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원자력발전소는 소속 국가의 철저한 관리 감독하에 있다. 사고가 발행하면 대형 참사를 일으킬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관리를 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규모에 따라 1등급에서 7등급으로 나누어진다.
사건 규모에 따라 가장 낮은 1등급(anomaly)부터 심각한 사고인 7등급(major accident, 대형사고)으로 분류된다. 이는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4호기 사고로 인해 사건규모의 구분에 대한 국제적 기준 수립의 필요성에 국제사회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國際原子力事故等級, 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 INES)으로 국제 원자력 기구(IAEA)가 책정한 원자력시설 및 원자력이용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다.
원자력 사고 등급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사고인 7등급은 지금까지 딱 2번 있었다. 앞서 언급한 1986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4호기 사고와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그것이다.

현 우크라이나 키에프시 100km 북쪽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는 원자로 4호기의 비정상적인 핵반응으로 발생한 열이 냉각수를 열분해시키고 그에 의해 발생한 수소가 원자로 내부에서 폭발함으로써 발생한 사고이다.
즉,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원전사고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원자로심 냉각 기능의 문제가 아닌 원자로의 급격한 출력폭주로 인한 원전 폭발로 원자로 자체의 설계결함, 방사선사고에 대한 심층방어의 결여, 운전원 및 조직의 안전 불감증 등이 결합되어 발생한 사고로 보고 있다. 

당시 사고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소방대원과 운전원 중 31명이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하였는데 유엔과학위원회(UNSCEAR)의 보고에 따르면 2008년까지 방사선과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64명이다.‎
특히 누출 방지와 누출 방사능 처리 작업에 투입된 해체작업자들 중 작업 초기인 1986년에서 1987년 사이에 투입된 22만 6천 명의 작업자들은 평균적으로 130~17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에  피폭되었는데 방사능 피폭과 직접적인 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이들 중 25,000명이 사망하였다한다.

체르노빌 사고가 인재에 가깝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자연재해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당시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과 곧이어 들이닥친 거대한 스나미가 발전소를 덮쳐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수소폭발과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미야기, 후쿠시마, 이와테 현 등을 중심으로 1만5890명이 숨지고, 2589명이 실종되는 등 직간접적으로 2만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여전히 피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전국적으로 17만여명에 달한다 한다.

이처럼 원전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는 참사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몇 나라는 탈원전 정책을 수립하여 원자력을 축소하기로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원자력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그러나 원전은 방사선 폐기물이 엄청나며 이 폐기물들을 따로 처리할 방도가 없어 땅에 묻고 있다. 또한 원전 폭발시 대량의 방사능이 방출되는데 원전이 피폭되면 반경 30km까지도 피해를 입는다. 주변일대가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것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 일시중단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원전건설과 같은 대형공사에는 수많은 협력업체와 업체 종사자가 존재한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관련 협력업체 수는 1700여 곳에 달하고 공사 관련 업체 종사자는 1만2800명, 현장 인원만 1000여명에 달한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며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 후 전광석화 같은 진행이다. 탈원전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자력 산업에도 수많은 종사자가 존재한다. 급작스러운 탈원전 정책은 이들에게는 평생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생존권의 위협이다. 원전 인근의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정책추진은 국민적 합의만 얻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당사자들의 입장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이란 말이 있다. 공자가 논어(論語) 자로편에서 한 말로 “서둘러 가려다 오히려 이르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느림의 미학(美學)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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