迪率力)과 같은 리더십을 보여줄 대통령 말이다. 적솔력은 지도자의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말이다.

무엇보다 세종이 추구했던 국정기조 중에서 ‘생생지락(生生之樂)’ 곧 ‘백성을 즐겁게 하는 것’과 ‘여민가의(與民可矣)’ 곧 ‘백성과 함께 일을 이루는 것’, 그리고 ‘임현사능(任賢使能)’ 곧 ‘나라 일을 어진 사람에게 맡기고 능력을 갖춘 사람을 쓰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함께 한국사회에서 ‘성공’과 ‘출세’를 엄정하게 구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출세하는 것보다 성공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공정한 수평적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출세는 수직적인 보스십이나 헤드십을 구사하는 행태라면 성공은 수평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실행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을 입으로 말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시 말해 생각으로는 리더십일지 모르지만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보스십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결국 세상이 ‘출세주의’에 물들어 있어서다. 그 출세를 위해 한국사회는 몸살을 않는다. 출세주의는 사전적 의미로 ‘자기 개인의 출세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기주의적인 사상이나 태도’를 일컫는다.
 
그 의미만 보더라도 출세주의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성을 띠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그것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고 주위야 어찌됐던 자기만을 챙기며 쉬지 않고 내달린다.

출세를 향한 ‘쏠림현상’이 지나치다. 모두가 다 일류대학을 가려고 하고 최고의 직장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것처럼 힘들고 힘든 최고만을 희구한다.  그 최고여야 ‘갑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을‘이 되어버리는 세태를 탓하면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출세를 따라 강남 가는 격이다.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이론 중에 ‘레밍효과’라는 것이 있다. 레밍은 들쥐의 일종인데 몸길이가 3.5cm에 불과한 작고 귀여운 동물이다. 주로 핀란드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산악지대에 서식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다가 해안 절벽에 도달하면 선두그룹의 대장은 용감하게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그 뒤를 따르는 레밍들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대장 레밍을 따라 바다로 뛰어 내리게 된다.

지금 우리네 모습이 그렇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가릴 것 없이 오직 출세만을 위해 달려간다.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이기는 자만이 승자독식의 세계를 누린다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사회는 승자들만 이 사회의 주인공으로 치켜세워왔다.

내가 진정 할 수 있는 것, 내가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것, 내가 진정 모든 것을 쏟아 부어서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오로지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쥐떼처럼 좌우 돌아볼 여유도 없이 줄달음치는 것에만 익숙해 있는 것이다.

지난 압축 경제성장시대에는 오로지 앞만 보고 뛰었다. 그런 팽창 주도 시대에는 출세라는 것만이 가난에서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내다보는 지금 시대에서는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달라져야 한다.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에서도 출세만을 위해 치열한 경쟁에 몰리다보니 축복에 넘쳐야 할 인생길에서 욕구 불만에다 소진감에 젖어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행복감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셰익스피어의 말대로 ‘삶은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다가 퇴장하는 시시한 배우’인지도 모른다. 인생은 나그네길이며 잠깐 보이다 없어지는 안개요, 쉬 지나가 버리는 하루와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짧은 인생의 여정에서 오로지 출세의 고지만을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내버리며 힘겨워한다. 그러면서 시기와 투쟁과 갈등으로 한 평생을 보내며 세월이 흐른 뒤 뉘우치며 한탄한다.

그래서 중국의 한 현인은 인간의 삶을 ‘서두름’(hurry)' '걱정‘(worry), '묻힘’(bury)이라는 세 마다로 요약했다. 의미가 담겨 있는 간명한 정리다. 이런 가운데 모두가 출세라는 정상의 정복을 노리지만 그 정상에 오르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금력, 권력, 명예가 수반되는 출세라는 그 정상에 다다른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인생을 이루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최근의 한국사회가 이를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0년 가는 권세가 없고 열흘 피는 붉은 꽃은 없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권력의 무상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출세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출세보다 성공한 인생이 진정한 삶의 가치인 것이다. 물론 출세한 사람이 바로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보편적으로 출세라는 욕망은 인간의 가치체계를 수직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생각구조로 바뀌게 한다는 심리연구 결과가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대통령은 출세가 아닌 진정으로 성공한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라의 지도자부터 성공의 가치를 실천하는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소수의 출세자보다 다수의 사람이 성공하는 ‘국민성공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이 인 권 

필자는 긍정경영 &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중앙일보 · 국민일보 ·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2015)했으며 예술경영인이며 문화커뮤니케이터로서 최근 '성공과 행복한 삶을 위한 긍정의 힘' <긍정으로 성공하라> 외 12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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